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모두 선하다



프뤼네의 재판

신성모독을 이유로 사형에 처해질 상황의 프뤼네(Phryne)는 단지 그녀가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이유로 무죄로 방면되었다.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우리가 반농담삼아 쉽게 입에 올리던 말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실존 인물인 프뤼네의 직업은 고급 창부인 헤타이라(hetaira)였다. 당시 그리스에는 노예계층에 해당하는 최하급 창부인 포르네(Porne)를 비롯해 몇 하위 등급의 창부들이 존재하였지만, 헤타이라는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라 다방면에 상당한 교양을 갖추고 당대의 거물 정치인, 예술가, 사업과 등과 비공식적인 파트너로서 교류하는 고급 매춘부였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누리며 살았다.


프뤼네는 특히 대단한 지성과 미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현신이라고 일컬어질 정도였기에, 유명 조각가인 프락시틸레스(praxitilles)가 아프로디테 신상을 제작할 때 그녀를 모델로 삼기도 하였다. 그녀는 또한 엄청난 재력도 보유하였다. 물론 그의 부는 그를 원하는 남자들에게서 나왔겠지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하여 거절하기도 하였는데, 리디아 국왕과 같이 아무리 큰 금액도 불사하고 그녀의 요구를 수용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단순히 부를 누리기만 하지 않고 적잖은 기부도 하였다. 한 번은 자신의 돈으로 테베의 성벽을 재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재건된 테베 성벽에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파괴되고 헤타이라 프뤼네에 의해 복원되다”라는 문구를 새겨달라는 요구 조건이 있었다. 이 요구는 거부되었지만, 그녀의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항적 행동에도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프뤼네에 가해진 신성모독이라는 죄목은 엘레시우스의 신비극을 공연할 때 그녀가 알몸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혹은 포세이돈 축제 때 알몸으로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고도 한다. 여하튼 알몸을 공개적으로 노출한 죄는 당시 충분히 사형감이었던 모양이다.


이 프뤼네의 재판 현장을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장 레옹 제롬은 그림으로 재현하였다.

 

<판사들 앞의 프뤼네> _ 장 레농 제롬 1861


그림의 법정 장면을 보자. 중앙의 대리석 단 위에 투구와 방패, 창을 소지한 아테나 여신상이 있고, 그 왼쪽에 알몸의 프뤼네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프뤼네의 뒤에는 그녀의 옛 애인이자 변호인인 히페리데스가 그녀의 가운을 벗겨 들고 서있고, 고소인 에우티아스는 가운에 가려져 그림의 왼쪽 끝 어두운 부분에 희미하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우측에는 붉은 색 가운을 입은 배심원들이 각기 다른 놀라운 표정으로 프뤼네의 벗은 몸을 주시하고 있다.


피고소인이 나신으로 재판정에 선 이런 희한한 상황은 변호인 히페리데스가 연출한 것이다. 히페리데스는 당대 그리스의 최고 연설가 중 한 사람으로서, 열정적으로 그녀의 무죄를 주장하고 변론하였지만 배심원들은 뜻대로 설득되고 있지 않고 분위기는 절망적이었다. 

이에 히페리데스는 급기야 모험을 감행한다. 아프로디테 여신상의 제막식 휘장을 걷어내듯이 프뤼네가 걸치고 있던 가운을 확 벗겨버린다.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설득해보자는 도발적인 시도인 것이다. 그녀의 너무도 아름다운 육체를 바로 앞에서 목격하는 배심원들은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그림을 확대해보면 아름다운 여체의 황홀경에 빠진 배심원들의 표정을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녀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알몸을 본 배심원들이 이제 판결한다.

“저 완벽한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저 앞에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도덕과 법률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프뤼네는 무죄이다.” 

인간이 만든 법으로는 신의 의지로 만들어낸 그녀의 아름다움을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프뤼네의 고사는 외모지상주의(루키즘)적인 사회적 편견의 한 모습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편견의 부조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잘생긴 사람이 더 유능하고 더 착할 것이라는 선입견적 오류를 누구나가 적든 많든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인 면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예쁜 파렴치범이나 살인범에 대해 팬클럽이 만들어지기도 하지 않는가.


이와 같이 인간의 탁월함에 의해 경도되는 편견은 단순히 미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노래, 그림, 공부 등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은 그 역량의 영향을 받는 관련 집단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간의 우수한 재능 즉 '탁월함'은 인간 사회에서 은연 중에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탁월함'의 추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의 '탁월함'은 그리스어로 '아레테(Arete)'라 한다. 

이 아레테를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고대의 올림픽도 그러한 인간의 아레테를 표현하고 겨루기 위해 창안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행복을 ‘탁월함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듯이, 그리스인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좀 더 나은 탁월함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데 '아레테'는 단순한 재능적 혹은 기능적 탁월함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능적 탁월함에 반드시 인격적, 도덕적 탁월함이 수반되어야만 제대로 인정되는 조화로운 '아레테'가 되는 것이다. 재능 혹은 기능적 탁월함은 대체로 부단한 노력이나 교육에 의해 도달할 수 있고, 그 결과는 교만이나 오만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신화에서 그 부작용으로 신의 분노를 유발시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탁월한 인간이 여럿 나온다.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피리 연주를 도전한 마르시아스, 뛰어난 지능으로 명부의 신 하데스를 속인 시지프스,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난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 베짜기로 아테네에 도전한 아라크네 등이 그러하다.


뛰어난 육체적 혹은 지적 능력과 함께 용기, 사명감, 도전 정신 등과 같은 강한 인격적 아레테를 갖춘 인간은 영웅이라 불리었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오디세우스, 테세우스 등과 같이 타인의 행복을 위해 시련과 고난을 거부하지 않고 운명에 맞서는 조화로운 아레테의 영웅들은 신들의 사랑을 받았고 특히 아테나 여신의 보호를 받았다. 


그리스 신화에서의 아테나 여신은 아레테의 수호자이다. 프뤼네의 재판정 중앙에 아테나 여신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프뤼네가 신성모독죄를 용서받은 것은 단순히 그 육체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아름다움에 더하여 아테나 여신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인격적 탁월함이 함께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기부행위나 사회구조의 문제의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 영웅적인 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히페리데스가 프뤼네의 가운을 벗겨 배심원들에게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단순히 프뤼네의 육체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녀가 쌓아온 인격적 아레테도 포함되었지 않았을까. 



진정한 아레테를 추구하라

현대의 영웅은 기업의 CEO들이다. 

CEO들은 대체로 각자 나름의 '탁월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의 '탁월함'을 핵심역량으로 하여 창업하고 발전시켜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 그 탁월함은 주로 뛰어난 기술, 풍부한 경험, 절묘한 경영능력, 강력한 팀워크 혹은 충분한 자본력에 있다. 어떤 CEO는 모든 고난이 피해가는 운이나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기술, 경험, 경영능력, 자본 등은 재능적 탁월함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조화로운 아레테가 되기 위해서는 인격적 탁월함이 필연적으로 함께 하여야 한다.

우리의 CEO들이 아테나 여신의 수호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재능적 탁월함에 더하여 어떤 인격적 탁월함이 무장되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크세노폰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회상"에 기술되어 있는 "헤라클레스의 선택"에 잘 설명되어있다.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여러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표현되었지만, 여기서는 이탈리아 화가 폼페오 바토니의 1748년 작품을 보기로 하자.


<헤라클레스의 선택, 폼페오 바토니, 1748>


성인이 된 영웅 헤라클래스에게 두 명의 여신이 나타난다. 아레테의 수호신 아테나는 항상 그렇듯이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든 채로 그의 오른쪽에 서있고, 악덕의 여신 카키아(Kakia)는 헤라클레스의 다리 옆에 앉아 한 팔을 헤라클레스의 허벅지에 얹고서 그 손에 꽃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엔 가면을 들고 있다. 그녀의 발치에는 악기와 악보가 보인다. 꽃은 찰나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의미하고, 가면은 거짓을, 악기와 악보는 쾌락을 상징한다. 카키아는 온갖 쾌락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삶을 헤라클레스에게 제시한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멀고 험준한 언덕을 가리키며 헤라클레스에게 말한다.


“그 길은 가시밭길처럼 험하고 고통스러울 거예요. 나는 감언이설로 당신을 현혹시키지 않아요. 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아름다움은 오로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어요. 따라서 당신이 신의 은총을 받고 싶다면 신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의 믿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친구에게 선을 베풀어야 해요.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여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을 하여야 하지요. 그것은 땅에서 풍요로운 결실을 얻기 위해 땀 흘려 경작하여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답니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물론 아테나의 제안을 선택하여 예견된 수많은 고난의 과업을 수행한다.

아테나가 헤라클레스에게 들려준 말처럼 진정한 아레테를 추구하는 영웅의 길은 험하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고 언제나 땀흘려 노력한다. 

그렇다. 영웅의 탁월함은 고난을 극복함으로써만 증명될 수 있다. 그래서 고난은 영웅의 길이며 운명이다. 


영웅의 길을 선택한 CEO들이여! 

그대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고난에 맞서라. 

그것이 이 시대의 영웅인 그대들이 갖추어야 할 진정한 아레테이다.

그대에게 주어진 모든 고난을 극복하여 그대의 탁월함을 증명하라


그리고 그런 그대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 파티(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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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특허제도의 수호신(7) _ 헤라클레스의 선택



아모르파티(Amor Fati)!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예외 없이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벗하였다. 그들 중 가장 다양하고 가장 힘든 시련을 경험한 영웅으로서는 단연 오디세우스와 헤라클레스가 손꼽힌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오는 귀향과정에 10년간의 오랜 기간 동안 부하들을 모두 잃고 온갖 고초를 겪는다. 하지만 종국에는 집에 돌아와 가족을 괴롭히는 적들을 물리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는 해피엔딩을 경험한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탄생의 시점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날까지 평생에 걸쳐 고난과 박해가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전 인생 자체가 시련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테베의 왕녀 알크메네를 통해 낳은 인간 영웅이다. 제우스는 기간테스와의 싸움을 앞두고 신들을 도와줄 영웅을 낳기 위해 암피트리온의 아내인 알크메네를 선택한다. 제우스는 계략을 꾸며 암피트리온이 멀리 원정을 가게 한 후,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동침한다. 이 때 훌륭한 영웅을 낳기 위해 밤의 길이를 3배나 늘렸다고 한다. 알크메네는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하나는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이고 다른 하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들인 이피클레스이다.


<헤라가 보낸 독사를 죽이는 아기 헤라클레스>


제우스의 불륜을 알게 된 질투의 화신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탄생을 방해하기도 하고 헤라클레스의 요람에 독사를 보내기도 하지만, 여신의 질투는 영웅의 강한 운명을 어찌하지 못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힘이 세어지는 헤라클레스를 보고 놀란 암피트리온은 청년으로 자란 그를 키타론 산으로 보내어 소떼를 돌보게 한다. 그곳에서 헤라클레스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출처] 헤라클레스의 선택 | 작성자 곰말나루

 

이 때 그 앞에 두 여인이 나타난다. 이 두 여인은 헤라클레스에게 각자 자신들이 제시하는 인생의 길을 따를 것을 유혹한다. 이것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에 기술되어 있는 유명한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다. 헤라클레스 앞에 나타난 두 여인은 '미덕(virtue)'과 '악덕(vice)'으로 불리기도 하고, 탁월함을 상징하는 ‘아레테 여신’과 악덕을 상징하는 ‘카키아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헤라클레스의 선택, 카리치>


<헤라클레스의 선택, Benner Michel>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많은 화가들의 작품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대체로, 쾌락의 행복을 제시하는 악덕의 여신은 풍만하고 화려하며 요염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시련과 탁월함을 제시하는 미덕의 여신은 고귀하고 정숙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 화가 폼페오 바토니의 1748년 작품을 보면, ‘미덕의 여신’의 자리에 아테나 여신이 위치하고 있다. 미덕의 여신으로서는 아무래도 지혜를 관장하는 아테나 여신이 제격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헤라클레스의 선택, 폼페오 바토니>


여하튼 바토니의 그림을 보면, ‘악덕’의 여신은 헤라클레스의 다리 옆에 앉아 한 팔을 헤라클레스의 허벅지에 얹고서 그 손에 꽃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엔 가면을 들고 있다. 그녀의 발치에는 악기와 악보가 보인다. 꽃은 찰나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의미하고, 가면은 거짓을, 악기와 악보는 쾌락을 상징한다. 헤라클레스의 전유물인 곤봉과 네메아 사자의 가죽은 장난기 많은 사랑의 신 에로스의 장난감이 되어 있다. ‘악덕’은 세상의 온갖 즐거움과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제시한다. 헤라클레스는 ‘악덕’의 제안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니다.

한편 아테나 여신은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든 모습으로 헤라클레스의 앞에 서서 한 손으로는 멀리 언덕을 가리키고 있다. 아테나 여신이 가리키는 언덕은 멀고 험준하다. 아테나 여신은 이렇게 말한다.


“그 길은 가시밭길처럼 험하고 고통스러울 거예요. 나는 감언이설로 당신을 현혹시키지 않아요. 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아름다움은 오로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어요. 따라서 당신이 신의 은총을 받고 싶다면 신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의 믿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친구에게 선을 베풀어야 해요.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여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을 하여야 하지요. 그것은 땅에서 풍요로운 결실을 얻기 위해 땀 흘려 경작하여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답니다.”


이 말을 들은 ‘악덕’은, 아테나의 제안은 너무나 멀리 돌아가는 어리석은 길이며,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니만큼 자신이 제안하는 지름길을 찾아 편하고 즐겁게 살 것을 종용한다.


아테나 여신은 ‘악덕’의 말을 받아 이렇게 말한다.


“당신 말대로 산다면, 듣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칭찬을 들을 수 없고, 보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아름다움을 볼 수 없어요. 아름다운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자는 그 어느 기쁨도 누릴 수 없지요. 그런 사람을 누가 신뢰하고 누가 그의 부탁을 들어주며 누가 그를 따르겠어요? 그런 삶은 젊을 때 잠시 한가롭고 사치스럽겠지만 늙어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궁색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두 여신의 논쟁을 지켜본 헤라클레스는 탁월함(Arete)를 추구하는 인간 영웅답게 아테나 여신의 지혜를 선택한다. 그리고 예견된 수많은 고난의 과업을 수행한다. 헤라의 저주로 광기에 빠져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죽이는 아픈 시련을 겪고, 그로 인해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명령하는 네메아 사자 물리치기, 머리 아홉 달린 뱀 히드라 죽이기, 황금뿔을 가진 케리네이아 사슴 생포하기 등과 같은 12개의 과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요부 옴팔레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자신을 환대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죽음(타나토스)’과 씨름하여 알케스티스를 구해주기도 한다.


<사자가죽을 쓰고 곤봉으로 히드라를 공격하는 헤라클레스>


<죽음과 씨름하며 알케스티스를 구해주는 헤라클레스>

 

이처럼 죽음과도 대적한 헤라클레스는 두 번째 부인의 질투로 독이 묻은 옷을 입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화장단에 올라 어이없이 삶을 마감하고 만다. 제우스는 그의 영혼을 하늘로 불러 신의 반열에 올려준다.

헤라클레스는 그토록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아테나의 손을 잡은 그의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고난은 영웅의 길이며 운명임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웅의 본질은 탁월함의 추구이며, 탁월함은 고난의 극복을 통해서만 증명될 수 있다.

 

우리 시대의 탁월한 영웅들이여!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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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특허제도의 수호신(6) _ 아테나와 트로이전쟁

 

 

지혜의 여신 아테나도 지혜롭지 못한 짓을 한 적이 있다.

그 어리석은 짓은 번영을 구가하던 한 국가를 멸망시키고 수많은 영웅들을 죽음으로 이끈 10년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올림포스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그리스의 위대한 영웅 아킬레우스의 부모가 될 테티스와 펠레우스가 화촉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연회석 한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장이 새겨진 황금사과를 던져놓았다. 그 자리에 있던 헤라, 아테나 및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나름 자신들의 미모에 자신이 있었으므로 모두 자기의 것이라 우기며 아무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은 그 판결이 제우스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지만, 제우스는 이런 미묘한 문제에 관여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황금사과를 이데 산의 양치기인 파리스에게 주어 그에게 이 골치 아픈 문제를 떠넘겼다.

 

 

<황금사과를 던지는 에리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의 아들이다. 헤카베는 파리스가 태어날 때 트로이가 불타는 꿈을 꾸었고, 이 아이로 인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래서 아기를 이데 산에 갖다버렸지만, 한 양치기 부부에 의해 구출되어 멋진 양치기 청년으로서 자라게 된 것이다.

 

파리스의 앞에 나타난 세 여신은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 각자 선물을 제안한다. 헤라는 부과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건네준다. 이에 헤라와 아테나는 크게 실망하여 분노에 찬 모습으로 떠난다.

 

 <파리스의 심판>

 

그 후 파리스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어 트로이왕실로 되돌아가 왕자로서의 생활을 하다가, 형 헥토르와 함께 스파르타를 여행한다. 거기서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를 만난다. 파리스와 헬레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첫눈에 반하게 되고, 헬레네는 파리스 일행과 함께 트로이의 배에 오른다.

 

<파리스와 헬레나>

 

아내를 납치당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당연히 그 분노를 억제할 수 없어 헬레네의 구출과 트로이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의 형 아가멤논을 찾는다. 그리스의 맹주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를 응징하기 위해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의 각 족장들을 소집한다.

 

헬레나는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 사이에서 태어났다. 레다의 미모를 탐낸 제우스가 어느 날 백조로 변신하여 그녀를 임신시켜 낳은 알에서 헬레네가 태어났다고 한다. 워낙 출중한 미모를 가진 헬레네에게는 수많은 영웅들이 청혼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 틴다레오스는 어느 한 사람을 사위로 정하면 다른 사람들과 원수가 될 것을 걱정하였다. 청혼자 중의 한 사람인 오디세우스가 그 걱정을 덜어주었다. 모든 청혼자들에게 누가 헬레네를 차지하더라도 헬레네를 차지한 사람이나 헬레네가 재난에 처하게 되었을 때 모두 나서사 도와주기로 맹세하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틴다레오스는 부자인 메넬라오스에게 헬레네를 결혼시켰고, 오디세우스는 그 후 헬레네의 사촌 페넬로페와 결혼한다.

 

그리스의 대부분의 영웅들은 자신들이 한 맹세 때문에 아가멤논의 소집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타케의 왕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므로, 겨우 한 여자 문제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거나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친 척 위장을 하였지만 결국 들통이 나서 참가하게 된다. 이 결정으로 인해 그는 20년간의 지루한 전쟁과 방랑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겨우 귀향할 수 있었다.

한편 당시 구혼자는 아니었지만 그리스군의 가장 뛰어난 장수였던 아킬레우스 역시 어머니 테티스의 배려에 따라 전쟁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하고 숨어 있었다. 그러나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오디세우스의 꾀에 발각되어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에는 아킬레스건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아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렇게 시작된 트로이전쟁은 올림포스의 신들마저 편을 나누어 참여하게 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는 10년간의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해의 이야기를 노래한 것이며, 호메로스의 또 다른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과정을 그린 해상 표류 및 모험의 이야기이다. 

 

<트로이목마>

 

이와 같이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던 트로이의 멸망과 함께 무수히 많은 영웅들과 백성들을 죽음과 도탄에 이르게 한 트로이전쟁은 일견 여신들의 어쭙잖은 미모 다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리스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거부하고 헤라나 아테나에게 황금사과를 주었다면 트로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프로디테의 ‘미인’은 겨우 얼굴 가죽 한 꺼풀이 창출하는 가치에 불과하고 한 개인의 얄팍한 탐욕을 짧은 기간 충족시켜줄 뿐이며, 타인으로부터 탈취하여 얻게 되면 피할 수 없는 큰 갈등의 원인이 된다. 헤라가 제시한 부와 권력은 구성원들에게 일시 풍요를 안겨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소수에게 편중되어 탐욕과 부패 그리고 분쟁과 파멸로 귀결될 수 있다.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의 승리’라는 가치를 제시하였다. ‘지혜’는 개인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불멸의 고귀한 지적 가치이며, ‘전쟁의 승리’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기 구성원들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집단의 생존 가치이다. 이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도 해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번영을 지속하는 길이다. 파리스가 아테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트로이의 번영을 중단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신화는 인간들에게 가치의 선택 기준에 관련하여 가르침을 주고자 한 것이다. 현대의 경영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파리스에게 나타난 세 여신들처럼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들이 올곧게 아테나의 가치를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그 기업은 지혜 덩어리인 특허 포트폴리오로 잘 무장되어 기술 전쟁에서 위태롭지 않게 당당히 처신하여 지속적 발전을 누리는 모습을 가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속가능한 번영을 바라는가?

아테나의 가치를 기꺼이 영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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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제도의 수호신(5) _ 아테나와 아라크네

 

 

아레테(Arete, 탁월함)를 추구하라!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레테 즉 탁월함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여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복을 ‘탁월함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래서인지 동서고금의 모든 인간은 자신의 분야에서 좀 더 나은 탁월함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고대의 올림픽도 그러한 인간의 아레테를 표현하고 겨루기 위해 창안된 것이다.

 

 

신들이 지배하던 그리스 신화의 시대에도 탁월한 인간들은 많았다. 헤라클레스 등과 같은 걸출한 영웅들 외에도 기술적, 예술적 혹은 지적인 탁월함으로 감히 신에게 도전한 인간들이 있었다.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피리 연주를 도전한 마르시아스, 뛰어난 지능으로 명부의 신 하데스를 속인 시지프스,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난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 등이 그들이다. 신에 도전한 이들의 말로는 모두 비극이었다.

 

우리의 수호신 아테나도 탁월한 한 인간의 도전을 받은 적이 있다.

염색의 명인 이드몬의 딸로 태어난 아라크네가 그녀이다. 아라크네는 베짜기와 자수 기술이 너무도 뛰어났다. 자신의 솜씨에 교만해진 아라크네는 직조의 여신인 아테나보다도 자신이 훨씬 뛰어나다고 뽐내고 다녔다. 소문을 들은 아테나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를 찾아가 신을 모독하지 말고 용서를 구하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아라크네는 오히려 그녀를 무시하고 쫒아내려 하자 아테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아라크네와 베 짜는 기술을 겨루는 시합을 벌였다.

 

아테나는 자신과 포세이돈이 아테네를 두고 겨룬 승부의 광경과, 신에게 대항한 인간들이 욕을 보는 장면과, 자신의 신목이자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를 수놓아 아라크네에게 경쟁을 포기하라는 경고를 하였다. 그러나 아라크네는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직물에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장면과 함께 아폴론, 포세이돈, 디오니소스 등 신들의 문란한 성생활을 뛰어난 솜씨로 수놓아 신들을 비웃었다.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뛰어난 솜씨에는 감탄했지만, 신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자수내용에 모욕과 분노를 느껴 북으로 직물을 찢는다. 아테나는 이 행동으로 인해 '신이 인간에게 패배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만 것이다.

 

 

아테나는 아라크네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아라크네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북으로 아라크네의 이마를 때리며 자신의 죄와 치욕을 느끼게 하였고, 아라크네는 치욕을 참지 못하여 목을 맨다. 그런 아라크네를 불쌍히 여긴 아테나는 그녀와 그의 자손들이 영원히 실을 잣도록 하게 만들고자 아코니트 즙을 뿌려 그녀를 거미로 만들고, 그녀의 목에 매어있던 밧줄은 거미줄이 된다.

 

 

 

 

너무도 탁월한 인간이었던 아라크네는 신에게 도전한 다른 인간들처럼 불쌍하게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처럼 인간의 탁월함은 신들의 질시의 대상일까? 신들은 인간의 어떤 탁월함을 용납할까? 

 

탁월함을 뜻하는 ‘아레테’의 일반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따른 우수성, 유능성, 탁월한 기량이나 기술 등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발이 빠른 것은 발의 아레테이고, 토지가 비옥한 것은 토지의 아레테이다. 활 쏘는 사람의 아레테는 활을 정확히 잘 쏘아 맞히는 것이고, 교사의 아레테는 학생을 훌륭히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그리스 신화의 모든 신들은 각자 고유의 전문적 아레테를 가지고 있다. 전쟁의 신, 음악의 신, 대장장이의 신, 미의 신 등등..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서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능적 탁월함은 대체로 부단히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 기술자나 전문직 종사자의 아레테가 이 분야에 속한다. 그런데 반복과 훈련을 통해 얻은 탁월함은 다른 사람들과의 기능적 격차를 쉽게 체감하고 누리기 때문에 많은 경우 교만 혹은 오만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이 부작용이 신의 분노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전문 분야에서의 기능적 탁월함에 그치지 않고 인격적, 도덕적 탁월함을 갖추어 조화로운 아레테의 상태를 추구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런 조화로운 이상적인 아레테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가르쳤다.

조화로운 아레테를 갖춘 인간은 스스로 행복한 삶을 누릴 뿐만 아니라, 신들의 사랑까지도 듬뿍 받았다. 뛰어난 육체적 혹은 지적 능력과 함께 용기, 사명감, 도전 정신 등과 같은 인격적 혹은 도덕적 아레테를 갖춘 영웅들을 보라. 예를 들어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오디세우스 등은 신의 질시나 노여움은커녕 신의 사랑과 보호를 받아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였고 동시에 인간들의 존경까지 누렸다.

 

신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은가?

 

‘조화로운 아레테’를 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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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제도의 수호신(4) _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

 

 

아테나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은 방패 아이기스이다.

 

아이기스의 원래 주인은 아테나의 아버지 제우스이다.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젖어미였던 암염소 아말테이아의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을 한 번 흔들면 폭풍이 일어나고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방어와 함께 공격의 기능까지 갖춘 이지스함의 명칭이 아이기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이기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어드(일리아스)에 따르면, 100개의 황금으로 된 술이 붙어 있고 각 술 하나하나가 소 수백마리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 엄청나게 호사스런 방패가 아닐 수 없다. 일리어드에서는 아테나가 이 무장을 갖추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제우스의 딸 아테나는 구름을 부리는 제우스의 갑옷을 입은 다음에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술이 달린 아이기스를 어깨에 걸쳤다. 그것에는 제우스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상징으로서, 둘레에 공포가 새겨져 있고, 그 안에 불화, 무력, 소름 끼치는 추격이, 그리고 중앙에는 무시무시한 괴물 고르곤의 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일리어드를 가만히 읽어보면 아이기스는 아테나만이 유일하게 보유한 물건이 아닌 것 같다. 트로이의 편에서 선 아폴론이 헥토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기스’를 들고 나서기도 하고, ‘아이기스’를 입은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고 그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다니자 헥토르의 시신을 아폴론이 ‘아이기스’로 감싸 보호하였다고 한다. 아폴론 제우스의 자식인 만큼 아버지의 방패를 빌려서 사용하였을 수 있었겠지만, 아킬레우스가 가진 아이기스를 동시에 헥토르의 시신 보호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없다. 아킬레스 자신의 무구는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입고 나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헥토르 측에 빼앗겼기 때문에,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를 위해 출전하는 아킬레스의 어깨에 아테나가 자신의 아이기스를 직접 걸쳐주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이기스는 다소 유연한 가죽 재료로 만들어져 몸에도 부착가능한 매우 고급스런 방패의 일반명사인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아테나의 아이기스는 특별하다. 그 중앙에 무시무시한 메두사의 머리가 부착되어 있다.

메두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뱀으로 이루어져 있고 흉측한 모습의 얼굴을 가진 괴물이다. 그리고 그를 직접 보는 사람은 돌로 변한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고르고(고르곤) 세 자매 중 하나였는데,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정을 통하다 아테나에 발각되어 아테나의 분노에 찬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된 것이다.

 


그런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아이기스의 중앙에 붙인 영웅은 페르세우스이다.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왕녀 다나에의 아들이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가 낳은 자식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어떤 남자도 접근할 수 없도록 다나에를 청동으로 만든 밀실에 가둔다. 하지만 그녀에게 반한 제우스가 황금의 비로 변신하여 스며들어가 다나에를 임신시켜 페르세우스를 낳게 하였다. 왕은 그 모자를 방주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냈고, 방주는 세리포스에 표착하여 이 섬의 왕 폴리데크테스의 보호를 받는다. 다나에를 좋아하게 된 폴리데크테스는 청년이 된 방해꾼 페르세우스를 제거하고자 메두사의 목을 베어 오게 유도한다. 


이에 페르세우스는 아테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테나로부터 아이기스와 함께 메두사의 머리를 담을 자루를 얻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하늘을 나는 헤르메스의 신발 등을 빌려 메두사를 찾아간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가르쳐준 대로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방패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접근하여 메두사를 처치한다. 이때 흘린 메두사의 피에서 천마 페가소스와 황금의 검을 가진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고 한다.



페르세우스는 귀환하는 길에 에티오피아에서 왕녀 안드로메다를 구해 아내로 삼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라스를 돌로 바뀌게 하여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었다. 또 돌아와서는 폴리데크테스에게 메두사를 보여 돌로 만들어 버리고, 여행 중에 우연히 경기대회에서 던진 원반이 빗나가 목숨을 잃은 노인이 바로 아크리시오스 왕이었기에 신탁의 예언이 실현되어 버렸다. 메두사의 목은 아이기스에 부착되어 아테나에게 바쳐졌다. 그래서 아이기스를 바라본 사람은 돌로 변하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도 아테나의 아이기스는 존재한다. 게다가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고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난다. 특허제도 수호신 아테나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 원할 때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두 말 없이 아이기스를 발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영웅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현대의 영웅은 창의적인 기술로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는 발명가나 기업인이고, 현대의 영웅들이 그토록 갖고자 하는 아이기스는 바로 특허 포트폴리오이다. 아이기스의 공격 및 방어력은 특허권의 권능과 매우 유사하고, 특히 특허권의 금지권적인 효력은 아이기스에 새겨진 메두사의 머리를 보였을 때 상대를 돌로 만드는 작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현대의 영웅들은 스스로의 창의적 노력과 역량 및 전략에 따라 나름의 아이기스를 만들어 제출하고 그 독점적 사용을 허락받는다는 점에서 고대의 아이기스와 다른 점이 있다.


변리사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 그들의 비전과 역량 및 열정에 부합하는 최고 최적의 아이기스를 가질 수 있도록 고도의 전략적인 고려를 반영하여 아이기스를 만들어 주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후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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