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12.16 아들의 고장난 의자
  2. 2018.12.06 상산(常山)의 뱀 솔연(率然)
  3. 2018.12.03 다모클레스의 검

아들의 고장난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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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학교 기숙사를 나오는 날이라 아내와 함께 학교로 데리러 갔다. 고등학교 시절 근 3년을 오로지 거기서 지냈으니 이사 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리 조금씩 갖다 날라서 많이 줄어있긴 했지만 아직도 남은 짐이 제법 있다고 한다.

3학년들이 있는 층에 올라가보니 먼저 나간 애들의 버린 짐(나중에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이 산더미 같다. 교복 등 옷이 대부분이고, 책, 선풍기, 스탠드, 청소용 밀대 등 다양하다. 집에 가져가서 그대로 잘 쓸 수 있을텐데 요즘 애들은 물건 귀한 줄 모른다고 혀를 차며 아들 방으로 갔다. 큰 여행용 가방 2개에 쓰던 물건이 가득 차있고, 이불 보따리와 잡동사니를 담은 작지 않은 상자와 바구니 너댓 개, 거기다 의자가 두 개나 된다. 승용차에 다 실어질지 걱정이 된다. 

아들이 의자 하나는 버리고 가자고 한다. 버리자는 의자를 보니 입학할 때 단체로 구입한 듀오백형 의자이다. 동일한 모델을 사무실에서도 쓰고 있는데, 허리받침이 있어 오래 앉아 있어도 자세를 바르게 유지할 수 있어 좋다. 얼핏 보니 역시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다. 등받이의 잡아주는 나사 빠져 달아나 등받이가 덜렁거리고, 시트에는 뭘 쏟았는지 지저분하다. 차에 실을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니 정말 버리고 가야 하나 싶다. 

그런데 나사가 없는 것은 구해서 채우면 되고, 더러운 것은 씻으면 되는 거 아닌가. 물건이 아직 쓸만한데 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아들의 체취가 배어있는 물건을 어찌 가벼이 쓰레기로 버릴 수가 있나. 집사람도 집이나 사무실에 의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웬간하면 그러자고 아들 편을 들었지만, 일단 실어보자고 우겨서 애를 써보았다. 근데 아무리 요령을 부려보아도 다른 물건은 다 실렸는데 딱 그 의자 하나가 들어가질 못한다. 그 와중에 손가락은 어딘가에 걸려서 피가 흐르고 있다. 식구들의 짜증스런 표정이 눈으로 보지않아도 바늘로 찌르듯 느껴진다.

포기를 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지. 아버지가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들에게 결코 교육적이지 못하지. 

그 참에 아들이 의자의 일부를 분리했다. 그리고 두 의자의 다리와 다리를 서로 얽어서 포개 보았더니 차의 뒷좌석 한쪽에 절묘하게 실어진다. 그 옆자리는 좌석도 좁고, 다리도 내려 놓을 수 없어 적잖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 그런대로 참고 앉아갈 수는 있겠다. 그렇게 고장난 의자는 집으로 돌아왔다.

"포기하지 않은 거 잘 한 거 같지?"
오는 길에 아들에게 슬쩍 물으니, 아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그리고, 아들에게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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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2대 패자(覇者)인 진문공(晉文公)은 19년 동안의 망명 생활을 하다가 귀국하여 정권을 잡는다. 그 오랜 고난의 망명 생활은 호언, 조쇠, 개자추, 위주, 선진 등과 같은 여러 충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망명을 끝내고 귀국하는 길. 이제 황하를 건너기만 하면 진나라 땅이다. 호숙(壺叔)이 그동안 망명생활에서 쓰던 낡고 망가진 물건들을 일일이 배에 싣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던 진문공은 껄껄 웃으며 모두 버리라고 말한다.

"내가 오늘 진나라로 들어가면 진수성찬을 마음껏 먹을텐데, 이따위 쓰레기같은 물건들은 어디에 쓰려는 것인가?"
("
吾今日入晉為君, 玉食一方, 要這些殘敝之物何用?" 喝教拋棄於岸, 不留一些)

그 말을 들은 호언(狐偃)은 진문공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이 세 가지 죄를 지었다고 말한다.
"신이 듣기로는, 지혜로운 신하는 군주를 존귀하게 하고 어진 신하는 군주를 편안하게 한다고 합니다. 신이 불초하여 공자를 오록에서 곤경에 빠트렸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입니다. 조나라와 위나라의 군주에게서 업신여김을 당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죄입니다. 공자께서 취한 틈을 타 제나라 성을 빠져나와서 공자를 화나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지난 번에는 공자께서 나그네로 떠도는 중이라 감히 물러나겠다고 아뢰지 못하였으나, 이제 진나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신은 수년간 분주히 돌아다녔기에 넋이 놀라 끊어질 지경이고, 심력도 또한 다하였습니다. 비유하자면 낡은 그릇이나 깨진 사발과 같아 다시 상에 올릴 수 없고, 해진 돗자리나 구멍난 가림막과 같아서 다시 펼 수가 없습니다

신이 머물러도 아무런 이로움이 없고 신이 떠나도 전혀 잃는 바가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신은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臣聞 '聖臣能使其君尊賢臣能使其君安.' 今臣不肖使公子困於五鹿一罪也受曹衛二君之慢二罪也乘醉出公子於齊城致觸公子之怒三罪也向以公子尚在羈旅臣不敢辭今入晉矣臣奔走數年驚魂幾絕心力並耗譬之餘籩殘豆不可再陳敝席破帷不可再設留臣無益去臣無損臣是以求去耳!")

이 말을 들은 진문공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뉘우치고, 호숙에게 일러 버렸던 물건들을 다시 싣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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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하게 되었다고 빈천하던 시절의 물건을 가벼이 여긴다면,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호언(狐偃)은 그 점을 우려하여 진문공에게 에둘러 간언하였고, 진문공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고 반성한 것이다.

비슷한 가르침으로 이런 말이 있다.

交 忘(빈천지교 불가망)
妻 堂(조강지처 불하당)

가난하고 천하였을 때의 교우는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고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어려움을 함께 한 아내는
결코 내보내어서는 아니된다.
_ 후한서(書) 송홍전(傳)


**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진 것에 자족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삶의 태도가 훨씬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을
성공이라 하고
가진 것을 원하는 것을
행복이라 한다
_ 데일 카네기


** 함께 보면 좋은 글

진문공(晉文公)과 한고조(漢高祖)의 논공행상(論功行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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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분류없음2018.12.06 13:54

상산(常山)의 뱀 솔연(率然)


병력을 잘 다룬다는 것은
마치 솔연(率然)과 같이 하는 것이다.
솔연(率然)이라는 것은 상산(常山)에 사는 뱀으로,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달려들며.
그 가운데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善用兵者(선용병자) 譬如率然(비여솔연) 率然者(솔연자) 常山之蛇也(상산지사야) 擊其首則尾至(격기수즉미지) 擊其尾則首至(격기미즉수지) 擊其中則首尾俱至(격기중즉수미구지) _ 孫子 '九地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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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솔연((率然))과 같은 조직을 만드는가?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다모클레스의 검

(the Sword of Damocles)


다모클레스(Damocles)는 BC4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참주) 디오니시오스(Dionysius) 2세의 신하였다. 하루는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의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며 아첨을 하자, 디오니시오스 왕은 다모클레스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서로 자리를 바꿔보자고 제안하였다. 다모클레스는 왕의 배려에 감격하며 그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다모클레스는 기쁜 마음으로 호화로운 왕의 권좌에 않았다. 그런데 권좌에 앉아보니 그의 머리 위에는 다란 검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검의 손잡이는 한 가닥의 말총에 의해 천장에 위태롭게 매달려있었다

왕은 자신의 재임 중에 수많은 적을 만들었기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잊지 않기 위해 권좌 위에 검을 매달아놓고 평소 스스로를 경계하였던 것이다. 

다모클레스는 큰 부와 큰 권력에는 반드시 큰 위험이 따르는 것(With great fortune and power comes also great danger)임을 절실히 깨닫고, 서둘러 그 자리를 물러났다. 

이 고사는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Cicero)가 연설에 인용함으로써 '다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이라 명명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In Richard Westall's Sword of Damocles,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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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리더의 자리 위에는 '다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이 매달려 있다. 사람들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리더 자리의 화려함만을 보고 부러워하고 시지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리더들은 자신이 해내야할 의무, 잘못에 대한 책임, 모범을 위한 절제 등으로 날카로울대로 날카로워진 검의 칼날에 불안과 근심을 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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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