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진기한 특허소송이 벌어졌다.
대리인이 작성한 특허청구범위의 기재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권리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고자 대리인을 제소한 사건이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Byrne은 예초기와 관련한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Black & Decker를 제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Black & Decker의 제품이 청구범위 중 "generally planar"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며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Byrne은 대리인을 상대로 충분히 넓은 특허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대리인 로펌인 WHE는 종래 기술에 대비하여 Byrne의 발명이 진보성을 갖기 위해서는 "generally planar"라는 한정이 불가피하고, Byrne이 출원과정에서 충분히 참여하여 그 한정을 청구범위에 삽입하는 데에도 개입하였다고 주장하며, "summary judgment"(사실심리 없는 판결)를 요청하였다. 이에 담당 지방법원은  Byrne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주지않고 WHE의  "summary judgment" 요청을 받아들여 법률상 과실이 없다고 하여 Byrne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연방 순회법원은 지방법원이 Byrne의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지 않은 지방법원의 권한남용을 지적하여 파기 환송하였고, 현재 환송심리가 재개될 것이다.

이 소송에서 청구범위를 좁게 작성한 대리인의 업무상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한 바 없지만, 장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종류의 소송이 다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허출원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권리를 창설적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주인 없는 땅에 울타리 말뚝을 박아 자신의 영역으로 마음대로 지정하는 행위와 같다.
그러한 영역 설정 행위가 변리사의 업무영역이다. 그러니 창설된 권리가 얼마나 넓거나 좁은지 울타리가 얼마나 튼튼하거나 부실한지, 즉 권리범위의 강약이나 광협은 담당 변리사의 경험과 지식, 열정과 숙고의 결과이다.
그래서 어떤 권리가 만들어 지는가는 거의 대부분 변리사의 책임 영역에 있다고 하여도 틀린 말이 아니다.

훌륭한 건축물을 얻기 위해서는 훌륭한 건축가가 필요하고,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뛰어난 장군이 필요하다. 좋은 특허를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변리사가 필요하다.
뛰어난 변리사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하나하나의 출원에 혼신의 집중력으로 넓고 강한 전략적인 특허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업무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변리사는 숱한 분쟁의 경험도 거친 역전의 용사이어야 한다. 우리 특허업계가 그런  변리사를 과연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그런 한편 출원인은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출원작업이 완료되도록 압박하여, 비교적 낮은 경험 수준의 변리사가 서둘러 일을 처리해 버리도록 상황을 몰아간다.
좋은 특허를 확보하고 싶다면 우수한 변리사에게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적절한 정도의 검토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만 한다.
우아하면서도 발랄하기를 바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편, 특허의 권리범위가 정하여지기까지에는 그 발명을 둘러싼 기술적 환경, 발명자의 기술적 지식, 발명자의 인식한도, 발명자의 특허출원의 목적, 담당변리사의 인식한도, 발명자의 기여도, 전락적 고려 여부 등 많은 평가불가능한 변수가 존재하고 그 각 변수에 대한 책임소재 역시 명료히 규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반 변수에 대한 평가도 결국에는 변리사가 아니면 입증하거나 주장하기 어렵다.
의료사건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다.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사출신의 변호사가 최적인 것처럼..
변리사의 업무상 과실 소송은 변리사출신의 변호사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이러한 소송이 몇 건 벌어지면 우리 특허업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아마 모두들 바싹 긴장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잽싸게 보험상품을 만들어 영업을 하러 다니기도 할테고..
하지만 결국은 업무의 질이 상당 수준으로 높아질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출원인의 비용 부담도 높아지겠지만..
 
어쨌든 머잖아 이런 류의 다툼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책임공방의 다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권리범위 설정과정에 발명자와 변리사가 충분히 협의하여 권리의 강약이나 광협에 영향을 주는 제반 상황을 모두 노출시켜 함께 의논하고 작성하는 실무 습관을 가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이 글의 단초가 된 글 :
http://www.patentlyo.com/patent/2011/11/stephen-byrne-v-wood-herron-evans-fed-cir-2011-byrnes-malpractice-claim-alleges-that-his-former-patent-attorneys-at-w.html?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email&utm_campaign=Feed%3A+PatentlyO+%28Dennis+Crouch%27s+Patently-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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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Bilski 판결, 전가의 보도?


* Bilski 판결은 비즈니스 방법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향후 미국의 특허 기조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후퇴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판결은 당초의 대상이었던 비즈니스 방법 등에 한정되지 않고, 최근 비즈니스 방법과는 매우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진단방법에 관한 발명이나 심지어는 기계 형태로 표현된 클레임에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적용되고 있다.






미국 특허 업계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소위 Bilski 케이스(In re Bilski; 08/833,892 patent application)에 대해, CAFC(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는 지난 2008년 10월 말 그 판결을 내놓았다. Bilski 발명은 상품 거래에 있어서의 리스크 헷지 방법에 관한 전형적인 비즈니스 방법이다. 이에 대해 금번 판결은 특허의 허여를 거부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State Street Bank의 특허 이래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었던 비즈니스 방법에 대한 특허 부여의 기조가 불가피하게 상당히 후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Bilski 사건은 그 판결이 있기 오래 전부터 그 귀추에 대해 수많은 이해관계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이 판결의 향방이 장래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방법이나 소프트웨어 특허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계의 관심에 부응하듯 CAFC는 이례적으로 스스로 재판관 전원 공청회(en banc hearing)를 개최하기도 하였고, 최종 발표된 작성된 판결문은 12명의 판사 중 9명의 지지를 받은 다수 의견과 반대 측 판사들의 반대 의견을 포함하여 무려 132페이지에 달한다.

그리고 찬반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뉜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법정 조언자(amicus curiae)를 통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의견(court filing)들을 제출하였다. 이들 법정 조언자들은 그 수가 40명 이상이나 되며 판결문의 첫 4페이지에 걸쳐 그들의 의뢰인들과 함께 열거되어 있다. 이번 판결을 반기는 비즈니스 방법 특허 반대론자 중 대표 기업은 IBM이었다. IBM의 상대편에 서서 21세기 경제혁명의 중심에 해당하는 금융서비스 등 비즈니스 방법 특허의 폭넓은 보호를 주장하는 쪽의 대표주자는 Accenture이다.

이 판결을 두고, Copyleft 주의자 등과 같은 프로세스 특허 반대론자들은 프로세스 혹은 소프트웨어의 특허는 이제 종말을 맞이했다고 크게 반기는가 하면, 일부는 비기술적 프로세스의 특허를 저지하는 데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다고 하며 그동안 괜한 호들갑을 떨었다(‘Much Ado About Nothing’)고 말하기도 한다.

여하튼 이 Bilski 케이스는 향후 비즈니스 방법이나 소프트웨어 특허과 관련된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틀림이 없다. Bilski 케이스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지금까지 정립되지 않았던 프로세스 발명의 특허 자격 평가를 위한 테스트 룰을 확정하였다는 점이다.

35 U.S.C. § 101은 특허 대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Whoever invents or discovers any new and useful process, machine, manufacture, or composition of matter, or any new and useful improvement thereof, may obtain a patent therefor, subject to the conditions and requirements of this title.”

여기서 “any new and useful process”의 특허가능성 판단에 그동안 여러 가지 테스트가 적용되어 왔지만, CAFC는 금번 Bilski 케이스에서 ‘기계 또는 변환’(‘machine-or-transformation’) 테스트만을 유일한 해석 기준임을 명백히 하였다. ‘machine-or-transformation’ 테스트는 보호받고자 하는 발명이 특정의 기계에 결부되어 있거나 ‘물건(article)’(물질이나 데이터를 포함)을 변환시키는 것의 확인을 요구한다("the claimed invention is either tied to a particular machine or that it transforms an “article” (such as a substance or data)).

그러면, 문제가 되는 Bilski 발명의 클레임은 도대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A method for managing the consumption risk costs of a commodity sold by a commodity provider at a fixed price comprising the steps of:
(a) initiating a series of transactions between said commodity provider and consumers of said commodity wherein said consumers purchase said commodity at a fixed rate based upon historical averages, said fixed rate corresponding to a risk position of said consumer;
(b) identifying market participants for said commodity having a counter-risk position to said consumers; and
(c) initiating a series of transactions between said commodity provider and said market participants at a second fixed rate such that said series of market participant transactions balances the risk position of said series of consumer transactions.


이 클레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Bilski 발명은 상품 판매시의 거래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소비자와 시장관계자의 사이에서 거래 리스크가 보상될 수 있도록 양자의 리스크 포지션을 서로 맷칭시켜 거래를 하겠다는 것을 요지로 한다.

이 Bilski 발명은, 판결문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어떠한 기계도 사용하지 않고, 또 어떠한 물건을 다른 상태나 다른 물건으로 변환시키지 않는다. 이에 대해 판결문은 “공적 혹은 사적인 의무나 관계, 비즈니스 리스크 기타 추상적 개념의 의도적 변환 혹은 조작은 물리적 대상이나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이 채택한 테스트에 부합될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CAFC의 입장은, 우리 특허법이 발명의 성립성으로서 요구하고 있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취지와 상당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Bilski 클레임의 구성요소는 사람 간의 거래 행위와 인간의 사고 과정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이라는 법조문을 달달 외우며 공부해온 우리나라 변리사들의 눈에는 이 Bilski 클레임이 매우 도발적으로 보일 것이다. BM특허의 문을 열게 만든 발명으로 인정되는 State Street Bank의 "Data Processing System for Hub and Spoke Financial Services Configuration." (U.S. Patent No. 5,193,056)은 당초 6개의 기계 클레임과 6개의 방법 클레임이 있었지만, 방법 클레임을 손절하여 '기계' 클레임만으로 Bilski 발명이 넘지 못한 '101 허들'을 넘었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소위 '역경매' 특허(U.S. Patent No. 5,794,207)의 경우에도 사실상 실질적인 의미가 없어보이는 '컴퓨터를 이용..', 컴퓨터에 입력..' 등의 표현을 한정하여 기계와의 관련성을 어거지로 보여줌으로써 '101 허들'을 우회하였었다.

소수 의견을 낸 판사 Mayer의 지적대로, 컴퓨터와 연관시키거나 데이터 처리에 관하여 언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Bilski 발명을 실제 기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재작성하면 특허를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판사 Mayer는, 영리한 변리사들이 ‘machine-or-transformation’ 테스트에 부합하도록 클레임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금번 판결이 비즈니스 방법 특허를 차단하는 실질적인 의미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 판결의 실효의 여부를 떠나서, CAFC는 이런 Bilski 발명과 같이 거래 행위나 정신 활동만을 구성요소로 하는 발명에 대해 특허를 허여하였을 경우, 그 뒤에 이어지는 파장을 뒷감당하기 두려웠을 것이다. 그야말로 판사 Mayer의 말대로 '특허 제도가 미쳐 날뛰는'(“The patent system has run amok”)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자연 과학이나 경제 법칙, 금융 기법, 운동 동작 등 다양한 인간 활동 분야의 창작이 특허제도에 그 보호를 의탁하러 몰려들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의 Bilski 케이스는 그동안 과도히 진보적으로 앞서 나갔던 미국의 특허 시스템이 다소나마 우리의 상식에 가깝게 보수적으로 회귀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Bilski 판결은 소위 ‘101 허들’의 높이를 어느 정도 높아지게 하였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결은 그 ‘기계’ 혹은 ‘변환’은 반드시 “의미있는 한정(meaningful limits)”이어야 한다는 점과, ‘클레임 상의 변환은 보호받고자 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핵심적인 것’(any claimed transformation must be “central to the purpose of the claimed process.”)이어야 한다는 점을 첨언하여, 단순히 외견상으로만 '기계'나 '변환'에 관련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비즈니스 방법을 오프라인에까지 연장하여 보호받고자 하는 욕심만 버린다면, 즉 오로지 온라인 상에서만 이루어짐을 한정하여 보호받고자 한다면, ‘데이터를 조작하는 기계’ 혹은 '기계에 의해 데이터가 변환되는 프로세스'의 형태로 클레임을 작성될 것이므로, 이 번 판결이 비즈니스 방법의 특허 가능성 확보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Bilski 판결을 인용하는 판결례들은 프로세스 발명의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 않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게 한다.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Bilski 판결이 그 근거가 된 비즈니스 방법이나 소프트웨어에 한정되지 않고, 그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진단방법(Classen Immunotherapeutics, Inc. v. Biogen Idec)이나 심지어는 기계 발명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단방법은 그 고유의 특성상 '기계'나 '변환'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Bilski 판결에 의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클레임을 '기계'의 형태로 표현된 발명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인텔의 특허출원이 Bilski 판결의 논리에 따라 BPAI(Board of Patent Appeals and Interferences)에 의해 거절된 최초의 기계 클레임에 해당할 것이다. 인텔의 출원이 거절된 이유는 다음의 3가지로 압축된다:

(1) 발명은 '특정'의 기계에 관련되어야 한다. 출원 클레임은 연산을 위한 '프로세서'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범용의 컴퓨터와 다름 없으므로, '프로세서'의 기재는 '의미있는 한정'(meaningful limit)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기계와의 관련성을 부정하였다. 매우 섬찟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2) 클레임에 언급한 ‘floating-point 하드웨어’는 '특정'의 기계에 해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요소를 ‘의미 없는 부가 솔루션 활동’("insignificant extra-solution activity")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이를 무시해버렸다. 이 역시 어설프게 '기계' 요소를 부가하는 것만으로는 '101 허들'을 우회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3) 인텔 발명은 "computer readable media"로 표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세스에 관한 Bilski 테스트가 적용되어 거절되었다. 그 이유는 "클레임을 'computer readable media'에 한정한다 하여도 클레임의 권리범위에 실질적인 한정을 부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적용분야(field-of-use) 한정만으로는 특허자격 없는 클레임을 특허가능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텔 출원의 클레임이 'computer readable media'에 관한 발명으로서, 소위 'Beauregard-type Claim'이라 불리는 프로세스 한정적인 특수한 클레임이기 때문에, Bilski 테스트가 '기계' 발명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지레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IT분야에서 널리 출원되고 있는 프로세스 지향적인 발명들의 클레임을 작성할 때에는 이 Bilski 테스트가 적지 않이 신경쓰이게 될 것이다.

한편, Bilski 판결은 ‘기계 또는 변환’ 테스트를 프로세스 발명의 유일한 테스트 룰로 인정하여 Bilski 발명의 특허를 거부하였지만, 이 테스트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언젠가는 힘든 도전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신생 기술들의 수용을 위해 이 테스트를 정정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고 언급하여, 자신들의 고뇌에 대한 타당성 판단을 슬그머니 상급심에 떠넘기고 있다.

현재 Bilski 케이스는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 정도에서 적당히 클레임을 수정하여 계속출원을 하면 대충 원하는 특허를 확보할 수도 있을텐데, Bilski 발명 그 자체의 특허 자격 내지는 특허 가능성에 관한 다툼을 떠나서 업계에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 꿋꿋하게 투쟁하는 출원인과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우리는 이 Bilski 판결이 이후 비즈니스 방법이나 소프트웨어에 관한 특허의 운명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가 어떠한지 흥미있게 기다려보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 :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허성원 (090227)


참고문헌
1. "Federal Court Rules in Bilski Business-Method Patent Case" by Diane Brady
2. "In re Bilski: The Fed Circuit Tells Inventors to Stuff It" by Randy Picker
3. "Bilski: Much Ado About (almost) Nothing" by William Morriss
4. "Bilski ruling: a victory on the path to ending software patents" by Peter Brown (Executive Director Free Software Foundation)
5. BPAI Applies Bilski to Deny Patentability of Machine Claim from www.patentlyo.com
6. Applying In re Bilski to Diagnostic Method Claims by Kevin E. Noonan
7. BilskiCase_CAFC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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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사자는 배고플 때 하늘을 본다
          - 귀 회사가 배가 고파질 때엔 어디를 보는가?


어느 송나라 사람은 손 트지 않는 약(不龜手之藥)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대대로 솜을 빨아주는 일을 하였다. 어느 객이 찾아와 그 처방을 백금에 사겠다고 했다. 이에 송나라 사람은 하루 아침에 큰 돈이 생기게 됨을 기뻐하며 그 처방을 팔았다. 객은 그 처방을 가지고 오나라에 가서 왕을 설득했다. 오나라는 그 약의 도움으로 월나라와의 겨울철 수전(水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에 오나라 왕은 땅을 쪼개어 봉토를 하사하였다. 같은 기술로 어떤 이는 대대로 남의 솜을 빨아주는 일을 하고, 어떤 이는 한 나라의 봉토를 가진 제후가 되었다.

(출처 : 장자의 소요유)


먹을거리가 부족할 때 어디를 보고 무엇을 하는가?

    우리 중소기업들은 초식동물과 같다.
한 번의 포식으로 며칠을 빈둥거려도 되는 육식동물과 같은 대기업들과 달리, 초식형 중소기업들은 끝없이 매일매일 새로운 먹을거리를 보충하여야만 기초대사를 유지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처한 비즈니스의 들판은 이미 너무도 척박해져있고, 풀뿌리 하나 건지기 어려운 황야를 우리 중소기업들은 오늘도 처절하게 새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작 참기 힘들 정도로 배가 고파지면, 어떤 기업은 자신을 되돌아보고는 입을 줄이거나 허리띠를 졸라맨다. 어떤 기업은 ‘행운은 발뒤꿈치에서 나오는 거야’라고 하며 더욱더 죽기 살기로 시장을 헤집고 다니며 남다른 부지런함으로 생존을 추구한다. 이들 방법은 얼마 가지 못해 금세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나마 다소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들은 자신의 머릿속의 뒤지고 쥐어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자 몸부림친다. 이들은 거친 황야로 나서기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길 역시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그 앞길이 험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노력하여 기술개발에 성공한다고 하여도 그 비즈니스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생산이라는 다른 고개와 마케팅과 시장이라는 더욱 더 큰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 고개들의 마루에서 많은 기업이 좌절한다.


배고픈 사자가 하늘을 보는 이유는..

    독수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독수리가 무리지어 날고 있는 곳에는 필시 다른 사냥꾼이 이미 사냥에 성공하여 포식하고 있다. 사자는 그런 포식현장을 찾아 사냥감을 빼앗는다. 다소 치사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스스로 땀 흘려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단시간 내 배를 채울 수 있고 실패의 리스크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비즈니스계에도 사자와 같은 육식성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다국적 거대기업들로서 스스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거나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남이 잡아놓은 기술로 배를 채우거나 핵심역량을 구축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설에 기초가 된 DOS도 빌게이츠가 헐값에 사들인 것이었고, 애플의 초창기 핵심역량이었던 PC, GUI(Graphic User Interface), 마우스 등은 사장될 뻔하였던 제록스의 기술이었다. P&G의 신제품 중 50% 이상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한 외부 기술에 의한 것이다. 이들 거대기업들은 지금도 다른 기업들이 개발해놓은 기술들을 M&A 등을 통해 게걸스럽게 포식하고 있다. 그런 포식을 위해 그들의 눈은 항상 독수리를 찾는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그렇게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지금보다 좀 더 확대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그런 시각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개방된 혁신 마인드의 엔진에 실으면 얼마든지 쉽고 간편하고 저렴하게 자신의 핵심역량을 구축하여 미래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사자의 사냥법을 보려면 정글로 가라!

    동물원에 있는 사자에게서는 제대로 된 사냥법을 배울 수 없다. 앨런 래플리 전 P&G 회장의 말이다.
    사업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머릿속의 지식은 동물원 안에 갇힌 사자와 다름없다. 많은 CEO들은 ‘난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우수한 기술로 좋은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와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많은 실패한 벤처기업인들이 경험하는 중대한 착각이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내가 잘하는 것을 할 게 아니라, 시장이 원하고 있거나 원하게 될 것을 하여야 한다.
    시장에서 보면 현재 성공적인 제품이나 기술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미래에 각광받을 기술이 무엇인지 크고 작은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다. 많은 매스컴이나 연구기관에서도 그런 변화와 트렌드에 대해 연일 떠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전망 없는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도저히 가망 없는 사업으로 생각되는 비디오 가게나 사진관을 최근에 새로이 여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았을 것이다. 최근 아이패드 등으로 인해 전자책이 대세로 되어 가고 있다고 떠들고 있는데도 부득부득 출판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화석연료 엔진의 시대가 몇 년 내 종언을 고할 것임이 누구나 예견하고 있는데도 그와 관련된 분야에 여전히 기술개발과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곳곳에서 기술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업종이 급격히 몰락하거나 새로이 크게 일어서게 될 것이다. 코닥, 소니, 노키아 등의 몰락과 애플과 페이스북 등의 급속도 성장에서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상황과 변화를 읽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 변화를 읽었다면 내 분야와 관련하여 전망 있는 아이템을 수집하여 열거하고, 그 중에서 내 역량으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아이템을 선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망 좋은 아이템들을 찾고 보니 이제는 내 기술적 역량이 미치지 못함을 깨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역량의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베껴라!

필요로 하는 모든 기술적 솔루션은 이미 세상에 다 나와 있다고 생각해도 거의 틀리지 않다.
내가 필요한 것은 거의 대부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이미 개발해두고 있다. 다만 내가 게으르거나 무지해서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특허자료는 기술의 보고이다.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는 특허제도를 두고 있고, 그 중 대부분 국가의 특허공보는 온라인을 통해 검색가능하게 되어 있다. 특허는 모든 기술 영역을 커버하므로, 사실상 이 세상에 나온 대부분의 기술은 특허자료의 형태로 모두 공개되어 있다고 보아도 거의 틀리지 않다.
원래 특허제도는 발명자를 보호하는 목적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제도의 발전과정에서 그 본래의 목적보다는, 특허 부여를 미끼로 하여 발명을 공개를 촉진하여, 그에 따른 기술 및 산업의 발달을 도모하는 데 더 큰 목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모든 특허는 원칙적으로 공개된다.
그렇게 공개된 특허자료는 연구개발의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특허자료로 공개된 기술을 자르고 비틀고 덧붙이고 비평해서 무한히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낼 수 있다.
또 남의 특허를 그대로 이용하여 제품으로 만들어 팔아도 문제되지 않는 경우는 많다. 이미 만료된 특허, 외국에만 등록된 특허, 특허 내용에 기재되어 있지만 그 특허의 권리범위에는 속하지 않는 기술, 그냥 연구개발에만 이용하는 경우, 다른 분야의 특허 기술, 등등. 무엇보다 짜릿한 것은 남의 특허를 실질적으로 그대로 이용하되 특허침해로 되지 않는 회피기술이나 우회기술을 구사하는 경우이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특허에 기초한 연구개발 방법을 널리 이용하고 있다. 즉 ‘특허 베끼기 전략’인 셈이다. 우선 새로이 도입하고자 하는 기술분야 내지 제품을 결정하면, 그 기술이나 제품이 속하는 기술분야의 특허를 모조리 찾아서 끌어모은다. 그렇게 모은 특허자료들을 국가별, 기업체별, 기술 분야별, 구성 요소별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하고, 분류된 기술을 보고 써야하거나 관계가 있는 기술들을 추려낸다. 그러면 그냥 공짜로 써도 문제없는 기술들을 분류하여 적극 반영하고, 특허 분쟁의 소지가 있는 특허를 찾아낸다. 분쟁이 우려되는 특허에 대해서는 일단 회피기술이나 우회기술 등을 심사숙고하여 고려해보고 만약에 그런 기술이 있으면 내 고유의 기술로서 특허화를 추진한다. 만약 회피나 우회가 불가능하면 그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지 타진한다. 무효화가 불가능할 때에 한하여 라이센싱이나 기술매입 등을 고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웬만해서는 거의 독자의 기술을 구축하게 된다. 기간도 불과 3~6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비용과 시간도 단축되지만, 무엇보다 타인의 특허와의 관계에서 위험요소를 충분히 검토하고 확실히 배제할 수 있다. 그리고 베낀 그 기술은 대체로 검증된 것들로서 실제에 적용하여도 리스크가 매우 낮다.

     모든 창조의 근간은 베끼기이다.
    남의 기술을 베끼거나 모방한다는 사실이 좀 불편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모방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가 걷고 말하고 사람 행세하는 것 모두 모방이다. 모방은 창조의 출발이다. 모방이란 말이 불편하면 ‘벤치마킹’이나 ‘리버스엔지니어링’이란 말을 사용해보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고, 피카소는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창조의 출발은 현재의 상태에 문제를 느끼고 그 문제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남다른 관심과 감수성이다. 그 감수성의 해소를 위해 어딘가에 있을 베낄 대상을 끈질기게 찾는 지식 축적 과정과, 베낄 대상을 선택하여 필요한 만큼 요리조리 변형하여 적용하는 창의력 발휘과정이 창조의 뼈대를 이룬다. 하지만 창조의 그것만으로는 창조가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세상에 내놓는 실행 과정이 창조의 완성을 위한 마무리 단계이다.
    사실 베끼기에 기초한 기술개발은 등은 창의력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해당 기술분야에서 가까운 곳에서 베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의력이 높은 베끼기도 있다. 내 기술분야로부터 좀 떨어진 것을 베끼면 창의력이 높고 멀리서 베낄수록 더욱 창의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엉으로부터 모방한 소위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우수한 100대 발명 중 하나이다. 이런 훌륭한 베끼기의 예는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빌려라!

엔지니어 출신의 CEO들은 땅과 돈은 빌려쓰면서도 남의 기술을 빌리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 않는다. 나도 개발할 수 있다는 엔지니어의 고집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고집이 시간과 비용 및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부에서 빌려 써라!
    모든 역량을 다 갖추고 사업하는 사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부족한 자원은 빌려서 쓴다. 땅, 돈, 인력 등. 빌린 돈을 지렛대 삼는 금융레버리지가 있듯 기술레버리지도 있다. 우리나라의 괄목할 경제성장도 엄청난 기술레버리지의 성과이다. 한 해 약 30억 달러 이상의 기술료 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빌려 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라이센싱이다. 특허침해를 피할 수 없거나 해당 기술과 관련된 노하우 등을 패키지로 도입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P&G와 같이 외부전문가가 제공하는 기술을 이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중소기업에서도 잘 벤치마킹하면 매우 효과적인 ‘빌리기’전략이 될 수 있다.
서두에 예화로 든 “손 트지 않는 약”의 경우에서와 같이, 동일한 기술이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가치 창출의 크기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사장되거나 변변히 가치창출 못하는 기술을 값싸게 빌려와서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우는 많다.
라이센싱 이외에도 특허 등의 매입, 기술자문, 공동개발, 아웃소싱 등을 통해 자사의 역량 부족을 보완하면서 외부 인력의 우수한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외부 기술 인력의 활용은 통상 비용을 수반하지만, 협업 개발 등을 통하면 적은 비용으로 공동의 발전을 가져하는 성공적인 윈윈 전략을 도모할 수도 있다.

     내부의 지혜를 빌려라!
    돈 들이지 않는 최고의 ‘빌리기’는 내부 직원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다.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들의 지혜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을 가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간혹 중소기업의 테크니컬 미팅에 참여해보면 대체로 대표나 개발담당 임원이 설계나 개발담당 직원들에게 지시하거나 전달하고 직원의 아이디어의 적정성을 승인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가끔 직원이 나름대로 마음먹고 제안하면 일언지하에 부정적인 평가로 눌러버려 더 이상의 창의적 발언이 나올만한 의지의 싹을 뿌리 채 잘라버린다. 물론 그런 의사결정 방식은 매우 효율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결코 창의적이지 못하다.
    얼마 전에 어느 중소기업의 연구원들을 데리고 브레인스토밍 워크샵을 지도한 적이 있다. 이 회사도 통상의 회사와 같이 다소 권위적인 업무 분위기였기에 직원들의 의욕은 높지 않았다.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워밍업을 하고 부정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겐 벌금을 내도록 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얻어진 성과에 대해 나를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 15명이 하나의 기술 주제에 관해 내놓은 아이디어는 250개 정도였고, 쓸 만한 것으로 평가된 것이 약 50개, 그 중 당장이라도 특허출원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류된 것이 20건이 넘었다.
역시 집단은 개인보다 무조건 영리하다. 직원 개개인의 역량은 상당히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창의적 분위기로 묶어놓고 보면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창의력이 나온다. 고급 승용차를 사서 1단 기어만으로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사내 인력의 집단적인 창의능력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면 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라.

     직무발명제도를 적극 활용하라!
    직무발명제도는 연구원들의 발명을 회사의 것으로 특허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물론 회사는 연구원들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출원 보상금은 통상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이다.
많은 회사들이 직무발명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직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특허를 받기도 하고, 직원이 회사 이름으로 특허 출원을 하여도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발명자의 이름을 빼버리고 모든 특허출원이 회사 대표의 이름으로 올린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받게 되는 보상금과 발명자로서의 명예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폭발시키는 불씨가 된다. 이렇듯 직무발명제도는 매우 적은 비용으로 직원의 아이디어를 회사의 재산으로 만들 수 있는 너무도 효과적인 제도로서,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매우 유익한 제도이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은 직원들의 역량부족보다는 회사의 시스템에 훨씬 더 큰 귀책이 있다 할 것이다. 직무발명제도는 저렴한 비용으로 직원들의 지혜를 회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윈원제도임을 명심하라!


베끼고 빌리는 것, 그 자체가 창조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이미 널려있는 것들을 베끼고 빌려 사용하는 것 그 과정이 창조적 과정이다.
    무엇을 어떻게 베끼고 빌릴 것인지를 진지하게 학습하여 적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떻게 회피할 것인지 새로운 길을 도출해내는 노력의 결과가 창조이다. 하수들은 자신의 부족한 머리를 쥐어짜서 궁색한 솔루션을 제시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남의 것을 베끼고 빌려서 그것을 능가하는 새롭고 진보적인 창조를 이끌어낸다.
스    티브잡스도 “혁신과 창의성은 어디 특별한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주변의 것을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라고 하였다.

         끝으로, 한비자(韓非子)가 말한 리더들의 등급을 소개한다.

         하급 리더의 자기 능력을 이용하고(下君盡己能)
         중급 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고(中君盡人力)
         상급 리더는 남의 지혜를 이용한다(上君盡人能)

(끝)

(허성원 변리사의 생각과 활동을 더 보고 싶으신 분은
페이스북에서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 그룹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ritten by 대표변리사 허성원 (110628)


1975년 코닥이 만든 최초의 디지털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몰락한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의 최초 개발자임은 경영학계의 최대 아이러니이다. 코닥은 시대의 현재의 성공이 주는 달콤함에 눈멀어 시대의 변화에 눈감았던 것이다.



P&G는 2004년 밋밋한 감자칩에 만화나 오늘의 운세를 새겨넣어 북미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이 제품은 P&G 특유의 오픈이노베이션 시스템을 통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먹는 잉크로 과자에 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한 대학교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록스가 개발하여 1981년 선보인 최초의 마우스. 사실상 사장 상태에 있던 것을 스티브잡스가 맥에 적용하면서 모든 컴퓨터의 필수품이 되었다. 근데 이제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마우스의 퇴출에 앞장 서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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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지적재산권보호2009.11.24 15:41

"특허의 무효사유는 대체로 법적 판단이나 평가 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 없는 것이며, 무효심결취소소송은 대세적 권리의 운명을 다루는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보편적 정의 구현이라는 공익적 이념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법원이 의제자백의 법리를 적용하여 무효심결의 적법성에 대한 실체 심리를 회피한다면, 특허심판원의 정체성을 심각히 해할 수 있고 부실권리의 존속을 방조할 위험이 있으며, 행정편의나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에 경도되어 적절한 직무 수행을 유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에서 당사자가 출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 쌍방이나 어느 일방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취하의제(取下擬制), 진술의제(陳述擬制) 혹은 의제자백(擬制自白)의 민사소송법의 법리가 적용된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불출석한 경우에는, 자신이 제기한 소송에서 스스로 기일을 해태하였으므로 그에 따른 취하의제나 진술의제의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고 또 그 불이익도 당초 심결 내용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초 유리한 심결을 받았던 당사자(피고)가 답변서 제출도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제자백의 법리가 적용되어, 피고가 자신에게 불리한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피고 불출석의 사건은 특허법원의 설립 이래 매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권리범위확인심결의 경우, 확인대상발명의 특정을 달리하면 별개의 심판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제자백의 효과가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다. 하지만, 무효심판 심결은 권리의 유무효를 대세적으로 확정짓기 때문에 그의 위법성을 결정짓는 의제자백의 효력도 역시 대세적이다. 의제자백이 적용된 무효심결취소소송의 판결은 실체에 대한 판단 없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지극히 간단한 몇 마디 문구로 특허권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등록고안에 대한 등록무효심판 청구인으로서 그 등록무효사유의 주장,입증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론종결 시까지 그 등록무효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고안에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결 중 등록무효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적법하다.』(2007. 1. 24 선고 2006허9050 판결 등)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자로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6항 발명이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론 종결 시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6항 발명은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이 사건 심결은 위법하다.』(2007. 7. 13 선고 2007허173 판결 등)

위의 예들처럼 의제자백이 적용된 사건의 경우,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번잡하고 머리 아픈 판단과정을 생략하고 단 몇 줄의 판결문으로 사건을 간단히 종결시킬 수 있으니 무척이나 고마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제자백을 적용할 때에는 적어도 다음의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충분히 신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모든 무효사유가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거나 부정한다고 자백한다고 해서 그 자백을 사실 인정의 기초로 삼을 수 있는가? ‘공지 시점’이나 ‘진정한 발명자의 지위’ 등은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성’이나 ‘진보성’, ‘기재불비’, ‘요지변경’ 등의 판단이나 ‘청구범위’의 해석은 그럴 수 없다. 이들은 법적 판단 내지는 평가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피고의 다툼이 없거나 피고의 시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자백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판결은 그러한 법적 판단이나 평가 사항들에 대해서도 자백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대세적 효력을 가진 특허권의 운명을 개인의 ‘자백’에 맡겨서야 되겠는가?
‘자백’의 법리는 민사소송법의 당사자주의(변론주의) 원칙에 기초한 것이다. 민사소송이라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타당한 상대적 분쟁 해결’에 만족하는 절차이므로, 당사자가 자백하면 법원은 그 진위를 묻지 않고 그것을 사실로서 확정한다. 자백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은 당사자 사이에게만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권은 대세적 효력을 가지며 그의 유무효를 다루는 행정처분인 심결의 효력 역시 대세적이다. 그리고 행정처분인 심결의 당부를 다루는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은 행정소송이며, 이들 행정처분 내지 행정소송의 이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타당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소송법과 특허법은 공익의 실현을 위해 직권탐지주의(행정법 제26조, 특허법 제157조 및 159조)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례(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누13229)가 행정소송에서도 변론주의와 자백의 법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의 직권조사사항에 대한 직권탐지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특허법원은 직권탐지가 반드시 필요한 대세적 권리의 운명을 다룸에 있어, 적어도 심판에 제공되었던 최소한의 자료마저도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의 불출석에 기인한 의제자백에 의존하여 특허권의 운명을 처리하고 있다.

셋째, 의제자백은 특허심판원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의제자백을 이유로 한 특허법원의 판결은 당초 유리한 심결을 받았던 피고의 불출석에 기인하므로, 당연히 당초의 심결을 위법한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의 입장에서 보면 당초의 심결에 위법한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의 주장에 기초하였든 직권탐지에 기초하였든 특허심판원은 나름대로 적법하게 실체적인 심리를 다하였다. 그런데 그 심결의 근거를 이루는 실체적인 사항에 아무런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당사자의 상급심 불출석이 그 심결을 위법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러면 환송 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어떤 심결을 내려야 할 것인가? 직권탐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심판원은 당사자의 출석과 무관하게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초 심결의 논지를 유지하여야만 적절할 것이다. 그런 한편 특허법원의 판결이 갖는 기속력을 거부할 수도 없다. 행정처분의 주체로서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여야 하는 본연의 이념과, 특허법원의 판결에 기속되어야 하는 하급심으로서 숙명 사이에서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의제자백에 관련한 특허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대항하여 원 심결을 반복한 심결례(특허심판원 1998. 12. 15자 98당1138호, 1999. 2. 4 확정)가 있었다. 이 저항 사건은 재차의 항소 없이 확정되어 버리긴 하였지만,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특허심판원이 직권탐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소 전 심판단계에서 제출되어 재심리하는 심판기록에 그대로 편철되어 있는 증거를 다시 원용하여 취소 전 심결과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심결취소판결의 기속력의 법리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1후96 판결)라고 판시하여, 기속력에 대한 저항이 허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렇게 기속력을 무장한 의제자백 관련 특허법원 판결은, 특허심판원이 공익 및 구체적 타당성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양심과 법리에 반하는 억지 심결을 내리도록 강요한다.

넷째, 심결취소소송은 이미 충분한 논리적 대립구조를 갖추고 있다.
심결취소소송은 행정처분인 심결의 적법성 여부를 다루는 행정소송이다, 그래서 심결취소소송은, 실질적인 관점에서는, 행정처분으로서의 심결이 제시하는 논리와 그 심결의 논리에 불만을 가진 원고의 주장이 대립하는 구조이다. 즉, 실질적인 피고는 행정처분을 내린 심판원이라 할 수 있고, 원고가 공략하는 대상은 심결의 논리이다.
그러므로 특허법원은 원고의 주장과 심결에 기초하여 심결의 적법성을 충분히 심리할 수 있다. 심결은 피고에 유리한 논리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불출석한 피고의 진술로 의제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심결에 인용된 증거가 법원에 제출되지는 않았다는 문제는 있지만, 그 증거들은 심결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법원이 원고에게 제출을 명하여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특허법원은 실체 심리를 회피하고 있다.

다섯째, 공모에 의한 부실 권리의 존속을 방조할 수 있다.
무효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피고가 출석하지 않는 경우의 상당수는, 원고가 특허권자이고, 심결 이후에 양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사된 경우일 것이다. 피고의 불출석으로 무효심결은 취소되면 무효로 되어야 할 부실한 특허는 안전하게 존속하게 된다. 심판절차에서는 무효심결 이후에 이해관계 소멸, 실시권 하여 등에 의하여 심판의 각하나 취하가 있게 되면 심사관이 무효심판을 청구(특허심판사무취급규정 제87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의제자백의 경우에는 그러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실 의제자백의 경우에는, 무효심결 이후의 취하 등의 경우와 달리, 심사관이 개입하여 부실 권리의 존속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취하나 각하의 경우 동일증거로 심판을 재청구할 수 있지만, 심결(기속력의 통제를 받는 환송 심판)이 확정되고 나면 일사부재리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다른 유력한 증거가 없는 한 심사관의 무효심판 청구가 대폭 제한될 것이다. 일본의 입법례에서는 심결취소소송에서 피고가 대응하지 않을 경우 특허청장의 의견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 입법례는 특허법원이 피고의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실체 심리를 다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상 검토한 바와 같이, 특허의 무효사유는 대체로 법적 판단이나 평가 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 없는 것이며, 무효심결취소소송은 대세적 권리의 운명을 다루는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보편적 정의 구현이라는 공익적 이념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법원이 의제자백의 법리를 적용하여 무효심결의 적법성에 대한 실체 심리를 회피한다면, 특허심판원의 정체성을 심각히 해할 수 있고 부실권리의 존속을 방조할 위험이 있으며, 행정편의나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에 경도되어 적절한 직무 수행을 유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자료
1. 심결취소소송에 있어서 자백과 의제자백(특허소송연구 제2집) ----- 이명규
2. 확정된 심결취소 판결의 기속력(특허소송연구 제2집) ----- 강기중
3. 특허법원의 최근 중요판결 분석(특허소송연구 제1집) -----최성준
4. 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서 의제자백에 대한 판례 평석----박정식


written by 대표변리사 허성원 (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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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무효심결취소소송에서의 의제자백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에서 당사자가 출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 쌍방이나 어느 일방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취하의제(取下擬制), 진술의제(陳述擬制) 혹은 의제자백(擬制自白)의 민사소송법의 법리가 적용된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불출석한 경우에는, 자신이 제기한 소송에서 스스로 기일을 해태하였으므로 그에 따른 취하의제나 진술의제의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고 또 그 불이익도 당초 심결 내용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초 유리한 심결을 받았던 당사자(피고)가 답변서 제출도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제자백의 법리가 적용되어, 피고가 자신에게 불리한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피고 불출석의 사건은 특허법원의 설립 이래 매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권리범위확인심결의 경우, 확인대상발명의 특정을 달리하면 별개의 심판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제자백의 효과가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다. 하지만, 무효심판 심결은 권리의 유무효를 대세적으로 확정짓기 때문에 그의 위법성을 결정짓는 의제자백의 효력도 역시 대세적이다. 의제자백이 적용된 무효심결취소소송의 판결은 실체에 대한 판단 없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지극히 간단한 몇 마디 문구로 특허권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등록고안에 대한 등록무효심판 청구인으로서 그 등록무효사유의 주장․입증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론종결 시까지 그 등록무효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고안에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결 중 등록무효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적법하다.』(2007. 1. 24 선고 2006허9050 판결 등)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자로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6항 발명이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론 종결 시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6항 발명은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이 사건 심결은 위법하다.』(2007. 7. 13 선고 2007허173 판결 등)

위의 예들처럼 의제자백이 적용된 사건의 경우,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번잡하고 머리 아픈 판단과정을 생략하고 단 몇 줄의 판결문으로 사건을 간단히 종결시킬 수 있으니 무척이나 고마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제자백을 적용할 때에는 적어도 다음의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충분히 신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모든 무효사유가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거나 부정한다고 자백한다고 해서 그 자백을 사실 인정의 기초로 삼을 수 있는가? ‘공지 시점’이나 ‘진정한 발명자의 지위’ 등은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성’이나 ‘진보성’, ‘기재불비’, ‘요지변경’ 등의 판단이나 ‘청구범위’의 해석은 그럴 수 없다. 이들은 법적 판단 내지는 평가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피고의 다툼이 없거나 피고의 시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자백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판결은 그러한 법적 판단이나 평가 사항들에 대해서도 자백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대세적 효력을 가진 특허권의 운명을 개인의 ‘자백’에 맡겨서야 되겠는가?
‘자백’의 법리는 민사소송법의 당사자주의(변론주의) 원칙에 기초한 것이다. 민사소송이라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타당한 상대적 분쟁 해결’에 만족하는 절차이므로, 당사자가 자백하면 법원은 그 진위를 묻지 않고 그것을 사실로서 확정한다. 자백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은 당사자 사이에게만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권은 대세적 효력을 가지며 그의 유무효를 다루는 행정처분인 심결의 효력 역시 대세적이다. 그리고 행정처분인 심결의 당부를 다루는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은 행정소송이며, 이들 행정처분 내지 행정소송의 이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타당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소송법과 특허법은 공익의 실현을 위해 직권탐지주의(행정법 제26조, 특허법 제157조 및 159조)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례(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누13229)가 행정소송에서도 변론주의와 자백의 법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의 직권조사사항에 대한 직권탐지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특허법원은 직권탐지가 반드시 필요한 대세적 권리의 운명을 다룸에 있어, 적어도 심판에 제공되었던 최소한의 자료마저도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의 불출석에 기인한 의제자백에 의존하여 특허권의 운명을 처리하고 있다.

셋째, 의제자백은 특허심판원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의제자백을 이유로 한 특허법원의 판결은 당초 유리한 심결을 받았던 피고의 불출석에 기인하므로, 당연히 당초의 심결을 위법한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의 입장에서 보면 당초의 심결에 위법한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의 주장에 기초하였든 직권탐지에 기초하였든 특허심판원은 나름대로 적법하게 실체적인 심리를 다하였다. 그런데 그 심결의 근거를 이루는 실체적인 사항에 아무런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당사자의 상급심 불출석이 그 심결을 위법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러면 환송 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어떤 심결을 내려야 할 것인가? 직권탐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심판원은 당사자의 출석과 무관하게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초 심결의 논지를 유지하여야만 적절할 것이다. 그런 한편 특허법원의 판결이 갖는 기속력을 거부할 수도 없다. 행정처분의 주체로서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여야 하는 본연의 이념과, 특허법원의 판결에 기속되어야 하는 하급심으로서 숙명 사이에서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의제자백에 관련한 특허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대항하여 원 심결을 반복한 심결례(특허심판원 1998. 12. 15자 98당1138호, 1999. 2. 4 확정)가 있었다. 이 저항 사건은 재차의 항소 없이 확정되어 버리긴 하였지만,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특허심판원이 직권탐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소 전 심판단계에서 제출되어 재심리하는 심판기록에 그대로 편철되어 있는 증거를 다시 원용하여 취소 전 심결과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심결취소판결의 기속력의 법리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1후96 판결)라고 판시하여, 기속력에 대한 저항이 허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렇게 기속력을 무장한 의제자백 관련 특허법원 판결은, 특허심판원이 공익 및 구체적 타당성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양심과 법리에 반하는 억지 심결을 내리도록 강요한다.

 

넷째, 심결취소소송은 이미 충분한 논리적 대립구조를 갖추고 있다.

심결취소소송은 행정처분인 심결의 적법성 여부를 다루는 행정소송이다, 그래서 심결취소소송은, 실질적인 관점에서는, 행정처분으로서의 심결이 제시하는 논리와 그 심결의 논리에 불만을 가진 원고의 주장이 대립하는 구조이다. 즉, 실질적인 피고는 행정처분을 내린 심판원이라 할 수 있고, 원고가 공략하는 대상은 심결의 논리이다.

그러므로 특허법원은 원고의 주장과 심결에 기초하여 심결의 적법성을 충분히 심리할 수 있다. 심결은 피고에 유리한 논리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불출석한 피고의 진술로 의제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심결에 인용된 증거가 법원에 제출되지는 않았다는 문제는 있지만, 그 증거들은 심결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법원이 원고에게 제출을 명하여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특허법원은 실체 심리를 회피하고 있다.

다섯째, 공모에 의한 부실 권리의 존속을 방조할 수 있다.
무효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피고가 출석하지 않는 경우의 상당수는, 원고가 특허권자이고, 심결 이후에 양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사된 경우일 것이다. 피고의 불출석으로 무효심결은 취소되면 무효로 되어야 할 부실한 특허는 안전하게 존속하게 된다.

심판절차에서는 무효심결 이후에 이해관계 소멸, 실시권 하여 등에 의하여 심판의 각하나 취하가 있게 되면 심사관이 무효심판을 청구(특허심판사무취급규정 제87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의제자백의 경우에는 그러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실 의제자백의 경우에는, 무효심결 이후의 취하 등의 경우와 달리, 심사관이 개입하여 부실 권리의 존속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취하나 각하의 경우 동일증거로 심판을 재청구할 수 있지만, 심결(기속력의 통제를 받는 환송 심판)이 확정되고 나면 일사부재리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다른 유력한 증거가 없는 한 심사관의 무효심판 청구가 대폭 제한될 것이다. 일본의 입법례에서는 심결취소소송에서 피고가 대응하지 않을 경우 특허청장의 의견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 입법례는 특허법원이 피고의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실체 심리를 다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상 검토한 바와 같이, 무효심결취소소송은 대세적 권리의 운명을 다루는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보편적 정의 구현이라는 공익적 이념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되며, 특허의 무효사유는 대체로 법적 판단이나 평가 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법원이 무효심결의 적법성에 대한 실체 심리를 회피한다면, 특허심판원의 정체성을 심각히 해할 수 있고 부실권리의 존속을 방조할 위험이 있으며, 행정편의나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에 경도되어 적절한 직무 수행을 유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심결취소소송에 있어서 자백과 의제자백(특허소송연구 제2집) ----- 이명규

2. 확정된 심결취소 판결의 기속력(특허소송연구 제2집) ----- 강기중

3. 특허법원의 최근 중요판결 분석(특허소송연구 제1집) -----최성준

4. 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서 의제자백에 대한 판례 평석----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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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