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8편 _ 재판관 아테나(1)

 

그리스의 수호신 아테나가 재판관으로서 재판을 주재한 적이 있다.
그 재판의 피고인은 누이 일렉트라와 공모하여 생모를 살해한 오레스테스였다. 오레스테스의 살모 행위는 그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자에 대한 복수였다. 그런데 그 살인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그의 생모 클리타임네스트라였던 것이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결탁하여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막 귀환한 그리스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을 살해하였다. 그런데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도 아가멤논에 대해 그를 죽일만한 상당한 원한이 있었다.

렇게 원한이 얽히고 설킨 운명의 실타래는 오레스테스의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원죄와 저주가 낳은 결과이다. 그래서 오레스테스의 죄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선조들의 과거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가문의 역사는 탐욕, 패륜, 복수, 간통, 근친상간, 약탈 등 온통 광포한 무질서로 얼룩져 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들은 이 가문을 주제로 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겨놓았다. 특히 오레스테스의 재판에 관한 내용은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최고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에 잘 표현되어 있다.


아가멤논 가문의 시조는 탄탈로스(Tantalus)이다. 탄탈로스는 제우스의 아들로서 님프 플루토(Pluto : ‘부유한 여자’라는 뜻)에게서 태어났다. 플루토는 그리스 동쪽에 위치한 풍요로운 땅 아나톨리아 지방 리디아 왕국의 상속녀이다. 제우스는 이 풍요로운 나라에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고자 플루토를 통해 탄탈로스를 낳아 리디아의 왕이 되게 하였다. 탄탈로스는 신들에게 많은 제물을 바쳐 사랑을 받아 인간임에도 올림포스의 파티에 초대받는 특권을 누리고,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를 먹어 불사의 몸이 된다.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고, 아내 디오네와의 사이에서 펠롭스, 브로테아스 및 니오베를 두었다. 

신들의 생활을 너무 가까이한 탄탈로스는 교만해진다.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훔쳐와 인간들에게 자랑삼아 나누어주기도 하고 신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인간들에게 흘려 신들과의 교분을 과시한다.
교만이 극에 달한 탄탈로스는 결코 해서는 안되는 짓을 저지르고 만다. 신들이 인육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아들 펠롭스를 죽여 그 고기로 요리를 해서 신들에게 바친 것이다. 신들은 대접받은 요리가 사람 고기로 만들어졌음을 알고 경악했지만, 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 납치되어 상심에 차 있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요리를 먹어버린다. 격노한 제우스는 탄탈로스를 지옥 타르타로스에 집어던지고, 요리들을 다시 모아서 솥에 넣어 끓인 다음, 인간의 탄생을 지배하는 운명의 여신 클로토가 이를 새로이 빚어 펠롭스가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런데 데메테르가 먹어버린 어깨 부분은 되살릴 수가 없어, 데메테르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요청하여 상아로 어깨 부분을 맞들어 맞춰준다.
 

<탄탈로스가 준비한 신들의 향연> _ 위그 타라발(Jean-Hugues Taraval) 작

끔찍한 패륜을 저지른 탄탈로스에게 가해진 형벌은 강물에 머리만 내밀고 서있는 것이다. 휩쓸려갈 불안에 더하여 그의 머리 위에는 큰 바위가 언제라도 떨어질 듯이 매달려 있다. 물이 목에까지 차있어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이면 물은 피해서 물러나버리고, 눈앞에 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지만 손을 뻗으면 바람이 가지를 밀어 올려버린다. 그는 신들의 음식을 먹었기에 불사의 몸이다. 그러니 영원히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tantalize’(감질나게 하다, 애타게 하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또한 1802년 스웨덴의 화학자 에셔베리가 새로운 원소를 발견할 때 산에 녹지 않아 애를 먹었기에 그 원소의 이름을 탄탈(Tantalum)이라 명명하였다. 

<탄탈로스의 갈증> _ Bernard Picart, 1754

탄탈로스의 둘째 아들 브로테아스는 뛰어난 사냥꾼이었지만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하지 않았다. 아르테미스는 그를 벌하여 미치게 만들었고, 미친 그는 자신의 몸이 불에 타지 않는다고 믿고서 장작 불 속에 뛰어 들어가 타죽는다. 브로테아스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도 탄탈로스라 명명하였다. 이 손자 탄탈로스는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첫 번째 남편이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미모에 반한 아가멤논은 삼촌 탄탈로스 2세를 죽이고 자기의 아내로 삼았다.

딸 니오베는 테베의 왕 암피온의 아내가 되어 무려 7남7녀의 자녀를 둔다. 이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 니오베는 테베의 수호신이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보다 자신이 더 훌륭하다고 뽐낸다. 화가 난 레토는 아폴론에게는 그녀의 아들들을 죽이게 하고 아르테미스에게는 딸들을 죽이게 한다. 한꺼번에 모든 자식들을 잃은 니오베는 비탄에 빠져 고향 리디아의 시필로스 산에 올라 밤낮없이 울며 탄식하다가 돌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돌이 되어서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탄탈로스와 그 후손들의 불행은 인간의 교만에 대한 신의 벌을 시사한다. 큰 아들 펠롭스와 그의 후손들에게도 만만찮은 가족사가 있다. 그들에게 일어나는 탐욕, 복수, 치정, 근친상간 등에 관한 납량특집 수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