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천과우(貧賎寡友)
가난하고 천하게 되면 친구가 적어지는 법이다


친구가 오랫만에 찾아왔기에 소주를 한 잔 하였다. 
사업 실패로 모든 걸 날리고 몇 년 간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친구다. 술이 조금 들어가자 친구가 말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마음만 다부지게 먹으면 그리 힘들지 않다. 정말 힘든 것은 옛날 가까이 지냈던 많은 사람들이 내가 힘들어지자 의도적으로 멀리 하거나 연락을 끊은 것이다. 다행히 이제 형편이 좀 나아지고 있어 이렇게 나들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을 들으니 뜨끔하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예전 같으면 응당 연락했었을 모임 등이 있었을 때 잠시 망설이다 그 친구를 연락 대상에서 뺀 적이 몇 번 있다. 그 친구가 아직 나다니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는 내 독단의 추측으로 그리 한 것이다.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변명을 댔더니, 그건 친구들의 문제이기보다는 자신의 내심적 정서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라고 너그러이 이해를 해주면서도, 유독 친하게 지냈던 몇 사람의 매몰찬 변화로 인한 아픔은 모두 숨기지는 못한다.

그 친구에게 맹상군의 빈천과우(貧賎寡友) 고사를 이야기 해주었다.

친구야. 춘추전국시대 고사를 하나 이야기 해줄께. 충분히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국시대 후반에 제나라에 맹상군이라는 걸출한 재상이 있었다. 그 집에 기식하는 식객이 거의 일개 연대 병력 수준인 3천명이었다고 한다. 뛰어난 책략가에서부터 개도둑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해서 먹여살리고 있었던 기라. 

그런데 맹상군이 다른 신하들의 중상모략으로 재상직에서 파직했는데, 그 때 식객들은 고동안 보살펴준 은혜를 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거지. 풍환이라는 지혜로운 책사 한 사람만 남아 있었던 거야.
그러다 왕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맹상군을 달리 불러들이게 됐어. 그러자 옛 자리로 복귀하게 된 맹상군은 자기를 떠난 식객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들 얼굴에 침을 뱉어 욕을 하겠다고 하였지. 그 때 풍환이 맹상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부귀하면 사람이 많이 따르고,
가난하고 천해지면 친구가 멀어지는 것은 만사의 이치입니다.
침에 사람들이 시장에 앞다투어 몰려들지만
날이 저물고 나면 시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시장의 아침은 좋고 저녁은 싫어서가 아니라
시장에 바라는 물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

친구는 잘 들었다고 고맙다고 말한다. 
진정한 우정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동고동락(
同苦同樂)일 것이다.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한결같이 우정을 유지하는 것이 의리에 맞다. 그러나 그 의리를 모든 친구와 지인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내 형편이 어려울 때 많은 사람들이 멀어지고 다시 좋아지면 내가 그들 속으로 돌아가듯 그들도 돌아온다. 그러니 떠나는 사람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미워해서는 안된다. 그 게 빈천과우(貧賎寡友)의 가르침이다. 그게 인지상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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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상군열전 발췌 원문 및 번역문]

제왕이 비방 때문에 맹상군을 폐한 뒤로 식객들이 모두 떠났었다. 뒤에 다시 불러 자리를 회복시키자 풍환이 맹상군을 맞이했다. (도성에) 도착할 무렵 맹상군은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 전문이 늘 빈객을 좋아하여 그들을 대우하는데 감히 소홀함이 없어 식객이 3천이 넘은 것은 선생께서도 아시는 바입니다. 식객들은 이 전문이 어느 날 쫓겨나는 것을 보고는 모두 이 전문을 배반하고 떠나서는 이 전문을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선생 덕분에 자리를 회복했는데 빈객들이 또 무슨 면목으로 이 전문을 다시 볼 수 있겠습니까? 만약 다시 이 전문을 보려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그 얼굴에 침을 뱉어 크게 욕을 보일 것입니다!”

풍환이 말고삐를 매고 수레에서 내려와 절을 했다. 맹상군도 수레에서 내려 그를 맞으며 “선생께서 식객들을 대신해서 사과하시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풍환은 “식객들을 위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군의 말씀에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릇 사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 있고 원래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군께서는 아십니까?”라 하자 맹상군은 “어리석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살아 있는 것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라는 것은 만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부귀하면 인재가 많이 모이고, 가난하고 천하면 친구가 적어지는 것은 만사의 이치가 원래 그런 것입니다. 군께서는 아침에 시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날이 밝으면 어깨를 부딪치며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고 나면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돌아보지 않습니다. 아침은 좋고 저녁은 싫어서가 아니라 바라는 물건이 거기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께서 자리를 잃자 빈객들이 다 떠났다고 해서 이들을 원망하여 그저 빈객들의 길을 끊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군께서는 빈객들을 전처럼 대우하시길 원합니다.”

맹상군은 거듭 절하며 “삼가 그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들었는데 감히 가르침을 받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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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리무진을 함께 타고 싶어한다.
하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리무진이 고장났을 때 버스를 함께 타 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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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어려울 때를 함께 할 수 있어도 오히려 좋을 때 즐거움을 함께 하기 힘든 사람도 있다.
이를 장경오훼(長頸烏喙)형 인간이라고 한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