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4.12.27 18:51

이런 '낭패'가 있나



낭(狼)과 패(狽)라는 전설 상의 이리 종류가 있다. 

낭(狼)은 뒷다리가 짧고, 패(狽)는 앞다리가 짧다. 

낭(狼)은 용맹하지만 꾀가 모자라고, 패(狽)는 꾀는 많지만 겁쟁이다. 

그래서 패(狽)가 낭(狼)의 허리를 껴안고 한 몸처럼 붙어 다닌다.

낭의 앞다리와 패의 뒷다리로 온전히 걸어다니고,

낭의 용맹과 패의 꾀로 효율적인 사냥을 하며 공생한다.

이 둘이 틀어져 헤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둘다 곱다시 굶어죽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낭패'라고 한다.



변리사를 통하지 않고 특허출원을 스스로 직접 진행하는 개인 발명가들을 가끔 만난다. 그들이 직접 출원하는 이유는 변리사들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특허 받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웬만한 베테랑 변리사도 한 달에 작성할 수 있는 출원 명세서가 너댓 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직접 출원해서 특허를 몇 건 받아본 경험을 가진 한 발명가가 자랑스레 말한다. '몇 번 실습해보면 직접 특허출원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특허등록률이 변리사들 보다 더 높다.'라고.  이 발명가의 말은 틀리지 않다.  감각이 있는 발명가는 변리사 뺨치게 출원명세서를 매끄럽게 작성한다. 심사과정에서도 능란하게 대응하여 특허등록결정을 잘 받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특허의 본질적인 기능을 고려하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잘 알려져 있지만, 특허의 본질적 기능은 경쟁 기업을 제압하기 위한 전쟁 무기이다.

특허는 또한 성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무기이든 성이든 강해야 한다. 성이라면 우선 그 성벽이 튼튼해야 하는 동시에, 그 배타적 지배력이 미치는 공간이 넓어야 한다.  넓고도 강한 성! 그것이 좋은 특허의 궁극적 이상이다. 


강한 특허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은 그 재료가 되는 발명이 우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발명이 우수하다고 해서 강한 특허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한 특허는 작성자가 최적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잘 구상된 전략에 따라 명세서를 작성하고 심사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여야만 얻어질 수 있다.  동일한 발명이라 하더라고 작성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가진 특허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발명을 무인의 칼에 비유해 보자.  칼은 대장장이가 만든다.  칼이 좋다고 해서 그 칼을 가진 사람이 저절로 고수가 되지는 못한다.  칼 좋다고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다면, 무협지의 세상에서 무림의 맹주는 모두 대장장이가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칼도 좋아야 하지만 그 칼을 다루는 무인의 무술이나 내공이 높아야만 제대로 된 고수가 될 수 있다. 

 

하수에게는 좋은 칼이 오히려 우환거리일 수도 있다.  그 칼을 지킬 힘은 약한데, 온갖 무리들이 그 칼을 뺏으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수는 굳이 좋은 칼이 아니더라도 부실한 무기로도 적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도 한다.



특허도 무협지의 무술과 다르지 않다. 부실한 출원전략은 좋은 발명을 하수 특허로 전락시킨다. 좋은 발명과 부실한 특허의 조합은 안타깝게도 특허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발명은 누구나가 모방하고 싶어하는 우수한 기술인데 반해, 그 특허는 타인의 모방에 대한 배타적 지배력이 너무도 취약하여 발명의 모방자들을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면, 하수 무인이 명검을 보유한 것과 같다. 그 발명자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비극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별 시원찮은 발명이 뛰어난 전략으로 고수 특허로 만들어져 시장지배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유능한 변리사는 발명의 내용과 그 발명이 활용될 기술환경과 시장환경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여 특허를 작성한다.  좋은 발명이면 그 발명의 파괴적 역량을 제대로 살려 진정으로 강한 특허를 만들고, 다소 약한 발명이라도 최대한 전술적 활용이 가능한 유용한 특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에서도 정말 별 거 아닌 발명의 특허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지 않은가.


그저 특허를 취득하는 것만이 목표라면 경험삼아 직접 특허출원을 진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작은 상처는 의사를 찾지 않고 스스로 치료할 수 있고, 가벼운 요리는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발명이라면, 그리고 여하튼 강한 특허를 취득하고 싶다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리사를 찾아야 한다.  개복수술과 같은 큰 수술을 병원에 가질 않고 집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귀하고 값비싼 요리는 전문 요리사만이 제 맛을 낼 수 있는 법이다.

  

발명가와 변리사의 관계는 낭(狼)과 패(狽)의 관계와 같다.  발명가는 (狼)과 같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발명을 해내는 앞다리가 튼튼하지만 전략이라는 뒷다리가 짧고, 변리사는 패(狽)와 같이 도전적인 앞다리는 짧지만 전략의 뒷다리가 튼튼하다. 그래서 발명가는 변리사를 이용하여 발명과 특허를 통해 성공을 도모하고, 변리사는 발명가를 성공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이유를 확인한다.

 

 

발명가가 변리사를 찾지 않아 도움을 얻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런 낭패가 있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흰 머리 돼지'를 키우고 있는가


“어느 요동((遼東) 사람의 돼지가 머리가 흰 새끼를 낳았다. 그는 이를 매우 상서롭다 여겨 왕에게 바치려고 그 돼지를 안고 하동(河東)까지 갔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돼지는 모두 머리가 희었다. 그는 자신의 좁은 견문을 부끄럽게 여겨 서둘러 요동으로 돌아갔다”[요동지시(遼東之豕) _ 후한서]



요동지시 즉 '흰 머리 돼지' 고사는 주관적 가치와 객관적 현실 사이의 착오적 괴리가 가져다주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이러한 '흰 머리 돼지' 오류의 상황은 발명자들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우리 변리사들은 '흰 머리 돼지를 안고오는 발명자를 하루에도 여러 명을 만나기도 한다.

변리사를 찾는 발명자들의 마음은 상당히 설렐 것이다. 자신이 창안한 발명이 정말 특허 받을 수 있을지, 특허를 받아서 그것으로 누리게 될 경제적 이익은 얼마나 될지, 이 발명으로 사업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발명의 기발함에 세상 사람들은 얼마나 찬사를 보내줄까 등을 그리며 기대와 희망에 차있을지도 모른다. '흰 머리 돼지'를 안고 하동으로 떠나는 요동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발명자가 요동 사람처럼 실망을 하게 될 경우는 얼마나 될까? 

특허청의 통계에 따르면 출원 발명 중 심사관의 심사 결과 등록결정이 내려지는 비율은 대충 70% 정도이다. 그런데 이 등록결정율은 특허사무소가 출원 전에 이미 한 차례 걸러낸 발명에 대해서만 출원 및 심사한 결과이다. 특허사무소가 새롭거나 진보적인 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특허출원의 포기를 권유하며 돌려보내는 발명이 적지 않다. 그 비율은, 사무소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경험에 따르면 대체로 70% 정도는 되는 것같다. 따라서 발명자가 아이디어를 완성하고 그에 대해 특허받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발명 중 약 20% 정도만이 특허로 이어지게 되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결국 특허를 희망한 발명 중 열에 여덟은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을 특허감으로 잘못 생각한 '흰 머리 돼지'인 셈이다.  

이런 '흰머리 돼지 오류'는 적잖은 부작용을 낳는다. 발명자는 자신의 발명에 대해 과대망상적 정서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정서로 인해 성공을 과신하고 과도한 시간적 혹은 경제적 투자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우리 변리사들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그런  '흰 머리 돼지 오류'를 바로잡아주는 일이다. 그런데 이미 큰 기대와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온 발명자는 우리가 일러준 진실을 듣고 너무나 크게 실망하여 우리의 입장이 오히려 난처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우리의 설득을 부정하거나 믿지 않고 다른 특허사무소를 전전하기도 한다. 

또 다른 형태의 '흰 머리 돼지' 인식 오류는, 중소기업들이 외부로부터 자신이 갖지 않은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기술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자신에게 부족한 기술을 타인의 것으로 보충하여 기술 레버리지로 삼아 비즈니스의 성공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권장할만한 전략적 경영활동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은 자신이 도입할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에는 주목하지만, 그 기술 자체의 상대적 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상당한 비용을 주고 매입하였거나 비싼 로열티 계약을 하고 도입한 기술이 알고 보니 그럴 가치가 없는 '흰 머리 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크게 후회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시장에서 작은 상품을 하나 사더라도 대충이나마 시세를 둘러보고 구입하기 마련인데, 기업의 핵심역량을 구성하는 새로운 기술을 비싸게 도입하면서도 그 기술의 상대적 가치를 등한히 한 결과인 것이다. 기술의 상대적 가치는 해당 기술분야에서 다른 기술들에 비해 얼마나 기술적 우위에 있는지, 시장의 장악력 혹는 경업자의 배제력은 얼마나 강한지, 그런 효력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 등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평가한 기술의 비교우위적인 힘을 말한다. 하나의 기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괜찮아 보이지만, 그 관련 기술과 대비해서 비교해보면 상대적 가치가 없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흰 머리 돼지'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해당 기술 분야의 기술 환경을 아주 잘 이해하는 것이다. 발명자는 애초 발명을 꿈꾸었을 때부터 관련 선행기술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중복 발명이나 중복 투자를 피하는 동시에, 그 앞선 기술들을 학습하고 활용하여 그보다 더욱 진전된 참신한 발명을 창출할 수 있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기술의 기술적 환경을 잘 이해하면, 도입 기술의 상대적 수준을 올바로 평가하여 도입여부 자체를 제대로 결정할 수 있고, 또 대가를 결정할 때에도 적절히 협상할 수 있다. 

특허 기술자료의 검색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선행기술 조사나 기술환경 이해는 주로 특허자료의 검색을 통해 이루어지며, 특허자료는 대체로 각국에서 무상으로 공개한 특허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비교적 쉽게 입수할 수 있다. 물론 중요한 자료 찾기나 고급 분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된다. 통상의 관련 기술 검토 정도를 위한 특허 검색은 엔지니어라면 단시간 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이런 특허검색은 일상에서 점심 식당을 찾듯 발명자나 연구원에게는 생할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흰 머리 돼지'의 오류는 사실상 당사자의 태만에 귀책이 있다 할 것이다. 

길 떠나는 사람이 헛걸음이나 방황을 하지 않으려면, 가고자하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찾아가는 길을 지도를 통해 잘 공부해두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술환경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 무턱대고 달려나가는 사람에게는 게으른 여행자처럼 그 노력과 비용이 헛되어 되도록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방황과 혼란은 게으른 자의 절친한 친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기술을 탈취 당했다고?

      - 그건 잘못된 특허전략 때문이야.

 

진(秦)나라 왕이 공주를 진(晉)나라 공자에게 시집보낼 때 온갖 장식으로 아름답게 가꾼 시녀 70명을 딸려 보냈다. 그런데 공자는 예쁜 시녀들만을 좋아하고 공주는 박대하였다. 결국은 공주가 아닌 시녀들을 잘 시집보내준 꼴이 된 것이다. 또 어느 초나라 사람은 귀한 구슬을 팔러 정나라로 갔다. 그는 목란(木蘭), 계초(桂椒)와 같은 향기로운 나무로 짜고 물참새의 털로 장식한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구슬을 넣었다. 그런데 정나라 사람은 그 상자만 샀을 뿐 구슬은 되돌려 주었다(買櫝還珠).』 _ 출처 : 한비자(韓非子)

구슬은 팔지 못하고 상자만 빼앗겼다.

     담긴 구슬보다 상자만이 관심을 끌게 만든 어리석음을 비유한 ‘매독환주(買櫝還珠)’는 겉으로 드러난 표현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정작 본질의 중요성을 잊거나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고사이다. 
     이 비유를 이 글을 위해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면, 본질(공주, 구슬)을 돕기 위한 보조적 요소(시녀, 상자)에 아무리 공을 들이더라도, 그 보조적 요소가 본질에 합목적적으로 부합하도록 적절히 배려되어 있지 않다면, 목적 달성은 고사하고 공들여 마련한 보조적 수단마저 허무하게 빼앗길 수 있다는 가르침도 얻을 수 있다.

     이 해석과 유사한 사례는 매스컴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기업활동의 본질은 큰 부가가치를 붙인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로 포장된 제품을 제조한다. 기술은 제품의 매력을 높이거나 비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보조적인 요소이며, 대부분의 경우 기술 그 자체가 기업 활동의 본질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마켓팅하는 과정에서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고 그 제품을 포장한 기술만 빼앗기게 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구슬은 팔지 못하고 상자만 빼앗긴 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S텔레콤의 김대표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위급상황 시 비상연락에 관련한 휴대폰 기술을 대기업에 제안하고 기술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는데, 그 동안 연락이 없던 대기업은 약 1년 정도가 지나 김 대표가 제안한 개념이 적용된 휴대폰을 출시하였고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김 대표는 그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였고 근 7, 8년간 소송을 끌어오면서 엄청난 비용을 썼지만 결국에는 모두 패소로 종결되었다.
     또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에스보드’를 개발한 강대표는 2006년 단일 제품으로 100억을 매출을 올렸다. 성공 스토리가 알려져 책도 내고 정부 공익광고에도 출연하기도 했으나, 이후 모조품의 난립으로 불과 3년 후인 2009년에는 단 1억의 매출로 추락하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본질인 매출이나 이익의 확대는 달성하지 못하고 그들의 기술만 잃은 것이다. 그들은 서로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그런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 이유는 서로 다르게 주장한다. 김대표는 대기업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강대표는 특허제도의 불합리를 질타한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의 실패 원인은 하나이다. 그것은 ‘잘못된 특허전략’에 있다. 김 대표와 강 대표는 모두 자신의 기술에 대해 특허를 획득하였다. 그 특허에 기초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하였다. 그러나, 권리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비즈니스 보호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고 극도의 상심과 함께 사업도 몰락한 것이다. 애초 특허가 없었다면 그토록 집착하거나 절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부실한 특허는 그 자체로서 우환거리이다.

특허는 울타리와 같은 것. 남을 막는 동시에 나를 가두는 것이다.    

      특허는 기술을 설명한 기술문헌인 동시에, 특허권의 권리 범위를 정하는 권리문서이다. 권리의 영역을 객관적으로 표시하는 울타리나 담과 같은 것이다.
     ‘울타리는 남을 막는 것인 동시에 나를 가두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과 같이 특허는 내 땅의 경계 즉 내 권리가 미치는 영역의 끝이 어디인지를 정하지만, 동시에 인접한 타인 혹은 공공의 땅의 경계 역시 정하는 것이다. 내 울타리 내에서 자유로운 권리행사가 가능한 한편, 울타리 밖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는 소극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 울타리 밖의 일임에도 울타리 넘어 과욕을 부리다가 실망을 자초한다.

     넓은 통제력을 갖고 싶다면 애당초 울타리를 충분히 넓게 쳐야 한다.
     울타리를 칠 면적을 얼마나 크게 할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이 선택에 달려있다. 너무 넓게 잡으면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영역을 침범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저촉만 피할 수 있다면, 자신의 기술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한 영역을 마음껏 넓게 상상해보라. 상상한 만큼 권리는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 상상은 실제와 잘 타협이 되어야겠지만, 그 과정은 충분히 즐겁다.

     또한 울타리는 튼튼하여야 한다.
     아무나 쉽게 들락거려도 어찌할 수 없는 부실한 울타리도 많다. 튼튼한 울타리는 잠재적 침입자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여야 한다. 발자국 소리만으로 도망가는 토끼를 막을 울타리와 맹수에 대비할 울타리는 분명 다르다.
     많은 사례들에서 보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특허 울타리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안타까울 정도로 너무도 좁고 부실하다. 그런 특허들은 벽면을 장식하는 역할 이상을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귀 특허의 울타리는 얼마나 넓고 어떤 침해에 저항할 수 있는가?

특허 취득의 진정한 목적은 ‘제품 보호’가 아니라 ‘시장 보호’이다. 
     ‘제품 개발’과 ‘특허 전략’은 모두 ‘기술의 산’을 정복하는 과정이다.
     ‘제품 개발’의 경우에는 최단 코스를 따라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그 산을 정복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최적의 솔루션 하나만 찾아내는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여러 개의 솔루션을 가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러 솔루션을 모두 제품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 전략’에서 ‘산의 정복’의 의미는 다르다.
     내 제품이 지배하여야 할 그 산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어막을 구축하였을 때 특허전략에서의 ‘산 정복’이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특허 전략의 일차적 목적은 ‘내가 개발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한정되어서는 적절치 못하다. 최고의 특허 전략은 ‘내 제품이 속한 시장’을 통째로 커버하는 것이다. 즉 ‘내가 개발한 기술’이 아니라 ‘남이 회피할 가능성이 있은 기술’ 내지는 ‘남이 모방할지도 모르는 기술’까지도 타인이 편승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잘된 특허전략이다. 

     특허 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 제품과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특허는 제품개발의 과정에서 나온 성과물이긴 하지만, 그것을 취득하기 위한 전략은 제품 개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많은 특허들을 보면 특허권자의 제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타인의 모조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아, 타인의 모방이나 도용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모방을 도와준 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못된 특허는 모방을 조장한다.

산의 정복 전략은 산을 오르기 전에 짜야 한다.
     처음 산을 오를 때, 누가 먼저 도전한 등산로가 있는지, 더 나은 정복의 루트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길을 더 선호할 것인지 등을 미리 알아야만 효과적이고 안전한 산행이 될 것이다.
     산오르기가 그렇듯 특허 전략도 연구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립하여야 한다.
     제품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이전의 다른 사람들의 개발 경험에 관한 정보나 시장의 환경을 잘 이해하고 나면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전 정보나 시장 환경에 기초한 특허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완료되고 나서 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많은 경우 그 최종 설게안에 따른 실시예에만 한정된 특허를 받게 된다. 마치 산꼭대기에 작은 울타리를 치고 산을 정복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좋은 특허는 산자락을 따라 넓은 울타리를 구축하는 것이며, 그런 특허는 개발의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특허분쟁도 조직력이 필요하다.
     강한 군대는 많은 전사와 다양한 무기를 구비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핵심 제품에 대해 한 두 건의 특허만을 가지고 있다. 앞의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그 소수의 특허가 상대의 저항을 받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김 대표와 강 대표처럼 분루를 삼키고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우선은 양이 필요하다. 조폭 집단이 초기에 머리수로 상대를 압도하듯이, 특허 건수는 특허분쟁에서는 매우 의미가 크다. 특허권자의 특허 건수가 많으면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그 부담이 건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두 건은 어떻게 대응하기 쉽지만 대여섯 건이 넘어가면, 그 내용은 제쳐두고 분석과 대응 비용 등과 관련하여 상대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무기도 다양할 필요가 있다. 전쟁에서 장거리 미사일과 같이 강한 화력의 무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중화기만으로 전쟁은 치룰 수는 없다. 근접전이나 비정규전을 대비한 무기나 전투인력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진작을 위해 연예인부대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허분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핵심 기술에 관한 특허 하나만 달랑 들고 있는 경우는 마치 ‘들배지기’나 ‘뒤집기’ 기술 하나만을 가지고 천하장사가 되겠다는 씨름 선수와 같다. 그런 선수는 싸우는 재미도 구경하는 재미도 제공하지 못한다. 상대 선수에게 자신의 특기가 파훼되고 나면 필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물론 핵심기술에 관한 특허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쟁을 치루기 쉽지 않다. 잠재적 침해자들의 예상 가능한 침해양태를 고려하여, 핵심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응용 기술, 보조 기술, 이용 기술, 혹은 그 기술이 통과하는 통로에 있는 길목 기술 등에 대해 특허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그런 주변 특허들은 실제 전투에서는 핵심기술 못지않은 혁혁한 전과를 올릴 수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이 말처럼 특허분쟁에서 큰 기술의 특허는 다 피했는데 어설픈 돌부리 같은 특허에 걸려 항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남의 기술의 훔치는 입장이 되어보자.
     항상 구슬상자를 빼앗긴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자만 뺏고 구슬을 되돌려주고는 회심의 비릿한 미소를 짓는 승자의 모습이 되어볼 수 있다. 공주보다 더 아름다운 70명의 시녀나 구슬보다 더 탐이 나는 상자가 있다면, 그리고 별 저항 없이 내 것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어찌 욕심을 내 보지 않겠는가?
     그런 매력적인 제품은 실제로 상당히 널려 있다. 제대로 눈만 부릅뜨고 둘러보면 쉽게 취할 수도 있다. 다만 무지, 게으름, 자존심, 도덕성, 두려움, 소심함 등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좋은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기는 너무도 힘들다. 그런 만큼 기업들의 특허에는 허점이 많다. 그 허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파고드는 것이 성공적인 모방자 내지는 발 빠른 2인자가 되는 길이다.
     특허권자가 자신의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는 것은 성을 사수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방자가 특허를 피해서 기술을 모방하는 것은 성을 공략하는 행위일 것이다. 

     수성과 공성 중 어느 것이 힘들겠는가? 일단 특허라는 성을 만드는 축성의 단계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하지만 일단 외부 공격을 막아야 하는 수성의 단계에 들어가면 성 내의 한정된 자원만 이용 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게 된다. 그러나, 공성은 성 밖의 무한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성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실제로 특허분쟁에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훨씬 낮다.
     그래서 나는 가끔 광오하게 주장한다.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은 없다”라고.. 부러운 타사의 제품이 있으면, 십중팔구 그 제품을 안전하게 모방할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그런데.. 양심이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렇다. ‘모방’이 좀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방 없이 지금 그 자리에 서있다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우리는 태어나서 곤지곤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무덤에 들어갈 때의 절차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모방하며 산다. 모방은 인간의 본성이다. 누구도 모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모방’ 그 자체는 조금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방’이 아닌 도용이나 ‘특허침해’가 비난 받을 짓이다.

     남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모방은 성공의 열쇠일 수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개발 과정은 관련 업계의 특허를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공개된 수백만건의 특허는 그 자체가 기술의 도서관이다. 그로부터 배우고 벗어나고 개량하는 과정을 통해 더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한 학습을 조장하는 것이 특허제도의 진정한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허전략의 꽃은 남의 특허 기술을 이용하여 더 나은 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_ 파블로 피카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왜 특허인가?

- 특허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이 큰 박씨를 주기에 그걸 심었더니 닷 섬들이나 되는 큰 박이 열렸다네. 물을 담으면 무거워서 들 수가 없고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면 평평하고 얕아서 도무지 뭘 담을 수도 없다네. 그래서 크기는 매우 컸지만 쓸모가 없어서 깨뜨려버렸네“라고 했다.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참으로 큰 것을 제대로 이용하는 데 서투르구려. (중략) 그 닷 섬들이 박을 큰 술통으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가?”

- 장자 소요유 -

 

모든 제도나 환경 혹은 시대 변화는 기업에게 있어 혜자의 ‘닷 섬들이 박’과 같은 것이다. 그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기업의 성장과 번영을 보장하는 축복의 선물이 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아주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재앙이 되어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특허제도도 기업에게는 익숙하게 다루기 쉽지않은 '큰 박’과 같다. 잘 활용된 특허는 흥부의 ‘박’이 될 수 있으나 잘못 활용된 박은 기업을 극도로 곤란하게 만드는 놀부의 ‘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특허가 기업의 지속 성장에 어떤 의미를 주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특허는 기업의 집단 창의력이다.

2011년 애플의 스마트폰 실적을 두고 세계의 메스컴은 거침없이 괴물이라 언급했다. 애플의 실적은 시장 점유율 9%, 매출 점유율 40%, 이익 점유율 75%.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 23%를 팔아 2위를 한 삼성의 이익 점유율이 16%였으니, 애플과 삼성의 이익 점유율을 합치면 총 91%가 된다. 노키아, 림, LG 등 나머지 기업들은 약 70%의 제품을 시장에 팔고도 겨우 9%의 이익을 나눠가진 셈이다. 승자 독식의 냉혹한 비즈니스 환경에 가슴이 서늘하다.

2012년의 실적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 중 애플이 70%, 삼성이 33% 차지하였다. 이들 이익을 합치면 103%. 즉 나머지 회사들은 실질적인 손실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런 극심한 이익점유율 편중의 키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창의력이다. 애플의 핵심역량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는 창의적 능력이며, 삼성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발빠른 2등 전략’(Fast Follower)에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창의력도 뒤지는 데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순발력이나 타이밍이 뒤처졌기 때문에 죽도록 만들어 팔고도 변변히 이익을 챙기지도 못하고 경영상황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산업사회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효율’이었다. ‘효율의 경제’는 단위 시간 및 단위 인력 당 더 많은 제품을 더 적은 불량률로 생산하여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지식사회 내지는 창의력 시대에서는 효율이 더 이상 경쟁력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창의의 경제’ 시대이다. 남다른 발명, 새로운 제품, 감동적인 디자인, 시장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창의의 경제’는 주어진 자원을 쥐어짜서 이익을 창출하는 ‘효율 경제’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든다.

그럼 창의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과거에는 창의력이 개인의 재능이라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결과나 성공적인 창의적 기업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보면, 창의력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에 의해 얼마든지 창출되고 향상될 수 있으며, 집단 지성을 활용할 경우 창의적 성과는 상상을 초원하여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고객사의 연구인력들을 데리고 잘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브레인스토밍 등 워크샵을 진행해보면 당사자와 경영자들도 예상치 못한 큰 성과에 깜짝 놀란다. 그것이 프로세스의 힘인 동시에 집단 지성의 잠재력이다.

이와 같이 특허 경영 영역은 기업의 핵심역량을 창출하거나 변경하는 전략일 뿐 아니라, 기업 내 직원들의 지적 창의력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인적자원 관리의 영역에도 관계한다.

특허는 한 기업이 가진 인적 자원의 집단적 창의력의 척도이다. 회사의 집단 창의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 보시라.


둘째, 특허는 기업의 강한 핵심역량이다.

어느 기업이든 나름대로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 핵심역량은 기업의 존재의미나 생존력 혹은 경쟁력을 의미한다. 제조 기업의 경우에는 주로 기술적인 영역에 핵심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기술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그 핵심기술을 특허의 모습으로 보호받는다. 특허로 무장된 핵심기술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배제력이 강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핵심기술은 시장에서 공존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약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강한 핵심역량은 타 경쟁자들에 대해 경쟁적 우위를 점하여 시장을 배타적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약한 핵심역량은 타 기업의 편승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비교적 치열한 시장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기업은 자신의 핵심역량이 충분히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고 배타적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점검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업의 강한 시장지배력에 의해 휘둘리는 꼴이 될 것이다.

귀사의 핵심역량은 충분히 강한가?


셋째, 특허는 기업의 비전이다.

우표를 수집하듯 과거의 추억을 위해 특허를 보유하는 기업은 없다.

특허는 미래의 경쟁 환경을 대비한 경영 전략적 기술 자산이다.
기업이 향후 나아갈 기술이나 제품 혹은 시장 목표를 향해 잘 짜인 전략에 따라 연구 및 개발이 수행된 결과가 특허이다.
그래서 특허는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경영전략과 반드시 함께 한다. 어느 기업의 미래를 알려면 현재 어떤 특허들을 취득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기술 기반 기업인데도 특허가 없는 기업은 어떤가? 당연히 비전과 경영전략이 없거나 비전이 취약한 기업일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는 소위 ‘동물원형 기업’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많다. 철창에 갇혀 사육사(발주기업)가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사는 동물과 같은 기업. 사육사가 사육을 중단하면 달리 생존이 힘든 기업이다. 이런 유의 기업들도 자신의 비전을 기술경쟁력의 확보나 동물원 탈출로 설정하였다면 그 비전의 구체적인 특허의 활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회사가 어떤 특허를 확보하고 있고 또 어떤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라. 그리고 회사의 비전 내지 경영전략과 얼마니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라.

 
넷째, 특허는 비즈니스전쟁에서의 공격과 방어체계이다.

특허의 본질적 기능은 내 기술을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보장받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기술을 남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여 시장에서 배타적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특허의 실질적인 존재이유이다.

이런 배타적 효력 때문에, 최근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특허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사실상 절대적이고도 매우 유효한 수단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어느 한 쪽의 선제공격에 의해 전쟁이 개시되는데, 특허 전쟁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특허권자에게만 주어진다.

비즈니스전쟁에서 공격주체가 되어 상황을 리드해 갈 것인가?
아니면 특허권자의 공격을 받아 이리 막고 저리 피하면서 끌려 다닐 것인가?
그래도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는 않고 최소한 대거리라도 할 수 있도록 쓸 만한 대응 무기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기는 하는가?


다섯째, 특허는 기술의 땅이다.

특허는 그 자체로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권으로서, 기술의 영역, 기술의 땅을 임의로 구획하여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이다.
머릿속에서 상상 가능한 무한한 기술의 공간 내에서 새롭고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만 하면, 자유로이 말뚝을 박고 울타리를 쳐서 자신의 소유로 삼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특허제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의 땅이기는 하지만 유체재산인 현실의 토지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여 이익을 많이 남겨주는 문전옥답 같은 특허가 있는가 하면, 어쩌다 한 번씩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천수답이나 아예 존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전혀 이용되지 않는 특허도 수두룩하다. 또 그린벨트에 묶인 땅과 같이 규제를 받아 기약 없이 이용이 제한되는 특허도 존재하고, 지금은 활용되지 않지만 기술 트랜드의 변화로 언젠가 미래에 크게 활용될 가능성을 기다리는 특허도 있다.

그래서 특허를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짜릿한 묘미는 지금은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기술이지만 내가 찾아 세상에 알리기만 하면 일시에 금싸라기로 변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의 땅을 찾아 넓게 울타리를 쳐서 척하니 내 것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렇게 기술의 땅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때론 적지 않은 연구개발비를 들여야 할 수도 있지만, 때론 차안이나 측간에서 가벼이 얻어낸 반짝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적은 비용으로 별 리스크 없이 기술의 땅을 내가 상상하는 만큼 확보할 수 있는 데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기술의 땅이 너무도 광활하고 복잡하여 희망하는 목적지를 찾아가기가 어려워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특허자료는 기술의 보물창고이다. 온갖 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몇 백만 건의 특허 출원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들을 적절히 조사하기만 하면 관심분야의 기술을 모두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을 적절히 분류하고 분석하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보인다. 그 관심분야의 기술들을 참조하여 지식을 넓히고 그들을 조합하고 분해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제 저 광활한 기술의 땅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욕구와 용기가 생겼는가?

 

이와 같이 특허는 기업의 핵심역량이고 집단 창의력이며 미래의 비전이다. 또한 비즈니스 전쟁에서의 공격 및 방어체계이고 기업의 중요한 재산을 구성하는 기술의 땅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업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허전략은 경영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포지션에서 계획되고 관리되어야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을 쌓는 자 필히 망하고, 길을 내는 자 번창하리라!
                                                                            _투르크 명장 톤유쿠크의 비




이 글과 함께 보면 좋은 글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특허제도의 수호신(4) _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

 

 

아테나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은 방패 아이기스이다.

 

아이기스의 원래 주인은 아테나의 아버지 제우스이다.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젖어미였던 암염소 아말테이아의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을 한 번 흔들면 폭풍이 일어나고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방어와 함께 공격의 기능까지 갖춘 이지스함의 명칭이 아이기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이기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어드(일리아스)에 따르면, 100개의 황금으로 된 술이 붙어 있고 각 술 하나하나가 소 수백마리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 엄청나게 호사스런 방패가 아닐 수 없다. 일리어드에서는 아테나가 이 무장을 갖추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제우스의 딸 아테나는 구름을 부리는 제우스의 갑옷을 입은 다음에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술이 달린 아이기스를 어깨에 걸쳤다. 그것에는 제우스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상징으로서, 둘레에 공포가 새겨져 있고, 그 안에 불화, 무력, 소름 끼치는 추격이, 그리고 중앙에는 무시무시한 괴물 고르곤의 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일리어드를 가만히 읽어보면 아이기스는 아테나만이 유일하게 보유한 물건이 아닌 것 같다. 트로이의 편에서 선 아폴론이 헥토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기스’를 들고 나서기도 하고, ‘아이기스’를 입은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고 그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다니자 헥토르의 시신을 아폴론이 ‘아이기스’로 감싸 보호하였다고 한다. 아폴론 제우스의 자식인 만큼 아버지의 방패를 빌려서 사용하였을 수 있었겠지만, 아킬레우스가 가진 아이기스를 동시에 헥토르의 시신 보호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없다. 아킬레스 자신의 무구는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입고 나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헥토르 측에 빼앗겼기 때문에,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를 위해 출전하는 아킬레스의 어깨에 아테나가 자신의 아이기스를 직접 걸쳐주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이기스는 다소 유연한 가죽 재료로 만들어져 몸에도 부착가능한 매우 고급스런 방패의 일반명사인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아테나의 아이기스는 특별하다. 그 중앙에 무시무시한 메두사의 머리가 부착되어 있다.

메두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뱀으로 이루어져 있고 흉측한 모습의 얼굴을 가진 괴물이다. 그리고 그를 직접 보는 사람은 돌로 변한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고르고(고르곤) 세 자매 중 하나였는데,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정을 통하다 아테나에 발각되어 아테나의 분노에 찬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된 것이다.

 


그런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아이기스의 중앙에 붙인 영웅은 페르세우스이다.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왕녀 다나에의 아들이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가 낳은 자식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어떤 남자도 접근할 수 없도록 다나에를 청동으로 만든 밀실에 가둔다. 하지만 그녀에게 반한 제우스가 황금의 비로 변신하여 스며들어가 다나에를 임신시켜 페르세우스를 낳게 하였다. 왕은 그 모자를 방주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냈고, 방주는 세리포스에 표착하여 이 섬의 왕 폴리데크테스의 보호를 받는다. 다나에를 좋아하게 된 폴리데크테스는 청년이 된 방해꾼 페르세우스를 제거하고자 메두사의 목을 베어 오게 유도한다. 


이에 페르세우스는 아테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테나로부터 아이기스와 함께 메두사의 머리를 담을 자루를 얻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하늘을 나는 헤르메스의 신발 등을 빌려 메두사를 찾아간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가르쳐준 대로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방패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접근하여 메두사를 처치한다. 이때 흘린 메두사의 피에서 천마 페가소스와 황금의 검을 가진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고 한다.



페르세우스는 귀환하는 길에 에티오피아에서 왕녀 안드로메다를 구해 아내로 삼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라스를 돌로 바뀌게 하여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었다. 또 돌아와서는 폴리데크테스에게 메두사를 보여 돌로 만들어 버리고, 여행 중에 우연히 경기대회에서 던진 원반이 빗나가 목숨을 잃은 노인이 바로 아크리시오스 왕이었기에 신탁의 예언이 실현되어 버렸다. 메두사의 목은 아이기스에 부착되어 아테나에게 바쳐졌다. 그래서 아이기스를 바라본 사람은 돌로 변하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도 아테나의 아이기스는 존재한다. 게다가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고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난다. 특허제도 수호신 아테나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 원할 때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두 말 없이 아이기스를 발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영웅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현대의 영웅은 창의적인 기술로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는 발명가나 기업인이고, 현대의 영웅들이 그토록 갖고자 하는 아이기스는 바로 특허 포트폴리오이다. 아이기스의 공격 및 방어력은 특허권의 권능과 매우 유사하고, 특히 특허권의 금지권적인 효력은 아이기스에 새겨진 메두사의 머리를 보였을 때 상대를 돌로 만드는 작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현대의 영웅들은 스스로의 창의적 노력과 역량 및 전략에 따라 나름의 아이기스를 만들어 제출하고 그 독점적 사용을 허락받는다는 점에서 고대의 아이기스와 다른 점이 있다.


변리사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 그들의 비전과 역량 및 열정에 부합하는 최고 최적의 아이기스를 가질 수 있도록 고도의 전략적인 고려를 반영하여 아이기스를 만들어 주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후예들이다. 

 

 

 

 

 

 

 

** 함께 보면 좋은 포스팅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1) _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2) _ 아테나와 다이달로스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3) _ 아테나와 특허괴물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5) _ 아테나와 아라크네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6) _ 아테나와 트로이전쟁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7) _ 헤라클레스의 선택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8-1) _ 재판관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8-2) _ 재판관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8-3) _ 재판관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8-4) _ 재판관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8-5) _ 재판관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특허제도의 수호신(9) _ 멘토르 아테나

 

 

[아테나이칼럼] 아름다운 것은 모두 선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