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막을 것인가, 즐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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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은 울산 시내에서 행사를 마치고 울산역으로 가서 고속철로 서울로 복귀하는 동선이었다. 그런데 택시가 파업이란다. 부득이 버스를 타야 한다. 어디서 타고 얼마나 걸리는지 퇴근한 직원에게 연락하여 체크하느라 행사 내내 신경이 쓰였다. 마침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후배 덕분에 1부 행사는 제대로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공유차 카풀의 등장에 생업의 위협을 느낀 택시업계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의 행동에는 응당한 이유가 있다. 카풀의 등장은 택시업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불안하다. 그 불안이 그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그들의 삶의 길인 도로를 막고 그들의 밥줄인 승객의 발을 묶음으로써, 이 시대의 변화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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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초 증기기관과 방직기계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과거의 수공업에 종사하던 수많은 숙련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깍이게 되었다. 특히 영국 직물공업지대인 노팅엄에서 노동자들은 실업과 생활고의 원인이 기계의 탓이라 주장하며 방직기 등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을 러다이트(Luddite Movement) 운동이라 부른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이 생존의 운동은 안타깝게도 정부가 자본가들에 의한 가혹한 탄압에 의해 오래지 않아 진압되고 말았다.

시대의 변화에는 항상 그에 대한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자동차가 등장할 때에도 그러했다. 자동차라는 괴물을 만난 기존의 마차산업과 마부들의 저항은 무척이나 거세었다. 그들은 직물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큰 조직력을 가지고 영국 정부와 의회를 압박하여,
 적기조례(赤旗條例, Red Flag Acts, 1865년 제정, 1896년 폐지)라는 희안한 법을 제정하게 하였다.
적기조례는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6.4km이하로 제한하고, 최소한 3명의 승무원이 있어야 하며, 특히 그 중에서 조수는 자동차의 60야드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며 마차의 통행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터무니 없는 법은 30년간 유지되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유럽에서 가장 뒤처지게 만들었다.

지금 택시업계의 저항은 이 시대의 러다이트 운동이고, 이 시대에 적기조례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과 적기조례를 설명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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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카풀'은 '공유경제'의 한 모습이다. 공유경제는 소유한 자와 필요로 하는 자를 연결하여 양측 모두에게 소유의 부담을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제레미 리프킨(J
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과 '한계비용 제로의 시대' 등에서 미래의 경제 시스템은 '한계비용 저감'과와 '탈중앙화'의 결과로 '협력적 공유경제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공유차량 시스템을 제공한 우버는 그 기업가치가 135조원으로서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평가되고 있고, 그에 이어 미국 스타트업의 2, 3위를 차지하는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도 모두 '공유' 시스템 회사로서,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궁극적 모습은 필경 공유경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거센 파도처럼 다가올 것이다. 그 파도는 누구도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수많은 산업이 토종 업종 보호, 골목 상권 보호 등을 부르짓으며 장렬히 사라지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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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5일에 '자율운전 택시'가 세계 최초로 운행을 개시하였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에서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가 근 10년간 약 800만마일을 실주행 테스트하며 공들인 자율운전차로 상업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본격적인 자율운전차 시대를 연 대단히 역사적인 사건이다. 

자율운전 택시는 미국에서부터 서서히 확산되어 어느 시점에 우리 삶의 표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들어올까? 이제 그 날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자율운전차도 4차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구성요소이다. 이 자율운전차 역시 공유경제와 함께 택시업계에는 저항할 수 없는 파도가 될 것이다.
머잖아 '택시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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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참 묘한 산업 영역이다. 누가 의도하여 이런 판을 일부러 짜지는 않았겠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정부, 택시회사, 택시기사, 승객 모두 불만이 가득하다.
거기다 작금의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마저 이 산업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 시대 변화가 그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고, 그 불안으로 인해 모두가 다시 불편해진다. 마치 뫼부우스의 띠와 같은 불만의 무한사이클을 생성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택시업계의 불만 사이클을 해소하는 방법은 그 사이클 내에서 결코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파도가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택시산업을 직접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것은 '카풀'이지만, 정작 그 본질은 '4차산업혁명'이다. 지금 저들은 '4차산업혁명'과 대적하고자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 게임일까? 속도를 약간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지금의 저항은 택시의 대안으로서 공유차량의 조기 등장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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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멈추게 할 수 없다.
거대한 파도가 닥치면, 누군가는 파도에 휩싸여 사라지고, 누군가는 파도에 올라 서핑을 타며 즐길 것이다.

파도는 막지 못한다.
하지만 그 파도를 즐길 수는 있다.
파도를 즐기려면 서핑을 배워야 한다.

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서핑을 배워야 할 때라고.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