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3편 _ 특허괴물

 

 

아테나 여신은 결혼을 하거나 연인을 둔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이름에는 처녀라는 뜻의 파르테노스가 덧붙여져서 아테나 파르테노스(Athena Parthenos)라 불리며 그의 신전도 파르테논(Parthenon)으로 명명되어 있다.

그런데 처녀신인 아테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그 이름은 에릭토니우스(Erichthonius). 이 에릭토니우스의 탄생 이야기는 약간 선정적이다.

트로이 전쟁 중에 전쟁의 신들인 아테나와 아레스는 각각 그리스와 트로이의 편에 서서 전쟁을 독려하다, 급기야는 이들도 직접 싸우기도 한다. 아테나는 전쟁에 쓸 무기를 만들기 위해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찾아간다. 그런데 아테나에게 음심을 품은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의 청을 쾌히 승낙하는 척하면서 방심하고 있는 아테나를 덮쳐 겁탈하려 하였다. 놀란 아테나는 헤파이스토스를 격렬히 밀어내었지만, 그 순간 헤파이스토스는 그의 정액을 아테나의 허벅지에 배출하고 만다. 아테나는 그 불결한 배설물을 양털로 털어내고 떠나버린다.

 

<겁탈하려는 헤파이스토스를 뿌리치는 아테나>

 

사실 헤파이스토스에게는 아테나 못지않게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바로 로마신화에서 비너스라 불리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 때문에 추한 외모의 헤파이스토스를 무척이나 외롭게 했다. 불쌍한 엔지니어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포세이돈의 부추김에 힘임어 아름다운 아테나를 보자 그만 자제력을 잃고 만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아프로디테는 아테나와 아름다움을 다투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었고, 그녀의 불륜 대상은 아테나의 상대편에서 싸우고 있는 아레스이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이렇듯 서로가 복잡한 운명의 고리에 엮여있다.

<밀회 중에 헤파이스토스에게 들킨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아테나의 허벅지에서 대지로 떨어진 헤파이스토스의 욕정의 배설물은 엉뚱하게도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수태시킨다. 가이아는 뜻하지 않게 낳은 아기를 아테나에게 억지로 떠넘기고, 아테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에릭토니우스라 명명된 그 아이를 기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에릭토니우스가 인간의 상체와 뱀의 하체를 가진 반인반사의 괴물이라는 점이다.

<에릭토니우스의 탄생. 가이아는 아기를 아테나에게 떠넘기고 있다>

괴물 아기를 키우던 아테나는 아크로폴리스에 쓸 산을 구해오는 동안,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아테네 왕 케크롭스의 세 딸에게 맡기면서, 절대 바구니를 열어보지 못하도록 당부한다. 매사 모든 신화가 그러하듯, 판도라의 상자나 프쉬케의 상자처럼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한 것은 절대적으로 열리고 만다.

크롭스의 딸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여 바구니를 열어보게 되고, 반인반사의 괴물을 발견하고는 너무도 놀라서 실성하여 아크로폴리스의 언덕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만다. 케크롭스는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아테네의 수호권을 두고 서로 경합할 때 최종적으로 아테나의 손을 들어준 왕이다.

에릭토니우스는 아테나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서 당시의 왕인 암픽티온을 몰아내고 아테나의 왕이 된다. 왕이 된 에릭토니우스는 아테나 숭배를 강화하고, 자신의 보행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전차를 발명하기도 하는 등 많은 치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사후에는 제우스가 그의 충정을 인정하여 천상에 오르는 것을 허락받아 겨울철 별자리 중 마차부자리(Auriga)에 영구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구니속의 에릭토니우스를 발견하고 크게 놀라는 케크롭스의 딸들>


에릭토니우스의 탄생 이야기는 특허괴물의 생성을 그대로 암시하는 듯하다.

기술의 상징인 헤파이스토스는 그의 욕정을 못이겨 아테나를 범하려하고 그러다 엉뚱하게도 가이아를 통해 괴물 에릭토니우스가 탄생시키게 된다. 여기서 아테나는 특허제도의 수호신이며, 헤파이스토스는 기술과 욕망의 결합을 의미하고,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경제활동의 밑바탕으로서 자본주의에 연결된다.

원래 특허괴물은 기술과 욕망이 자본주의 속에서 특허제도에 결탁하여 만들어진 사생아가 아니던가? 바로 에릭토니우스는 기술과 욕정(헤파이스토스)가 특허제도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범하려다 가이아(자본주의) 속에서 성장하였으니, 바로 우리 시대에 나타난 특허괴물에 대응한다 할 것이다.


에릭토니우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가르침을 얻을만한 몇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아테나(특허제도)는 헤파이스토스의 도움(기술)을 청하러 갔지만 그의 부적절한 욕정(욕망)은 결연히 거부하였다. 제도나 체제는 순간에 끓어오르는 욕정이나 개인의 탐욕과 야합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둘째, 아테나(특허제도)는 에릭토니우스(특허괴물)의 탄생을 예상하거나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배척하지 않고 품에 받아들인다. 아무리 괴물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탄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는 없다. 에릭토니우스든 특허괴물이든 그 탄생의 책임은 그를 둘러싼 기존의 환경(기술, 욕망, 자본, 특허제도)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아테나는 에릭토니우스를 아테네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 기르고 가르친다. 그는 아테나의 가르침과 보호 아래 성장하여 아테네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비록 원하지 않은 사생아라 하더라도 그를 포용하여 체제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괴물 에릭토니우스는 끝내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기존 왕을 몰아내고. 태생적으로 본능적 욕망의 지배를 받는 뱀과 아테나의 지혜를 물려받은 인간의 결합체인 괴물이 아테네의 왕이 된 것이다. 우리 특허제도도 그러한 운명을 겪을 수 있다. 발명자 보호나 산업발전이라는 당초의 입법 취지는 사라지고 오로지 경제적 욕망의 충족을 위한 괴물의 제도로 진화하는 것 말이다. 아니 작금의 특허전쟁을 보면 이미 특허제도는 파충류의 본능이 더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