사랑으로 인해 사랑을 잃게 된다(愛有所亡)



말을 매우 아끼는 사람이 있다.

그는 광주리로 말똥을 받고, 대합 그릇으로 오줌을 받아낼 정도였다.

마침 모기나 등애가 말등에 붙어 있어 불시에 때렸다.

이에 말이 놀라 재갈을 풀고 머리를 들이받으며 가슴을 걷어찼다.

말을 아끼는 뜻은 그토록 지극한 바가 있었지만, 

그 아끼는 마음으로 인해 아끼던 것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러니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夫愛馬者(부애마자) 以筐盛矢(이광성시) 以蜄盛溺(이신성뇨).

適有蚊蝱僕緣(적유문맹복연) 而拊之不時(이부지불시),

則缺銜毁首碎胸(즉결함훼수쇄흉). 

意有所至(의유소지) 而愛有所亡(이애유소망) 可不愼邪(가불신야)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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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의 이 고사가 현대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자녀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 말을 아끼는 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에게 별로 의미없는 명품 옷과 고급 환경 등으로 과도하게 베풀며 키우고,  

그러다 아이를 너무도 아끼는 욕심에서, 아이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요하며 이끌거나 아이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힘든 정서적 자극을 가한다. 

아이는 좌절하거나 반발하고, 그리하여 아이의 역량을 억압하거나 장래를 망친다. 더욱 나아가서는 말에게 가슴을 걷어차이듯 큰 상처를 입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망가뜨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에 대한 애정이 크면 클수록 잘못된 결과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장자는 이러한 사람의 심성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사랑으로 인해 사랑을 잃게 된다(愛有所亡)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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筐(광) 광주리. 盛(성) 성하다, 담다. 矢(시) 화살, 똥. 蜄(신) 큰 (대합)조개, 溺 빠질 익, 오줌 뇨. 蚊(무) 모기. 蝱(맹) 등애. 適(적) 맞다, 마침. 僕(복) 종, 붙다. 緣(연) 인연, 까닭, 겉. 拊(부) 어루만지다, 악기를 타다, (가볍게) 치다. 缺(결) 없어지다, 빠지다. 銜(함) 재갈. 毁(훼) 헐다, 손상하다. 碎(쇄) 부수다. 愼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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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