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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18 조영남의 대작 사기 건 무죄 기사에 부쳐
분류없음2018.08.18 09:43

[180818 페이스북 게재]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은 화가였다.
국전에서 몇 번 상을 받았대나..

그런데 그 수상 작품들에 대해 진정한 작가는 사실 자신이라고 우기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고.
언젠가 그 이야기가 나오니까, 선배와 후배들 중에서도 몇몇이 '그거 사실은 내 작품이었어'라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이 글을 보는 선후배들이 있으면 필경 이 글에다 '내가 정말 그 사람이다'라고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을거다.

그렇게 자신이 작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그 선생이 자신의 그림을 아이들에게 그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많은 점을 찍어 완성하는 유화인데, 미술 준비를 해오지 않은 학생들을 자기의 작업실로 끌고 가서 그가 원하는 대로 점을 찍게 했다.
나는 집이 시골이어서 등교하는 데에만 근 2시간이 걸렸었고, 미술 준비와 같은 사치를 누릴 수 없었기에, 그 작품활동의 단골 사역병이었다. 그 점 찍는 작업에 숙달되어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에게 점찍는 요령을 가르치는 조교노릇까지 하기도 했다.

당시 그림 사역을 하면서 진정으로 진정한 작가가 자신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주어진 영역에 주어진 색상의 점을 찍는 단순 노동을 한 것으로 밖에 기억하지 않는다.

조영남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에도 나는 그 생각을 하였다. 화투를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에서 창작적 오리지날리티는 조영남의 것이다. 조영남의 지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 구체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자신의 화가적 숙련을 발휘했다고 해도, 그는 작가가 될 수 없다. 그저 남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이용된 보조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조영남과 개인적으로 아무런 친분도 없고 오히려 그의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1심 판결에 수긍이 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내 정서와 같은 판결이 나와서 나름 다행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남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뿐이다."
_ 토니 개스틴스
꿈은 상상력이고, 상상력이 아이디어로서 창의력이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