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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9 [매경칼럼] 행운의 발명, 세렌디피티! (3)

행운의 발명, 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영화가 있다. 2002년 존 쿠삭 주연의 로맨스 영화인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녀 주인공이 각자의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 백화점 장갑코너에서 우연히 만나 급작스런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렇고 그런 로맨스 스토리이다. 세렌디피티는 이 로맨스와 같이 ‘뜻밖의 우연한 재미나 기쁨’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의 분야에서도 '세렌디피티'가 있다.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 특히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로부터 찾은 발견이나 발명”을 가리키는 데 쓰이는 용어이다.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발명 중에는 행운의 여신이 축복해준 세렌디피티적인 발명이 많다.

 

대표적인 세렌디피티 발명으로서 페니실린이나 3M 포스트잇이 잘 알려져 있다. 페니실린은 플레밍이 박테리아를 배양하던 중에 우연히 혼입된 푸른곰팡이 때문에 발견되어 2차대전 당시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포스트잇은 실패작으로 묻혀져 있던 '잘 떨어지는' 어설픈 접착제를 다른 동료가 찬송가 페이지를 기억하기 위해 쉽게 붙이고 뗄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되살아나 전 세계인의 애용품이 된 것이다.

그 외에도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최초의 먹는 남성형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 렌트겐의 X선,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찰스 굳이어의 가황법 등도 잘 유명한 행운의 발명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세렌디피티 발명이 한 가지 있다. 홈쇼핑계의 신화적인 히트 상품인 휴롬의 착즙기(원액기)가 그것이다. 휴롬 착즙기는 출시된지 불과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수천억 대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현재 우리나라 각 가정의 실질적인 필수품이 되어 있다. 휴롬 착즙기의 성공 비결은 ‘저속착즙방식’에 있다. 과일 등 재료를 갈거나 부수는 등 충격을 주지 않고 저속으로 지그시 짜내어 자연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액즙을 추출해내는 것이다.

그런 착즙기의 개발 과정이 너무도 세렌디피티적이다. 휴롬의 창업자인 김영기 회장은 당초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치를 제조하였었다. 이 음식물처리장치는 음식물 쓰레기의 물기를 짜내고 건더기만을 회수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에 대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사업은 철저히 실패하였다. 이로 인해 좌절에 빠진 김 회장은 앙스트 블뤼테(Angstblüte, 불안 속에 피는 꽃)와 같이 절체절명의 그 상황에 기막힌 창의력을 발휘한다. 음식물 처리기의 원리를 그대로 응용한 착즙기를 발명한 것이다. 음식물 처리기가 물기를 짜내어 버리는 것이지만 착즙기는 그와 반대로 짜낸 액즙을 회수하여 음용하고 남은 건더기를 버린다.

 

이런 모든 세렌디피티 발명은 필경 '행운의 여신'이 보내준 따뜻한 미소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로마 신화에는 '행운의 여신'이라 불리는 신이 두 명 존재한다. '포르투나 Fortuna'와 '오카시오 Occasio'가 그들이다.

포르투나는 로마 신화에서 말하는 운명을 뜻하는 'fortune'이라는 단어가 그의 이름으로부터 기원하였고 그리스 신화의 '티케 Tyche'에 대응한다. 포르투나는 운명의 바퀴를 가지고 이를 돌려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포르투나는 '운명의 여신'이라 불리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인간은 그저 포르투나의 바퀴가 정해주는대로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카시오는 '기회'를 의미하는 'occasion'의 어원으로서 아르키메데스가 출생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의 도시인 시라쿠사의 거리에 그 동상이 서있다. 그 동상의 아래에 쓰여진 설명에 따르면, 오카시오의 앞 머리칼은 무성하여 알아보기 어렵고 뒷쪽은 대머리이며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다고 한다. 그래서 무성한 앞머리칼 때문에 발견하기 어렵지만, 잘 발견하면 그 무성한 앞머리를 잡아 행운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놓치고 지나가버리면 뒷머리 카락이 없어 잡기도 힘들고 특히 날개로 신속히 사라져버리니 다시는 붙잡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카시오는 '기회의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포르투나와 오카시오>

 

그러면 세렌디피티 발명들은 포르투나가 부여하는 행운의 축복일까? 아니면 달려가

는 오카시오의 앞머리칼을 잡아채어 적극적으로 취득한 기회의 축복일까?

 

세렌디피티 발명을 조금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우연과 행운을 포함하여 그 발명이 만들어지게 한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더 관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는 ‘준비된 행동’이다. 세렌디피티 발명가들은 그 발명의 시점에 예외 없이 무언가를 위해 매우 열정적으로 혹은 절박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뭔가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행동’은 행운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된 유인책이다. 복권 당첨을 원한다면 적어도 복권을 구입하는 정도의 사전의 ‘행동’이 필요한 것과 같다.

 

둘째는 '감수성'과 '통찰력'이다. 세렌디피티는 예상치 못한 사고나 우연한 현상의 모습으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조금 둔한 사람에게는 그저 미풍처럼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미미한 그런 해프닝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미미한 해프닝들을 날카롭게 인지하고 그것의 내재된 의미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 즉 감수성과 통찰력이야 말로 세렌디피티라는 행운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과 같은 것이다. 그 감수성과 통찰력의 그릇이 커야만 담아낼 수 있는 행운의 크기도 크다. 그리고 이 그릇은 대체로 열정, 우호적 관심, 희망, 믿음, 사랑, 비전, 절실함 등과 같은 짙은 인간적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 세렌디피티의 가장 중요한 화룡점정의 요소는 실행력이다. 실행력은 용기와 수행 능력의 조합이다. 어떠한 행운의 발명이라도 그걸 현실화시킬 수 없다면 한낮의 꿈에 불과하다. 세렌디피티 발명가는 자신이 깨달은 행운을 현실화하기 위해 새로운 불확실에 도전하고 많은 저항과 고난을 극복하여야만 한다. 그것은 찐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수반한다.

 

이와 같이 세렌디피티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제대로 역량을 갖추어 준비하고 행동한 사람만이 쟁취하여 누릴 수 있는 '기회'의 축복인 것이다. '기회'의 쟁취는 준비된 행동, 감수성과 통찰력 및 실행력의 교집합 영역에만 존재한다.

 

그렇다. 행운의 발명 세렌디피티는, 포르투나의 바퀴가 어쩌다 운좋은 위치에 멈추어 받게 되는 그저 단순한 행운의 축복이 아니다.

세렌디피티는 오카시오의 앞머리를 절묘한 타이밍으로 잡아채어 얻은 기회의 은총이다.

 

 


행운의 축복을 원하는가?

준비하고 인지하고 통찰하고 그리고 실행하라!



 

(허성원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hsw@swpat.co.kr)



성공은 우연을 대하는 태도에 달렸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