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텐트를 차지하는 법


어느 추운 날 밤, 낙타가 말했다.
"제 코만이라도 텐트 안에 들여놓으면 안될까요?"
"물론 괜찮지."라고 주인이 답하자,
코를 텐트 안으로 들이밀어, 텐트 안의 온기로 몸을 데웠다.

그러다 '주인님, 제 목도 좀 따뜻하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주인은 "괜찮아, 문제 될 것 없어"라고 답했다.
낙타는 안을 둘러보며 온 얼굴로 온기를 느꼈다.
"안이 아직 넓네요. 제 앞다리를 넣어도 되겠죠?"

주인은 "난 괜찬아. 들어오게"라고 말하며,
옆으로 몸을 굴러서 자기 자리 옆에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입구가 열려 있어서 나 때문에 내부가 춥군요.
내 몸을 모두 들어가게 하면 안될까요?"
라고 낙타가 대담하게 말했다.

주인은 투덜거리며 자리를 좀더 비켜주었고,
낙타는 힘을 다해서 밀어부치며 들어와서는 말했다.
"이 공간은 우리 둘이 쓰기에는 너무 좁군요.
둘 중 하나는 나가야 할텐데, 당신이 좀 나가주시죠."

그러고는 주인을 밀어내고 날이 밝아서야 물러나니,
주인은 쫒겨나와 바깥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이런 낙타와 같이, 일단 발을 들여놓은 다음,
 텐트뿐만 아니라 나라를 통채로 차지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 진입장벽

이 '낙타가 텐트를 차지하는 법' 이야기는 여러가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적절히 인용되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일단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는 낙타의 전략이 매우 유효하다. 이를 한발들이기 전략(Foot in the door strategy)라 부른다.
낙타가 코를 들이밀듯 한 발을 들여놓으면, 기존 경쟁자들의 경계심을 최소화하면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큰 저항없이 세력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 설득

이 전략은 설득이나 협상의 영역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일관성(consistency)을 지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작은 요구를 들어준 사람은 이후에 더 큰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방문 판매나 다단계 분야에서 이 심리적 특성을 널리 이용하고 있다.

호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라 부른다.
"친절을 일단 베푼 사람은, 베품을 받은 사람보다, 다시 한 번 친절을 베풀 가능성이 높다."


** 방어적인 입장

낙타 주인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텐트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애초 코를 들이밀 때 단호히 대처하였어야 한다.
호미로 가볍게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는 "제 때 한 바느질이 아홉 번의 바느질을 줄여준다"(A stitch in time saves nine!)이라고 한다.


** 제궤의혈(堤潰蟻穴)

'낙타의 텐트 차지 법'의 의미에 대해서는 노자(老子)가 한마디로 잘 설명하고 있다.

"천장 높이의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진다'
(천장지제궤자의혈 千丈之堤潰自蟻穴
韓非子 喩老篇)

방죽을 무너뜨리든 아니면 방죽을 지키든 어느 쪽이든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아래 그림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1946년 이스라엘이 처음 팔레스타인의 영역에 발을 디뎠을 때는 그들이 차지한 영토는 극히 미미하였다. 그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의 거의 대부분이 잠식되어 이제는 머잖아 팔레스타인이 소멸될 운명임을 누구나 절감할 수 있다.
2천년 이상을 평화롭게 살아온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이라는 낙타에게 쫒겨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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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