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기술2009.02.05 11:38

[케미컬에세이]다이옥산? 다이옥신?

2009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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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지역의 가뭄이 심해지면서 수돗물에 들어있는 다이옥산의 농도가 높아져 큰 문제가 됐다. 발암물질이라고 하니 주민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뉴스를 보고 “혹시 다이옥신을 잘 못 말한 것 아냐?”라는 얘기가 있었다. 물론 언론이 이런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다. 다이옥산은 우리 귀에 익숙한 환경호르몬 다이옥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쉽게 말해 친척뻘인 화합물이다.

이런 분자이름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기자는 옛날 유기화학을 배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과학과목을 얘기할 때 흔히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순서로 말한다. 그래서인지 화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중간 특성을 띠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물리학과 겹치는 물리화학, 생물학과 겹치는 생화학이 있다. 그런데 화학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유기화학(다이옥산처럼 유기화합물을 다루는 분야)은 이런 분류가 통하지 않는다.

유기화학을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에 유기화학 과목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꽤 많은 이공계대생들이 유기화학을 공부한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지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전공자들은 유기화학을 배우면서 그 낯설음에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기자 역시 화학과를 나왔지만 가장 자신 없는 분야가 유기화학이다.
보통 과학은 발견의 학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기화학(정확히는 유기합성화학)은 창조의 학문에 가깝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의 구조를 밝힌 뒤 또는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분자를 설계한 뒤 어떻게 하면 플라스크 안에서 (마치 집을 짓듯이)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다. 이들은 스스로 ‘분자 건축가’라고도 부르고 자신들의 일이 과학보다 예술에 더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화학자들이 합성한 분자는 100만 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만든 분자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큰 일이다. 화학자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분자의 이름을 정하는데 대부분 너무 길어 읽기도 버겁다. 그래서 흔하거나 중요한 분자에는 이런 공식 명칭 외에도 별칭이 있게 마련이다.

다이옥산과 다이옥신은 기본 골격이 거의 똑 같다. 둘 다 산소원자가 둘 들어간 탄소 고리 화합물인데 탄소 원자 사이의 결합 성격이 좀 다르다. 지금 문제가 된 다이옥산은 1,4-다이옥산으로(1,4라는 숫자도 규칙에 따라 붙인다!) 물론 1,4-다이옥신도 있다. 그런데 환경 호르몬으로 거론하는 다이옥신은 이런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이 기본골격 양쪽에 또 다른 탄소 고리와 염소원자가 달린 복잡한 분자들을 묶어서 부르는 별칭이다.
지난해 멜라민(멜라닌과 혼동)에 이어 다이옥산(다이옥신과 혼동)까지, 이제 유기화학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도 복잡한 유기화학 세계의 ‘쓴 맛’을 보는 시대가 된 것일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