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7.08.14 08:52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여행은 새로운 곳(공간 空間)을 찾아가서 기억할만한 좋은 시간(時間)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과 시간을 어떤 인간(人間)과 함께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공간( 空間), 시간(時間), 인간(人間) 모두 사이(間)라는 글자를 포함하고 있다. 공간은 사물과 사물 사이의 변화를 가리키고, 시간은 순간과 순간을 잇는 시간의 흐름이다.
여행의 품질은 공간과 시간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역시 인간(人間)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間)의 품질에 따라 그 장소와 그 순간은 천당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저의 이번 짧은 휴가 여행은 모든 사이(間)가 완벽했다.
좋은 곳을 찾아갔고, 타이밍도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함께 한 친구들 까지, 모든 "사이(間)의 품질"이 최고였다. 이런 기회를 가끔 가질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재물이 아닌 순간(경험, 추억)을 축적하라>


'사이'는 여백이다.
여백을 손실이나 낭비라고 여겼을 때가 있었다. 공간이든 시간이든 빈틈없이 꽉채워야만 효율이라고 생각하여, 잠시의 무료함도 적응하기 어려웠었다. 

이제는 빈 곳 그 여백의 아름다움을 알듯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서와 같이..
우리가 길을 갈 때 사람에게 필요한 땅의 면적은 발자국이 놓여지는 곳의 면적뿐이다. 나머지 땅은 어쩌면 낭비다. 하지만 그 불필요한 나머지 땅이 없으면, 우린 뛸 수도 걸을 수 없다. 어쩌면 걸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여백으로 불리는 그 '사이'를 위해 실체가 존재하는지 모른다. 사물과 사물 사이, 때와 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위해, 사물도 순간도 사람도 존재한다.


[간격] _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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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