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객이 주군(周君)에게 열매 껍질(莢)에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하여,

3년이 걸려서 그 그림을 완성하였다.

그것을 보니 옻칠한 열매와 같은 모습이었기에,

주군이 크게 노하였다.

그림을 그린 자가 말했다.

"10단 높이의 담을 쌓고 8자폭의 창을 낸 다음

해가 뜰 무렵에 그 위에 놓고 보십시오."

주군에 시키는대로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니,

용, 뱀, 금수와 마차 등 만물의 형상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주군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런데 그 그림에 든 공은 정교하고 힘든 일이었음에 틀림이 없지만,

그 쓸모는 그냥 옻칠한 열매와 다르지 않다.


客有爲周君畫莢者, 三年而成。君觀之, 與髹莢者同狀。周君大怒。畫莢者曰 築十版之牆, 鑿八尺之牖, 而以日始出時加之其上而觀。 周君爲之, 望見其狀, 盡成龍蛇禽獸車馬, 萬物之狀備具。周君大悅。此策之功非不微難也, 然其用與素髹莢同。韓非子 外儲說左上





** 주군은 저 열매 그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 기가 막히게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준 객에게는 상당한 보상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10단 담장에 마련한 8자폭 창에 수시로 올려놓고 그린 사람의 노력과 기술을 감탄하며 상당 기간 수 차례 감상하기는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그림이 주는 감동이 시들해지고, 해뜨는 때를 기다려 감상하여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10단 담장의 시설도 거추장스러워졌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더라도 그 작품에 들인 그 객의 노력과 기술이 가볍지 않고 그 객에게 준 상당한 보상도 적지 않았을 것이니, 차마 쉽게 버리지는 못하고 잘 보존해 두었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에서 잊혀져 갔을 것이다.

우리들의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보면 차마 버리지 못해 먼지만 둘러쓰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것은 들인 공 때문에 어떤 것은 추억 때문에.. 


** '매몰비용'(Sunk Cost)의 함정

물품의 구입이나 사업 투자 등 어떤 선택을 하고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일상 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일상적이다. 그러한 선택의 결과 일단 비용을 지출하면 그 후에는 그 선택을 유지하거나 혹 사정이 변경되어 그 선택을 번복하더라도 회수하지 못하는 비용이 있다. 이런 비용을 '매몰비용'이라 부른다.

주군에게 그려준 열매껍질 그림은 그 '매몰비용'은 그 효용에 비해 너무 크다. 3년이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했지만, 그 쓸모는 그냥 옻칠한 열매껍질과 다르지 않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달 소유권


달의 땅을 파는 사람이 있다.

데니스 호프(Dennis M. Hope)는 1980년 이혼 후 곤궁한 상태에서 뭔가 돈 될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고심하다가, 창밖의 달을 발견하였다. 저것이 엄청난 재산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도서관을 뒤졌다.

우주조약 제2조에 따르면 어느 국가도 달을 포함한 천체들을 자신의 소유나 지배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것은 누구도 소유권을 갖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는 즉시 달을 포함한 화성, 금성 등 8개의 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문서를 UN에 발송하였다. 거기에는 그 땅을 분할하여 판매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법적 문제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취지도 언급하였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소유권 주장에 대해 어떤 저항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1995년 이후 달 등 우주의 땅을 판매하는 일(moonestates.com)을 유일한 직업으로 삼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현재까지 판매된 땅은 달 6억1100만에이커(1에이커는 1224평), 화성 3억2500만에이커 등..

달의 가격은 현재 에이커 당 23.95~78.95유로. 보증서를 액자에 넣었는지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이런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를 과연 누가 믿을까?
도대체 누가 구입을 하였느냐고? 갓난 아기부터 100세가 다된 노인까지 세계 193개국에 다양하게 퍼져 있다. 심지어는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로날드 레이건, 죠지 부시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들이 직접 구입한 것은 아니고, 그 비서나 지인이 사서 선물한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직원들도 상당 수가 가지고 있단다.



** 이 비즈니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저 새로움과 재미이다. 인간들은 색다른 자극에 목말라한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색다른 경험, 추억, 재미에 기꺼이 주머니를 열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가르쳐준다.

** 달의 땅을 파는 유사한 사업이 몇 가지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 우주조약(The Outer Space Treaty)
정식 명칭은 '달과 그 밖의 천체를 포함하는 우주공간의 탐사 및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제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 1967년 10월에 발효, 우리나라는 1967년 10월 13일에 비준. 주된 요지는, 우주는 인류 만민의 공동 유산으로서 특정 국가의 소유가 될 수 없으며,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됨을 명시하고 있다.

Article II

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 is not subject to national appropriation by claim of sovereignty, by means of use or occupation, or by any other means.

** 자갈을 애완용으로 팔아 상당한 돈을 번 사람도 있다. 

데니스 호프가 우주를 대상하였다는 점에서 대동강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에 비해서는 그 스케일이 무척 크다. 
자갈을 애완용으로 둔갑시켜 페트락(Pet Rock, 애완 자갈)이라 하며 팔아 백만장자가 되었던 개리 달은 2015년에 사망하였다.

세상에는 아직 팔아먹을 게 필경 더 있을텐데..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삼불여(三不如)



통일 후 황제에 오른 한고조 유방(邦) 공신들과의 술자리에서 물었다.

“여러 제후와 장수들은 숨김 없이 솔직히 말해보시오.

나는 어떤 이유로 천하를 얻게 되었으며,

항우는 어떤 이유로 천하를 잃은 것이오?”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말했다.

폐하는 거만하여 사람을 업신여기고

항우는 어질어서 사람을 아낍니다.

그러나 폐하는 사람들에서 성을 공격하고 땅을 점령하게 하면,

그것을 아랫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 천하와 더불어 이익을 함께 하셨습니다.

하지만 항우는 지혜로움과 재능을 시기하고

공을 세운 자를 해치며, 지혜로운 자를 의심하였습니다.

싸워 이겨도 공을 나누지 않고,땅을 얻어도 이익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항우가 천하를 잃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유방이 말했다.

“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군영 내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승리를 결정짓는 일은

내가 자방(子房, 張良)만 못하다.

국가를 지키고 백성을 달래며 식량공급과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한 일은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다.

백만의 무리를 이끌고 싸우면 필승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이기는 일은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출중한 인재들이다.

나는 이 세 사람을 기용할 수 있었다.

그것이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항우는 범증(范增) 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 한 사람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하였다.

그것이 나한테 잡히게 된 이유이다.”




帝曰:「列侯諸將,毋得隱諱,皆言其情,吾所以有天下者何?項氏之所以失天下者何?」高起、王陵對曰:「陛下慢而侮人,項羽仁而愛人,然陛下使人攻城略地,所降下者因以予之,與天下同利也;項羽嫉賢妒能,有功者害之,賢者疑之,戰勝而不予人功,得地而不予人利,此所以失天下也。」
帝曰:「公知其一,不知其二。夫運籌帷幄之中,決勝於千里之外,吾不如子房;鎮國家,撫百姓,繼餉饋,不絕糧道,吾不如蕭何;連百萬之眾,戰必勝,攻必克,吾不如韓信;此三人,皆人傑也,吾能用之,此所以得天下也。項羽有一范增而不能用,此其所以為我擒也。」
_ 史記 高







**運籌帷幄(운주유악)
장막() 안에서 산가지(--)를 놀린다는 뜻으로, 책사들이 군영에 들어앉아 먼 전장의 계책()을 꾸민다는 의미이다. 籌 산가지 주, 帷幄 : 휘장 유, 히장 악.

** 이 기록에서 한고조 유방의 뛰어난 용인술과 그의 성공 비결을 잘 느낄 수 있다. 소위 적재적소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이규보(1168-1241)




모란꽃이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신부가 꺾어 창가를 지나다

빙긋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신랑이 일부러 장난치느라

꽃이 더 예쁘군

꽃이 더 예쁘단 말에 삐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짓뭉개고는

꽃이 저보다 예쁘다면

오늘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牡丹含露眞珠顆 美人折得窓前過

含笑問檀郞 花强妾貌强

檀郞故相戱 强道花枝好

美人妬花勝 踏破花枝道

花若勝於妾 今宵花同宿





** 이 닭살 돋는 신혼부부들의 사랑놀이 시의 지은이는 고려시대 최충헌 집권 당시의 대재상이며 대 문장가였던 규보(李奎報, 1168~1241)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

이규보 선생에게는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나는 있지만, 개구리를 갖지 못해 인생의 한이로다)이라는 고사가 따라 다닌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재미도 있고 당시의 상황에서 있음직한 이야기이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이 글귀는 이규보가 과거에 낙방하고 집에 있을 때 대문에 붙였다고 한다. 당시 왕인 명종이 암행을 나갔다가 이 글을 보고 그 뜻이 궁금하여 이리저리 물어보고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꾀꼬리와 까마귀가

서로 다투다가 사흘 후에 노래 대결을 하기로 하고,

심판은 백로에게 맡기기로 합의하였다.

가뜩이나 목소리가 좋았던 꾀꼬리는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사흘 내내 열심히 노래연습을 하였다.

그러나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전혀 하지 않고 들판을 다니며 개구리를 잡았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남몰래 갖다 바쳤다.

사흘이 지나 노래대결이 벌어졌다.

백로는 노래 대결의 승자로 꾀꼬리가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규보가 번번이 과거에서 낙방한 자신의 신세를 자탄하며 그 글귀를 써붙였던 것이다. 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과거의 시제에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이라 을 내걸어 이규보가 장원을 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물을 의미하는 와이로(蛙利鷺, 백로를 이롭게 하다)라는 말이 이 고사에서 나왔다고 하는 설이 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도 적든 많든 사용된 기록이 있었어야 할 것인데, 그런 기록이 없는 걸 보면, 뇌물의 와이로(賂, わいろ)는 일본말에서 온 것이 맞을 것이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군주는 좋고 싫음을 드러내지 마라

거호거오(去好去惡)



군주에게는 두 가지 근심이 있다.

똑똑한 자를 쓰면,

그 신하는 장차 똑똑함을 이용하여 군주를 겁박할 것이고,

아무 사람이나 쓰면 일이 막혀 견뎌내지를 못한다

군주가 똑똑한 자를 좋아하면,

신하들은 거짓으로 꾸며 행동하여 군주가 바라는 것에 맞추려 할 것이니,

신하들의 속 마음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신하들의 속 마음이 드러나지 않으니,

군주는 신하들을 분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월왕이 용맹함을 좋아하니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백성이 많았고,

초 영왕이 허리 가는 사람을 좋아하니 나라에 굶어 죽는 자가 많았다.

제 환공이 투기심이 있고 여색을 밝히니 수조가 스스로 거세하여 내시가 되었고

환공이 맛난 음식을 좋아하자 역아는 맏아들의 머리를 쪄서 진상하였다.

연 자쾌가 어진 이를 좋아하니 자지는 나라를 넘겨받지 않으려는 척했다.

 

그래서 군주가 싫어하는 것을 보이면,

신하들은 그런 기미를 숨기고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보이면,

신하들은 잘하는 척 꾸미게 된다.

 군주가 원하는 바를 드러내면

그것을 바탕으로 신하들은 태도와 마음가짐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지(子之)는 어짐을 빌어 그 군주의 자리를 빼앗았고

수조와 역아는 군주가 원하는 것을 이용하여 그 군주를 버렸으니,

결국 자쾌는 반란으로 죽고,

환공은 구더기가 문밖으로 기어나올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다.


이 모두는 무엇 때문인가?

군주의 속 마음을 신하에게 보여준 데서 일어난 재앙이다.

신하의 마음은 본시

그 군주를 반드시 사랑하지는 않으며,

자신의 이익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 군주가 그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 기미를 숨기지 않으면

이는 신하로 하여금 군주를 해칠 빌미를 주는 것이니

신하들이 자지(子之)나 전상(田常) 같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기에 말하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버려라.

그러면 신하들은 본 마음을 드러낼 것이니,

군주에게는 가리워짐이 없어진다.


人主有二患 任賢 則臣將乘於賢 以劫其君 妄舉 則事沮不勝 故人主好賢

則群臣飾行以要君欲 則是群臣之情不效 群臣之情不效 則人主無以異其臣矣.

故越王好勇 而民多輕死 楚靈王好細腰 而國中多餓人 齊桓公妬而好

故豎刁自宮以治內 桓公好味 易牙蒸其子而進之 燕子噲好賢 故子之明不受國.

君見惡 則群臣匿端 君見好 則群臣誣能 人主欲見 則群臣之情態得其資矣 

故子之託於賢以奪其君者也 豎刁 易牙因君之欲以侵其君者也

其卒子噲以亂死 桓公蟲流出戶而不葬.

此其故何也 人君以情借臣之患也 人臣之情非必能愛其君也 重利之故也

今人主不掩其情 不匿其端 而使人臣有緣以侵其主 則群臣子之 田常不難矣

故曰 去好去惡 群臣見素 群臣見素 則大君不蔽矣.

_ 한비자(韓非子) 이병(二柄)



** 거호거오(去好去惡)
리더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나타내어서는 아니된다. 

리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지를 알게되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리더의 호오(惡)에 따라 내심을 숨기거나 가진 것을 거짓으로 꾸미게 되기 때문이다.

리더의 사적인 호오(惡)가 조직의 왜곡된 운영을 초래하게 됨을 경계하고, 결국 리더의 철저한 자기관리(절제, Discipline)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위대한 리더들은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 스스로의 절제와 개인적 성장임을 인식하고 있다. 스스로를 이끌지 못하는 사람은 남들을 이끌 수 없는 법이다." _ 존 맥스웰


그리고 "사람들은 반드시 두 가지 중 하나의 고통을 선택하여야 한다. 절제의 고통과 후회의 고통." _ 존 론


** 그래서 군주는 바라는 바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君無見其所欲).

한비자는 주도(主道)에서도 같은 말이 나온다.
군주가 바라는 바를 보이면 신하들이 겉으로 꾸밀 것(雕琢)이니 군주는 자신의 뜻을 드러내어서는 아니된다. 군주가 뜻을 드러내면 신하들은 본심과 다은 의견을 내세울 것이다(君見其所欲 臣自將雕琢 君無見其意 君見其意 臣將自表異).

군주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버리면 신하는 곧 본 마음을 드러낼 것이며, 군주가 옛것을 버리고 알고 있는 것도 버리면 신하들은 곧 스스로 대비할 것이다(去好去惡 臣乃見素 去舊去智 臣乃自備).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