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텐트를 차지하는 법


어느 추운 날 밤, 낙타가 말했다.
"제 코만이라도 텐트 안에 들여놓으면 안될까요?"
"물론 괜찮지."라고 주인이 답하자,
코를 텐트 안으로 들이밀어, 텐트 안의 온기로 몸을 데웠다.

그러다 '주인님, 제 목도 좀 따뜻하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주인은 "괜찮아, 문제 될 것 없어"라고 답했다.
낙타는 안을 둘러보며 온 얼굴로 온기를 느꼈다.
"안이 아직 넓네요. 제 앞다리를 넣어도 되겠죠?"

주인은 "난 괜찬아. 들어오게"라고 말하며,
옆으로 몸을 굴러서 자기 자리 옆에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입구가 열려 있어서 나 때문에 내부가 춥군요.
내 몸을 모두 들어가게 하면 안될까요?"
라고 낙타가 대담하게 말했다.

주인은 투덜거리며 자리를 좀더 비켜주었고,
낙타는 힘을 다해서 밀어부치며 들어와서는 말했다.
"이 공간은 우리 둘이 쓰기에는 너무 좁군요.
둘 중 하나는 나가야 할텐데, 당신이 좀 나가주시죠."

그러고는 주인을 밀어내고 날이 밝아서야 물러나니,
주인은 쫒겨나와 바깥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이런 낙타와 같이, 일단 발을 들여놓은 다음,
 텐트뿐만 아니라 나라를 통채로 차지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 진입장벽

이 '낙타가 텐트를 차지하는 법' 이야기는 여러가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적절히 인용되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일단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는 낙타의 전략이 매우 유효하다. 이를 한발들이기 전략(Foot in the door strategy)라 부른다.
낙타가 코를 들이밀듯 한 발을 들여놓으면, 기존 경쟁자들의 경계심을 최소화하면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큰 저항없이 세력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 설득

이 전략은 설득이나 협상의 영역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일관성(consistency)을 지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작은 요구를 들어준 사람은 이후에 더 큰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방문 판매나 다단계 분야에서 이 심리적 특성을 널리 이용하고 있다.

호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라 부른다.
"친절을 일단 베푼 사람은, 베품을 받은 사람보다, 다시 한 번 친절을 베풀 가능성이 높다."


** 방어적인 입장

낙타 주인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텐트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애초 코를 들이밀 때 단호히 대처하였어야 한다.
호미로 가볍게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는 "제 때 한 바느질이 아홉 번의 바느질을 줄여준다"(A stitch in time saves nine!)이라고 한다.


** 제궤의혈(堤潰蟻穴)

'낙타의 텐트 차지 법'의 의미에 대해서는 노자(老子)가 한마디로 잘 설명하고 있다.

"천장 높이의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진다'
(천장지제궤자의혈 千丈之堤潰自蟻穴
韓非子 喩老篇)

방죽을 무너뜨리든 아니면 방죽을 지키든 어느 쪽이든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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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모호함의 미학


..
내가 변리사로서 첫 실무를 시작했던 그 사무소의 대표 변리사는 군산 출신이셨다. 그 지방 출신답게 불특정 대명사인 '거시기'라는 말을 자주 쓰셨다. 가끔 내 자리에 어슬렁어슬렁 오셔서는 뜬금없이, '허변, 거시기 그거.. 거시기 하고 있는가?'라고 물으셨다. 처음에는 질문하시는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어느 사건 말씀인가요?'라고 되묻기도 하고, 어떤 땐 최근에 함께 협의하였던 사건에 대해 물어보시는 거라 여기고 그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해 상세히 보고드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좀 지나고 보니 그 질문의 본래 의미가 그저 '별 일 없지?' 혹은 '열심히 하고 있는가?' 정도의 인사말에 물과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좀 익숙해진 후에는 대화가 매우 순조로워졌다.

"허변, 거시기 그거.. 거시기 하고 있는가?"
"예. 거시기는.. 별 거시기 없습니다."

이런 희안한 우리 대화를 듣는 주변의 팀원들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영화 '황산벌'에서 이문식의 '기시기' 관련 코메디 연기는 압권이었다. 신라의 첨자가 염탐해온 백제군들의 대화는 모두 거시기로 시작해서 거시기로 끝나니, 제대로 염탐은 했으되 아무 것도 알게 된 게 없었다. 

'거시기'는 아무것도 뜻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 모호함이 참 좋다. 그 모호함 속에는 항상 명확한 메시지가 있다. 단순한 말문을 트는 인사이거나, 정서적 공감에 대한 확인이거나, 난감한 구체적인 상황을 우회하기 위해서이거나..


**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적잖은 농사를 각각 지으셨다. 항상 여러 일꾼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두 분의 일꾼 다루는 방식이 판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방식에 불만이 많으셨고, 항상 작은아버지의 방식을 부러워하셨다.

아버지는 성격이 곰꼼하신 분이라, 어떤 일이든 나름의 표준을 정하고 그것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하여 빈틈없이 뜻한 대로 이루어지도록 하시는 분이었다. 비닐 하우스를 지을 때에도 재료를 정확히 재단하여 제자리에 어김없이 적용되도록 하셨고, 종이나 노끈 하나를 자르더라도 허투루 남거나 행여 모자라지 않아야 한다. 훌륭한 엔지니어로서의 자질이라 할 수 있다. 가끔 너무 여유없이 설계를 했다가 아까운 비닐 등 재료를 통째로 못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성정을 가진 분이시니, 일꾼들을 다룰 때에도 그랬다. 까다로운 당신의 방식을 사전에 세세히 전수하였고, 그들이 하는 일을 일일이 확인하셔야 직성이 풀리셨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도 주인의 지적을 염두에 두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런 신경 씀이 일하는 맛을 떨어뜨렸을 것이고 일의 효율에도 보탬이 될 리가 없었다. 특히나 곁에서 수발하는 어머니에게는 융통성 없는 숨막힘이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작은아버지는 아버지보다 대범하고 거친 편이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일 재주가 무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잘 가르치지도 못하셨다. 그저 총괄적인 목표만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부분은 막연히 일꾼들에게 맡겼다. 목표가 주어지면 일꾼들은 그 일을 효율적으로 끝내기 위해 스스로 일을 할당하고 일하는 방식도 스스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면 이제 그 일은 자신들의 것이었다. 스스로 일을 설계하고 시작하니, 충만한 성취동기를 가지고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에 임하였을 것이다. 지시의 모호함은 자발성을 유발시키고, 자발성은 동기 부여와 성취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어릴 때 아버지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면 어쩐지 즐겁지가 않았다. 시시콜콜 시키는 대로만 하여야 하고, 시킨 대로 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내 나름의 요령을 부렸다가는 호통이 떨어진다. 내가 일을 하면서도 내 일을 한다는 성취감이 없으니 일의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내가 한 일이 잘 마무리 되면 그건 아버지가 시킨대로 한 결과이니 칭찬받을 이유도 없다. 아버지와의 일의 결과는 당연한 결과이거나 잘못을 지적당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어릴 때 칭찬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세심함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복잡한 상황이나 민감한 기계장치에 관련하는 일에서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미묘한 사람의 심리를 고려한 세심함이 필요한 때가 있는가 하면, 디테일을 완전히 배제하고 큰 그림만을 가지고 모호하게 지시하여 내적 동기를 촉발시켜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 모든 리더는 세심함과 모호함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덕목을 한 몸에 무장하여,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인간적 모습을 선택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운명이다.

**
변리사가 되어 사무소를 개업하고 나니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일을 검수할 일이 내 일을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우리 업무의 특성상 오류가 허용되지 않으니 꼼꼼한 검수가 불가피하다. 워낙 다부지게 가르치니 한 때 우리 사무소는 변리사 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아버지를 그대로 닮아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모든 메일과 문서 등의 작성에 있어 그 디테일에 집착하여 빈틈없이 검수한다. 내게 결재 올라온 서류에 칭찬은 없다. 가차없는 지적 사항들로 넘쳐난다. 최근에야 그 지적질 버릇을 좀 줄이긴 했지만 내 속의 '디테일의 악마'로 인해 그동안 적잖은 내상을 입은 수많은 영혼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오래 전에 우리 사무실에서 실무 수습을 하였던 변리사를 얼마 전에 만났더니, 그 당시에 내가 지적해주었던 초안들을 아직 간직하고 가끔 들여다 본다고 한다. 낯이 화끈거렸다. 설마 내가 가르쳐준 것을 복습하기 위해 볼 것 같지는 않다.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지적질 투성이 초안을 다시 들여다 보았을까?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아닌지 몰라.

..
어제 저녁에 아들 방에서 모자 간의 대화가 좀 날카로워지더니,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내게까지 거슬리게 들려왔다. 대충 상황을 보니, 한참 정신 없을 고3 아들이 인터넷으로 딴 짓을 좀 하고 있었고, 그걸 본 아내는 더 빡세게 수험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이것저것 지적한 듯하다. 아들은 엄마의 지적하는 언어나 내용이 너무 불편하다고 그렇게 기분 나쁘게 말할 거 뭐 있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참을 듣다가 둘다 불러서 잠시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아들의 태도를 중점으로 지적하며 어찌 풀리기는 했지만, 나는 사실 아내의 지적(질책) 방법이 영 마음에 불편하다. 그냥 '수험 준비 좀더 집중해서 노력해야지?' 정도로만 말하면 아들은 혼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에게, 지난 모의고사에서 어느 과목은 몇 등급이고 전체는 어떻게 되는데 지금 그런 식으로 긴장을 풀고 있으면 결과가 어찌 되겠냐는 식으로 바늘로 찌르듯 콕콕 집어서 말하면, 설사 그 말이 아무리 옳은 말이라 하더라도 듣는 아이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설사 어찌 좀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촛불만큼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질책에 훅 꺼져버리고 말지 않겠는가. 
고3은 지금 한창 피말리게 경기를 하고 있는 라운딩 중의 골프 선수와 같다. 그런 선수에게는 그저 총괄적인 상위개념으로 간단히 말하는 게 좋다. 이렇게.. "아들아~ 잘 하고 있나?" 혹은 "힘들재? 쉬엄쉬엄해라~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거든.' 



..
그래서 이런 격언이 생각난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과도한 디테일은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는 악마가 될 수 있다. 악마는 그냥 디테일 속에 숨겨서 드러내지 말고, 그저 상위 개념만 언급하는 것이 평화와 사랑을 유지하는 최고의 지혜이다.

여하튼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우리 전라도 말 속의 '거시기'라는 표현이 그렇게 신통할 수가 없다.

'여러분들~ 경기가 어려운 요즘 다들 거시기 하고 하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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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라


협상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면 어떨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상대방이 정보나 경험 등의 면에서 훨씬 더 우위일 경우가 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이 나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요?', '저와 같은 상황이 되어 본 적이 있으실텐데, 그때 어떻게 상황을 벗어나셨습니까?', '제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건가요?' 등등의 조언을 구한다면 어떨 것인가.


통상 생각하기로는 밀고 당기는 거래를 하여야 할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나의 준비, 경험 혹은 역량의 부족이나 약점을 적에게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러니 협상 득실의 관점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지를 생각하면 자존심의 손상도 무시할 수 없다. 협상은 힘겨루기와 같은 것인데, 상대방에게 끌려가야 하는 그런 멍청한 짓을 누가 할 것인가.

그런데 최근의 앨리슨 우드 부룩스(Alison Wood Brooks) 교수 등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그 사람을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조언을 구하면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는 지혜를 상대도 인식하게 될 것이니, 상대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각인된다.
둘째,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다. 조언을 구하면 인간적 문제 등의 리스크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그러한 리스크 감수에 관련한 취약점과 의지를 가감없이 드러내어 그 리스크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호감을 증진시킨다. 조언을 구할 때에는 상대를 칭찬하거나 치켜세우게 되므로, 상대의 자부심을 고조시키며, 이러한 행위로 인해 서로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 


위의 3가지 효과(정보습득, 자신감, 호감)를 통해, 정보 습득이라는 매우 실질적인 성과와 함께, 상대로 하여금 나를 유능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협상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몇 가지 더 예상된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 '관점전환 효과 ', '인정의 욕구 자극 효과' 및 '유도 전략 효과' 등.

**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


조언 구하기의 긍정적인 효과로서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를 들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는 누군가에게 한 번 베풀게 되면 그 베품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효과이다.

"당신에게 한 번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은,
당신으로부터 친절 베품을 받았던 사람에 비해,
반복해서 친절을 베풀어줄 가능성이 높다."
_ 벤자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펜실베니아 주 의회 의원으로 있었을 시절에 껄끄러운 정적이 한 명 있었다. 그와의 관계를 좋게 하고 싶었던 프랭클린은, 그 정적에게 그가 소장한 책을 한 권 빌려달라고 하고 며칠 후 그것을 되돌려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정적은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고사로부터 유래한 것이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이다.

이 효과는, 협상 등의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가벼운 부탁을 하여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가는 데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적은 금액의 차비 등을 빌리거나 자리 배치를 함께 변동하는 등의 행위가 이에 해당하며, 상대에게 '조언 구하기'도 좋은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 관점 전환 효과

'조언 구하기'는 나의 입장을 진솔하게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그러면 조언을 하고자 하는 상대는, 자신의 관점을 떠나 나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나름대로의 적절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 전환을 통해 양 당사자 사이에는 적든 많든 동료 의식이 생성되어, 양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win-win 협상 성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다. 

** 인정의 욕구(Needs of Esteem)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조언을 요청받으면 자신의 역량이나 경험 혹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인정 욕구를 매우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이다. 조언을 요청받아 인정욕구를 충족한 상대방은, 무장이 해제되어, 웬간한 사정이 없으면 상황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조언을 해주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조언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지만, 조언을 한 사람은 존경 내지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조언을 요청한 사람에게 더욱 강화된 호감을 갖게 되는 효과가 부수적으로 발생한다.

** 유도전략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일종의 '유도전략'이다. 
스포츠인 유도에서는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여 상대방을 효율적으로 제압한다. 이같이 크고 강한 상대와 경쟁할 때 직접 맞부딪치지 아니하고 상대를 다루는 전략을 '유도전략'이라 부른다.
유도전략의 핵심은, 상대방을 밀접하게 붙잡되, 상대와 동일한 방법으로 힘을 겨루지 않고, 상대가 쓰는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협상 상황에서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유도전략을 요체를 그대로 응용하는 것과 같다.
이슈와 관련해서 상대와 밀접하게 관계하면서, 상대와 포지션을 겨루지 않고 오히려 그의 힘을 빌려 협상을 나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절묘한 유도의 기술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유도전략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에게 조언 구하기는 다음과 같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①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한다.
② 나의 자신감을 전달한다.
③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동시에, 나를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시킨다.
④ 상대의 반복된 도움을 구할 수 있다.
⑤ 입장 전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⑥ 상대의 인정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주어 무장을 해제시킨다.
⑦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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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검(說劍) _ 장자

[천자의 검, 제후의 검, 서인의 검]


옛날 문왕(趙文王)이 검(劍)을 좋아하였으니,

사(劍士)들이 몰려와 식객(食客)이 3천여 명이나 되었고,

밤낮 없이 왕 앞에서 서로 싸워, 사상자가 한 해 백여 명이나 되어도,

왕은 그 취미에 싫증을 내지 않았다.

그러길 3년이 지나니 나라가 쇠하여, 다른 제후들이 조나라를 노렸다.

[昔趙文王喜劍 劍士夾門而客三千餘人 日夜相擊於前

死傷者歲百餘人 好之不厭 如是三年 國衰 諸侯謀之.]


태자 회(悝)가 이를 걱정하여, 좌우를 불러모아 말하였다. 

누가 왕을 설득하여 검 좋아하는 취미를 그만두게 할 수 있다면,

천금을 하사하리라." 

좌우에서 말했다. 장자(莊子)면 능히 해낼 것입니다." 

이에 태자는 사람을 시켜 천금으로 장자를 모시게 하였으나,

장자는 이를 받지 않고, 사자와 함께 가서 태자를 만나 말했다. 

태자께서는 무엇을 시키시려고 저에게 천금을 내리셨습니까?"

[太子悝患之 募左右曰 孰能說王之意 止劍士者 賜之千金 左右曰 莊子當能 太子乃使人以千金奉莊子 莊子弗受 與使者 俱往見太子曰 太子何以敎周 賜周千金.]


태자가 말했다.

“그대가 밝고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삼가 천금을 예물로 드리면서 모시고자 했는데, 그대가 받지 않으니, 내 어찌 감히 말을 하겠소?"

장자가 말했다.

태자께서 저를 쓰시려는 이유는

왕의 취미를 끊게 하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를 시켜 위로는 대왕을 설득하게 하려했는데

그것이 왕의 뜻에 거슬리게 되면,

이는 곧 아래로는 태자의 뜻에 부합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형벌에 처해져 죽게 될 것이니,

제가 천금을 쓸 일이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를 시켜 위로 대왕을 설득하였다면

이는 아래로는 태자의 뜻에도 부합합니다.

그러면, 조나라에서 무엇을 구하든 얻지 못하겠습니까?"

[太子曰 聞夫子明聖 謹奉千金以幣從者 夫子弗受 悝尙何敢言. 莊子曰 聞太子所欲用周者 欲絶王之喜好也. 使臣上說大王而逆王意 下不當太子 則身刑而死 周尙安所事金乎. 使臣上說大王 下當太子 趙國何求而不得也.]


태자가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왕께서는 오직 검사들만 만나고 있습니다."

장자가 알겠습니다. 저도 검을 잘 씁니다.”하니,

태자가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왕이 만나는 검사들은, 모두 풀어헤친 머리카락에 구레나룻을 하고 눌러쓴 삿갓에다 갓끈을 늘어뜨리며 옷은 뒷자락이 짧습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말이 거칠어야 왕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필경 유자의 옷을 입고 왕을 알현할텐데,
그러면 일은 크게 어긋나고 말 것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러면 나에게 검복(劍服)을 마련해 주십시오."

3일 후 검복을 마련하여 태자를 만나고, 태자와 함께 왕을 알현하였다.

[太子曰 然 吾王所見 唯劍士也. 莊子曰 諾 周善爲劍. 太子曰 然 吾王所見劍士 皆蓬頭突鬢 垂冠曼胡之纓 短後之衣 瞋目而語難 王乃說之 今夫子必儒服而見王 事必大逆. 莊子曰 請治劍服. 治劍服三日 乃見太子 太子乃與見王.]



왕은 시퍼런 칼날을 뽑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장자는 대전으로 들어가, 잰걸음을 하지 않고 왕을 보고도 절 하지 않았다.

왕이 그대는 과인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려고 태자를 앞세웠는가?"하니,

장자가 말했다.

대왕께서 검을 좋아하신다고 들었기에, 검으로 왕을 뵙고자 합니다."

왕이 그대의 검은 몇 사람이나 제압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장자가 말했다.

신의 검은 열 걸음에 한 명씩 베어 천리를 멈춤없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천하무적이로다!"

[王脫白刃待之 莊子入殿門不趨 見王不拜. 王曰 子欲何以敎寡人 使太子先焉曰 臣聞 大王喜劍 故以劍見王. 王曰 子之劍何能禁制?

曰 臣之劍 十步一人 千里不留行. 王大悅之曰 天下无敵矣!]


장자가 말했다.

“무릇 검이라고 하는 것은,

빈틈을 보이고 몸을 열어 상대가 유리하게 여기게 하여,

늦게 발검하고 먼저 찌르는 것입니다.

이를 시험하고 싶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대는 객사에 가서 쉬며 명을 기다리시오. 시합 준비하여 부르리다."

이어서 왕은 검사들을 7일 동안 겨루게 하여,

6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5~6명을 뽑아 대전 아래에 검을 들게 하고서,

비로소 장자를 불러, 왕이 말했다.

오늘 검사들이 검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시오."

장자가 말했다“이 날을 기다린지 오래입니다."

왕이 말했다“그대가 쓰는 검의 길이는 어느 정도입니까?"

[莊子曰 夫爲劍者, 示之以虛, 開之以利, 後之以發, 先之以至 願得試之.

王曰 夫子休就舍 待命 設戲 請夫子.王乃校劍士七日 死傷者六十餘人 得五六人 使奉劍於殿下 乃召莊子.

王曰 今日試使士敦劍. 莊子曰 望之久矣. 王曰 夫子所御杖 長短何如.]


장자가 말했다.

신이 사용할 것은 모두 좋습니다만.

신에게 세 종류의 검이 있는데, 왕께서 쓰실 것만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들에 대해 말씀 드린 후 시합을 하게 해주십시오."

왕이 세 가지 검에 대해 물으니, 장자가 말했다.

천자의 검이 있고, 제후의 검이 있으며, 서인의 검이 있습니다."

[曰 臣之所奉皆可 然臣有三劍 唯王所用 請先言而後試

聞三劍 曰 有天子之劍 有諸侯之劍 有庶人之劍]



왕이 천자의 검이란 어떤 것이오?"라고 하니, 장자가 말했다.

천자의 검
연(燕)나라 계곡의 석성(石城)을 칼날로 삼고,
제(齊)나라 대(岱)나라를 칼끝으로 삼고,

진(晉)나라와 위(衛)나라를 칼등으로 삼고,

주(周)나라와 송(宋)나라를 칼자루테로 삼고,
한(韓)나라와 위(魏)나라를 칼자루로 삼으며,

사방의 오랑캐로 둘러싸이고, 사계절로 속이 채워지며,

발해(渤海)로 감싸서, 항산(恒山)을 띠 삼아 두릅니다.

오행(五行)으로 다스리고, 형덕(刑德)으로 따지며, 음양으로 펼치고,

지킴은 봄여름과 같이, 쓰임은 가을겨울처럼 합니다.

[王曰 天子之劍何如. 曰 天子之劍 以燕谿石城爲鋒 齊岱爲鍔 晉衛爲脊 周宋爲鐔 韓魏爲夾 包以四夷 裏以四時 繞以渤海 帶以恒山 制以五行 論以刑德 開以陰陽 持以春夏 行以秋冬]


이 검은,

바로 뻗으면 앞으로 걸림이 없고, 쳐올리면 위로 걸림이 없고,

내리치면 아래로 걸림이 없고, 휘두르면 사방에 걸림이 없으니,

위로는 뜬구름을 자르고, 아래로는 땅의 맥을 끊습니다.

이 검을 한번 쓰면,

제후들을 두려움에 떨게하고 천하가 복종하니,

이것이 바로 천자의 검입니다.

[此劍, 直之无前 擧之无上 案之无下 運之无旁 上決浮雲 下絶地紀

此劍一用 匡諸侯 天下服矣 此天子之劍也]

 

문왕망연자실(芒然自失)하게 있다가,

제후의 검은 어떤 것이오?"라고 묻자, 장자가 말했다.

[文王芒然自失 曰 諸侯之劍何如]


제후의 검,

지혜와 용기를 가진 선비를 칼날로 삼고,

청렴한 선비를 칼끝으로 삼고,

현명하고 어진 선비를 칼등으로 삼고,

충정이 뛰어난 선비를 칼자루테로 삼고,

호걸과 같은 선비를 칼자루로 삼으니,

이 검도 역시,

바로 뻗으면 앞으로 걸림이 없고, 쳐올리면 위로 걸림이 없고,

내리치면 아래로 걸림이 없고, 휘두르면 사방에 걸림이 없으니,

그리하여 위로는 둥근 하늘을 본받아 삼광(해. 달, 별)에 순응하고,

아래로는 네모난 땅을 본받아 사계절에 순응하고,

가운데로는 백성의 뜻에 화합하여 온 나라를 평안하게 합니다.

이 검을 한번 쓰면,

천둥 번개의 우레와 같아서,

영지 내에서 군주의 명에 복종하여 따르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이것이 제후의 검입니다.

[諸侯之劍, 以知勇士爲鋒, 以淸廉士爲鍔, 以賢良士爲脊, 以忠聖士爲鐔, 以豪桀士爲夾, 此劍, 直之亦无前, 擧之亦无上, 案之亦无下, 運之亦无旁上法圓天以順三光, 下法方地以順四時, 中和民意以安四鄕此劍一用, 如雷霆之震也, 四封之內, 無不賓服而聽從君命者矣, 此諸侯之劍也.]


왕이 서인의 검은 어떠한 것이오?" 하자, 장자가 말했다.
[王曰 庶人之劍何如]


서인의 검은,

풀어헤친 머리카락에 구레나룻을 하고 눌러쓴 삿갓에다 갓끈을 늘어뜨리며 뒷자락이 짧은 옷을 입고, 눈을 부릅뜨고 말을 거칠게 하면서, 왕 앞에서 서로 싸워, 위로는 상대의 목줄을 자르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도려냅니다.

이것이 서인의 검이니 싸움닭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다 목숨이 끊어져 버리면, 나랏일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庶人之劍, 蓬頭突鬢垂冠, 曼胡之纓, 短後之衣, 瞋目而語難, 相擊於前, 上斬頸領, 下決肝肺, 此庶人之劍, 无異於鬪鷄一旦命已絶矣, 无所用於國事.]


지금 대왕께서는 천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서인의 검을 좋아하십니다.

신은 대왕을 위해 이를 심히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大王有天子之位而好庶人之劍, 臣竊爲大王薄之.]

 

왕이 마침내 장자를 이끌고 대전으로 올라갔다.

요리사가 음식을 올렸도 왕은 그 둘레를 세 바퀴나 돌았다.
장자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편안히 앉아서 기분을 안정시키십시오.

검에 관한 것은 이것으로 모두 다 아뢰었습니다."

[王乃牽而上殿宰人上食, 王三環莊子曰大王安坐定氣劍事已畢奏矣.]


문왕은 그로부터 석 달 동안 궁에서 나오지 않았고,

검사들은 모두 그들이 있던 곳에서 엎어져 죽어 있었다.

[於是文王不出宮三月, 劍士皆服斃其處也.]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