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탈취 당했다고?

      - 그건 잘못된 특허전략 때문이야.

 

진(秦)나라 왕이 공주를 진(晉)나라 공자에게 시집보낼 때 온갖 장식으로 아름답게 가꾼 시녀 70명을 딸려 보냈다. 그런데 공자는 예쁜 시녀들만을 좋아하고 공주는 박대하였다. 결국은 공주가 아닌 시녀들을 잘 시집보내준 꼴이 된 것이다. 또 어느 초나라 사람은 귀한 구슬을 팔러 정나라로 갔다. 그는 목란(木蘭), 계초(桂椒)와 같은 향기로운 나무로 짜고 물참새의 털로 장식한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구슬을 넣었다. 그런데 정나라 사람은 그 상자만 샀을 뿐 구슬은 되돌려 주었다(買櫝還珠).』 _ 출처 : 한비자(韓非子)

구슬은 팔지 못하고 상자만 빼앗겼다.

     담긴 구슬보다 상자만이 관심을 끌게 만든 어리석음을 비유한 ‘매독환주(買櫝還珠)’는 겉으로 드러난 표현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정작 본질의 중요성을 잊거나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고사이다. 
     이 비유를 이 글을 위해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면, 본질(공주, 구슬)을 돕기 위한 보조적 요소(시녀, 상자)에 아무리 공을 들이더라도, 그 보조적 요소가 본질에 합목적적으로 부합하도록 적절히 배려되어 있지 않다면, 목적 달성은 고사하고 공들여 마련한 보조적 수단마저 허무하게 빼앗길 수 있다는 가르침도 얻을 수 있다.

     이 해석과 유사한 사례는 매스컴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기업활동의 본질은 큰 부가가치를 붙인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로 포장된 제품을 제조한다. 기술은 제품의 매력을 높이거나 비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보조적인 요소이며, 대부분의 경우 기술 그 자체가 기업 활동의 본질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마켓팅하는 과정에서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고 그 제품을 포장한 기술만 빼앗기게 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구슬은 팔지 못하고 상자만 빼앗긴 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S텔레콤의 김대표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위급상황 시 비상연락에 관련한 휴대폰 기술을 대기업에 제안하고 기술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는데, 그 동안 연락이 없던 대기업은 약 1년 정도가 지나 김 대표가 제안한 개념이 적용된 휴대폰을 출시하였고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김 대표는 그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였고 근 7, 8년간 소송을 끌어오면서 엄청난 비용을 썼지만 결국에는 모두 패소로 종결되었다.
     또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에스보드’를 개발한 강대표는 2006년 단일 제품으로 100억을 매출을 올렸다. 성공 스토리가 알려져 책도 내고 정부 공익광고에도 출연하기도 했으나, 이후 모조품의 난립으로 불과 3년 후인 2009년에는 단 1억의 매출로 추락하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본질인 매출이나 이익의 확대는 달성하지 못하고 그들의 기술만 잃은 것이다. 그들은 서로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그런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 이유는 서로 다르게 주장한다. 김대표는 대기업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강대표는 특허제도의 불합리를 질타한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의 실패 원인은 하나이다. 그것은 ‘잘못된 특허전략’에 있다. 김 대표와 강 대표는 모두 자신의 기술에 대해 특허를 획득하였다. 그 특허에 기초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하였다. 그러나, 권리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비즈니스 보호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고 극도의 상심과 함께 사업도 몰락한 것이다. 애초 특허가 없었다면 그토록 집착하거나 절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부실한 특허는 그 자체로서 우환거리이다.

특허는 울타리와 같은 것. 남을 막는 동시에 나를 가두는 것이다.    

      특허는 기술을 설명한 기술문헌인 동시에, 특허권의 권리 범위를 정하는 권리문서이다. 권리의 영역을 객관적으로 표시하는 울타리나 담과 같은 것이다.
     ‘울타리는 남을 막는 것인 동시에 나를 가두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과 같이 특허는 내 땅의 경계 즉 내 권리가 미치는 영역의 끝이 어디인지를 정하지만, 동시에 인접한 타인 혹은 공공의 땅의 경계 역시 정하는 것이다. 내 울타리 내에서 자유로운 권리행사가 가능한 한편, 울타리 밖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는 소극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 울타리 밖의 일임에도 울타리 넘어 과욕을 부리다가 실망을 자초한다.

     넓은 통제력을 갖고 싶다면 애당초 울타리를 충분히 넓게 쳐야 한다.
     울타리를 칠 면적을 얼마나 크게 할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이 선택에 달려있다. 너무 넓게 잡으면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영역을 침범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저촉만 피할 수 있다면, 자신의 기술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한 영역을 마음껏 넓게 상상해보라. 상상한 만큼 권리는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 상상은 실제와 잘 타협이 되어야겠지만, 그 과정은 충분히 즐겁다.

     또한 울타리는 튼튼하여야 한다.
     아무나 쉽게 들락거려도 어찌할 수 없는 부실한 울타리도 많다. 튼튼한 울타리는 잠재적 침입자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여야 한다. 발자국 소리만으로 도망가는 토끼를 막을 울타리와 맹수에 대비할 울타리는 분명 다르다.
     많은 사례들에서 보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특허 울타리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안타까울 정도로 너무도 좁고 부실하다. 그런 특허들은 벽면을 장식하는 역할 이상을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귀 특허의 울타리는 얼마나 넓고 어떤 침해에 저항할 수 있는가?

특허 취득의 진정한 목적은 ‘제품 보호’가 아니라 ‘시장 보호’이다. 
     ‘제품 개발’과 ‘특허 전략’은 모두 ‘기술의 산’을 정복하는 과정이다.
     ‘제품 개발’의 경우에는 최단 코스를 따라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그 산을 정복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최적의 솔루션 하나만 찾아내는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여러 개의 솔루션을 가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러 솔루션을 모두 제품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 전략’에서 ‘산의 정복’의 의미는 다르다.
     내 제품이 지배하여야 할 그 산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어막을 구축하였을 때 특허전략에서의 ‘산 정복’이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특허 전략의 일차적 목적은 ‘내가 개발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한정되어서는 적절치 못하다. 최고의 특허 전략은 ‘내 제품이 속한 시장’을 통째로 커버하는 것이다. 즉 ‘내가 개발한 기술’이 아니라 ‘남이 회피할 가능성이 있은 기술’ 내지는 ‘남이 모방할지도 모르는 기술’까지도 타인이 편승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잘된 특허전략이다. 

     특허 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 제품과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특허는 제품개발의 과정에서 나온 성과물이긴 하지만, 그것을 취득하기 위한 전략은 제품 개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많은 특허들을 보면 특허권자의 제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타인의 모조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아, 타인의 모방이나 도용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모방을 도와준 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못된 특허는 모방을 조장한다.

산의 정복 전략은 산을 오르기 전에 짜야 한다.
     처음 산을 오를 때, 누가 먼저 도전한 등산로가 있는지, 더 나은 정복의 루트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길을 더 선호할 것인지 등을 미리 알아야만 효과적이고 안전한 산행이 될 것이다.
     산오르기가 그렇듯 특허 전략도 연구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립하여야 한다.
     제품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이전의 다른 사람들의 개발 경험에 관한 정보나 시장의 환경을 잘 이해하고 나면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전 정보나 시장 환경에 기초한 특허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완료되고 나서 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많은 경우 그 최종 설게안에 따른 실시예에만 한정된 특허를 받게 된다. 마치 산꼭대기에 작은 울타리를 치고 산을 정복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좋은 특허는 산자락을 따라 넓은 울타리를 구축하는 것이며, 그런 특허는 개발의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특허분쟁도 조직력이 필요하다.
     강한 군대는 많은 전사와 다양한 무기를 구비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핵심 제품에 대해 한 두 건의 특허만을 가지고 있다. 앞의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그 소수의 특허가 상대의 저항을 받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김 대표와 강 대표처럼 분루를 삼키고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우선은 양이 필요하다. 조폭 집단이 초기에 머리수로 상대를 압도하듯이, 특허 건수는 특허분쟁에서는 매우 의미가 크다. 특허권자의 특허 건수가 많으면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그 부담이 건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두 건은 어떻게 대응하기 쉽지만 대여섯 건이 넘어가면, 그 내용은 제쳐두고 분석과 대응 비용 등과 관련하여 상대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무기도 다양할 필요가 있다. 전쟁에서 장거리 미사일과 같이 강한 화력의 무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중화기만으로 전쟁은 치룰 수는 없다. 근접전이나 비정규전을 대비한 무기나 전투인력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진작을 위해 연예인부대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허분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핵심 기술에 관한 특허 하나만 달랑 들고 있는 경우는 마치 ‘들배지기’나 ‘뒤집기’ 기술 하나만을 가지고 천하장사가 되겠다는 씨름 선수와 같다. 그런 선수는 싸우는 재미도 구경하는 재미도 제공하지 못한다. 상대 선수에게 자신의 특기가 파훼되고 나면 필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물론 핵심기술에 관한 특허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쟁을 치루기 쉽지 않다. 잠재적 침해자들의 예상 가능한 침해양태를 고려하여, 핵심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응용 기술, 보조 기술, 이용 기술, 혹은 그 기술이 통과하는 통로에 있는 길목 기술 등에 대해 특허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그런 주변 특허들은 실제 전투에서는 핵심기술 못지않은 혁혁한 전과를 올릴 수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이 말처럼 특허분쟁에서 큰 기술의 특허는 다 피했는데 어설픈 돌부리 같은 특허에 걸려 항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남의 기술의 훔치는 입장이 되어보자.
     항상 구슬상자를 빼앗긴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자만 뺏고 구슬을 되돌려주고는 회심의 비릿한 미소를 짓는 승자의 모습이 되어볼 수 있다. 공주보다 더 아름다운 70명의 시녀나 구슬보다 더 탐이 나는 상자가 있다면, 그리고 별 저항 없이 내 것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어찌 욕심을 내 보지 않겠는가?
     그런 매력적인 제품은 실제로 상당히 널려 있다. 제대로 눈만 부릅뜨고 둘러보면 쉽게 취할 수도 있다. 다만 무지, 게으름, 자존심, 도덕성, 두려움, 소심함 등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좋은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기는 너무도 힘들다. 그런 만큼 기업들의 특허에는 허점이 많다. 그 허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파고드는 것이 성공적인 모방자 내지는 발 빠른 2인자가 되는 길이다.
     특허권자가 자신의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는 것은 성을 사수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방자가 특허를 피해서 기술을 모방하는 것은 성을 공략하는 행위일 것이다. 

     수성과 공성 중 어느 것이 힘들겠는가? 일단 특허라는 성을 만드는 축성의 단계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하지만 일단 외부 공격을 막아야 하는 수성의 단계에 들어가면 성 내의 한정된 자원만 이용 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게 된다. 그러나, 공성은 성 밖의 무한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성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실제로 특허분쟁에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훨씬 낮다.
     그래서 나는 가끔 광오하게 주장한다.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은 없다”라고.. 부러운 타사의 제품이 있으면, 십중팔구 그 제품을 안전하게 모방할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그런데.. 양심이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렇다. ‘모방’이 좀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방 없이 지금 그 자리에 서있다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우리는 태어나서 곤지곤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무덤에 들어갈 때의 절차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모방하며 산다. 모방은 인간의 본성이다. 누구도 모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모방’ 그 자체는 조금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방’이 아닌 도용이나 ‘특허침해’가 비난 받을 짓이다.

     남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모방은 성공의 열쇠일 수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개발 과정은 관련 업계의 특허를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공개된 수백만건의 특허는 그 자체가 기술의 도서관이다. 그로부터 배우고 벗어나고 개량하는 과정을 통해 더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한 학습을 조장하는 것이 특허제도의 진정한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허전략의 꽃은 남의 특허 기술을 이용하여 더 나은 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_ 파블로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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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왜 특허인가?

- 특허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이 큰 박씨를 주기에 그걸 심었더니 닷 섬들이나 되는 큰 박이 열렸다네. 물을 담으면 무거워서 들 수가 없고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면 평평하고 얕아서 도무지 뭘 담을 수도 없다네. 그래서 크기는 매우 컸지만 쓸모가 없어서 깨뜨려버렸네“라고 했다.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참으로 큰 것을 제대로 이용하는 데 서투르구려. (중략) 그 닷 섬들이 박을 큰 술통으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가?”

- 장자 소요유 -

 

모든 제도나 환경 혹은 시대 변화는 기업에게 있어 혜자의 ‘닷 섬들이 박’과 같은 것이다. 그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기업의 성장과 번영을 보장하는 축복의 선물이 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아주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재앙이 되어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특허제도도 기업에게는 익숙하게 다루기 쉽지않은 '큰 박’과 같다. 잘 활용된 특허는 흥부의 ‘박’이 될 수 있으나 잘못 활용된 박은 기업을 극도로 곤란하게 만드는 놀부의 ‘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특허가 기업의 지속 성장에 어떤 의미를 주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특허는 기업의 집단 창의력이다.

2011년 애플의 스마트폰 실적을 두고 세계의 메스컴은 거침없이 괴물이라 언급했다. 애플의 실적은 시장 점유율 9%, 매출 점유율 40%, 이익 점유율 75%.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 23%를 팔아 2위를 한 삼성의 이익 점유율이 16%였으니, 애플과 삼성의 이익 점유율을 합치면 총 91%가 된다. 노키아, 림, LG 등 나머지 기업들은 약 70%의 제품을 시장에 팔고도 겨우 9%의 이익을 나눠가진 셈이다. 승자 독식의 냉혹한 비즈니스 환경에 가슴이 서늘하다.

2012년의 실적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 중 애플이 70%, 삼성이 33% 차지하였다. 이들 이익을 합치면 103%. 즉 나머지 회사들은 실질적인 손실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런 극심한 이익점유율 편중의 키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창의력이다. 애플의 핵심역량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는 창의적 능력이며, 삼성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발빠른 2등 전략’(Fast Follower)에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창의력도 뒤지는 데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순발력이나 타이밍이 뒤처졌기 때문에 죽도록 만들어 팔고도 변변히 이익을 챙기지도 못하고 경영상황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산업사회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효율’이었다. ‘효율의 경제’는 단위 시간 및 단위 인력 당 더 많은 제품을 더 적은 불량률로 생산하여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지식사회 내지는 창의력 시대에서는 효율이 더 이상 경쟁력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창의의 경제’ 시대이다. 남다른 발명, 새로운 제품, 감동적인 디자인, 시장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창의의 경제’는 주어진 자원을 쥐어짜서 이익을 창출하는 ‘효율 경제’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든다.

그럼 창의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과거에는 창의력이 개인의 재능이라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결과나 성공적인 창의적 기업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보면, 창의력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에 의해 얼마든지 창출되고 향상될 수 있으며, 집단 지성을 활용할 경우 창의적 성과는 상상을 초원하여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고객사의 연구인력들을 데리고 잘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브레인스토밍 등 워크샵을 진행해보면 당사자와 경영자들도 예상치 못한 큰 성과에 깜짝 놀란다. 그것이 프로세스의 힘인 동시에 집단 지성의 잠재력이다.

이와 같이 특허 경영 영역은 기업의 핵심역량을 창출하거나 변경하는 전략일 뿐 아니라, 기업 내 직원들의 지적 창의력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인적자원 관리의 영역에도 관계한다.

특허는 한 기업이 가진 인적 자원의 집단적 창의력의 척도이다. 회사의 집단 창의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 보시라.


둘째, 특허는 기업의 강한 핵심역량이다.

어느 기업이든 나름대로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 핵심역량은 기업의 존재의미나 생존력 혹은 경쟁력을 의미한다. 제조 기업의 경우에는 주로 기술적인 영역에 핵심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기술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그 핵심기술을 특허의 모습으로 보호받는다. 특허로 무장된 핵심기술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배제력이 강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핵심기술은 시장에서 공존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약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강한 핵심역량은 타 경쟁자들에 대해 경쟁적 우위를 점하여 시장을 배타적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약한 핵심역량은 타 기업의 편승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비교적 치열한 시장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기업은 자신의 핵심역량이 충분히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고 배타적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점검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업의 강한 시장지배력에 의해 휘둘리는 꼴이 될 것이다.

귀사의 핵심역량은 충분히 강한가?


셋째, 특허는 기업의 비전이다.

우표를 수집하듯 과거의 추억을 위해 특허를 보유하는 기업은 없다.

특허는 미래의 경쟁 환경을 대비한 경영 전략적 기술 자산이다.
기업이 향후 나아갈 기술이나 제품 혹은 시장 목표를 향해 잘 짜인 전략에 따라 연구 및 개발이 수행된 결과가 특허이다.
그래서 특허는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경영전략과 반드시 함께 한다. 어느 기업의 미래를 알려면 현재 어떤 특허들을 취득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기술 기반 기업인데도 특허가 없는 기업은 어떤가? 당연히 비전과 경영전략이 없거나 비전이 취약한 기업일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는 소위 ‘동물원형 기업’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많다. 철창에 갇혀 사육사(발주기업)가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사는 동물과 같은 기업. 사육사가 사육을 중단하면 달리 생존이 힘든 기업이다. 이런 유의 기업들도 자신의 비전을 기술경쟁력의 확보나 동물원 탈출로 설정하였다면 그 비전의 구체적인 특허의 활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회사가 어떤 특허를 확보하고 있고 또 어떤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라. 그리고 회사의 비전 내지 경영전략과 얼마니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라.

 
넷째, 특허는 비즈니스전쟁에서의 공격과 방어체계이다.

특허의 본질적 기능은 내 기술을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보장받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기술을 남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여 시장에서 배타적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특허의 실질적인 존재이유이다.

이런 배타적 효력 때문에, 최근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특허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사실상 절대적이고도 매우 유효한 수단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어느 한 쪽의 선제공격에 의해 전쟁이 개시되는데, 특허 전쟁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특허권자에게만 주어진다.

비즈니스전쟁에서 공격주체가 되어 상황을 리드해 갈 것인가?
아니면 특허권자의 공격을 받아 이리 막고 저리 피하면서 끌려 다닐 것인가?
그래도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는 않고 최소한 대거리라도 할 수 있도록 쓸 만한 대응 무기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기는 하는가?


다섯째, 특허는 기술의 땅이다.

특허는 그 자체로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권으로서, 기술의 영역, 기술의 땅을 임의로 구획하여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이다.
머릿속에서 상상 가능한 무한한 기술의 공간 내에서 새롭고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만 하면, 자유로이 말뚝을 박고 울타리를 쳐서 자신의 소유로 삼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특허제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의 땅이기는 하지만 유체재산인 현실의 토지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여 이익을 많이 남겨주는 문전옥답 같은 특허가 있는가 하면, 어쩌다 한 번씩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천수답이나 아예 존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전혀 이용되지 않는 특허도 수두룩하다. 또 그린벨트에 묶인 땅과 같이 규제를 받아 기약 없이 이용이 제한되는 특허도 존재하고, 지금은 활용되지 않지만 기술 트랜드의 변화로 언젠가 미래에 크게 활용될 가능성을 기다리는 특허도 있다.

그래서 특허를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짜릿한 묘미는 지금은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기술이지만 내가 찾아 세상에 알리기만 하면 일시에 금싸라기로 변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의 땅을 찾아 넓게 울타리를 쳐서 척하니 내 것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렇게 기술의 땅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때론 적지 않은 연구개발비를 들여야 할 수도 있지만, 때론 차안이나 측간에서 가벼이 얻어낸 반짝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적은 비용으로 별 리스크 없이 기술의 땅을 내가 상상하는 만큼 확보할 수 있는 데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기술의 땅이 너무도 광활하고 복잡하여 희망하는 목적지를 찾아가기가 어려워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특허자료는 기술의 보물창고이다. 온갖 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몇 백만 건의 특허 출원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들을 적절히 조사하기만 하면 관심분야의 기술을 모두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을 적절히 분류하고 분석하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보인다. 그 관심분야의 기술들을 참조하여 지식을 넓히고 그들을 조합하고 분해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제 저 광활한 기술의 땅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욕구와 용기가 생겼는가?

 

이와 같이 특허는 기업의 핵심역량이고 집단 창의력이며 미래의 비전이다. 또한 비즈니스 전쟁에서의 공격 및 방어체계이고 기업의 중요한 재산을 구성하는 기술의 땅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업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허전략은 경영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포지션에서 계획되고 관리되어야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을 쌓는 자 필히 망하고, 길을 내는 자 번창하리라!
                                                                            _투르크 명장 톤유쿠크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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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2013.07.02 14:06

안티 특허괴물 티셔츠 

"타협하지 마라, 타협은 특허괴물을 키워준다"



미국의 쇼핑몰 업체 Newegg.com이 특허괴물에 저항하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쇼핑몰 바로가기).


대부분의 기업들은 특허괴물과 맞닥뜨리길 꺼린다.
특허괴물이 시비를 걸면 대체로 조기에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길 희망한다. 그런 조기 협상 타결은 특허괴물 역시 가장 선호하는 해결 방법이다. 그래서 특허괴물은 대체로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고, 기업들은 대체로 그 조건을 수용하는 형태로 타협이 이루어져왔다.

소송이 개시되면 엄청난 비용과 상당한 인력이 장기간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불안은 선택의 폭을 더욱 좁게 한다.


그런데 작은 쇼핑몰 업체 NewEgg.con이 그런 관행에 반기를 들었다. 

특허괴물에게 결코 타협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런 타협이 특허괴물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자신들의 주장을 인쇄한 티셔츠를 그들의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20.

티셔츠 판매에서 얻은 이익금은 소규모 기업들을 타겟으로 하는 나쁜 특허들을 물리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부디 이런 작은 파랑이 큰 물결이 되어 이 시대의 사생아 특허괴물의 횡포를 누그려뜨려주길..




참고 : http://www.techdirt.com/articles/20130629/23515723671/newegg-selling-anti-patent-troll-t-shirts.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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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상담사례] 특허는 왜 받으려 하십니까? 
"특허권은 특허 기술을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출원 상담 고객에게 왜 특허출원을 하려고 하는지 출원 목적을 묻는 경우가 가끔 있다. 대개는 그런 질문이 필요하지 않지만, 특허의 의의를 잘못 이해하고 찾아온 경우도 간혹 있기에 이런 질문을 한다.
매사가 그렇듯 목적을 분명히 하여야 최선의 전략을 고려할 수 있는 법이다. 특허의 경우에도 특허를 받고자 하는 목적을 명료히 알아야만 최적의 전략이 반영된 출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번 의뢰인의 경우는 특허의 의미 자체를 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류의 오해는 드물지 않게 접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특허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 [나] 특허 출원을 왜 하시려는 건가요?

- [의뢰인] 이 제품에 대해 특허를 받으려는 거지요.

- [나] 특허는 왜 받으려 하시는데요?

- [의뢰인] 특허라도 있어야 누가 시비를 못 걸지요.

- [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시비를 걸지 못하는가요?

- [의뢰인] 내 특허로 내 물건을 만들어야 함부로 시비를 걸지 않을 거 아닙니까? 다른 경쟁 회사들도 다 자기 특허를 가지고 있으니, 나도 방어적인 차원에서 특허를 등록받아 두어야 합니다.

 

이 의뢰인의 생각과 같이 과연 특허가 방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난공 불락의 요새와 같은 특허, 어떠한 외부의 특허 공격으로부터도 내 비즈니스를 항상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그런 특허가 존재할까?

정답은 '그런 특허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비슷한 질문이지만, 누가 나를 향해 특허침해를 주장할 때, 나도 내 특허를 가지고 있으니 특허침해 문제는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허한 주장이다.

 

특허의 권능적 속성은 '면허권'이 아니라 '금지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허권은 해당 특허 기술을 조건없이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단지 내 특허의 범위 내에서 타인이 실시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질 뿐이며, 남의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내 특허 기술을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어도 남의 특허를 침해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수천 건의 특허를 가진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서로 상대가 특허침해하였다고 싸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특허는 새로운 기술에 관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모든 새로운 기술에는 그의 배경이 된 바탕 기술이 존재하고 있다. 그 바탕 기술이 타인의 특허 대상이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바탕 기술이 누군가의 선행 특허에 해당한다면, 새로운 특허는 선행 특허를 이용한 것이므로 선행 특허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남의 땅 위에 지은 집과 다름없다. 땅주인의 의지에 따라 휘둘리는 것은 당연하다.

 

특허가 방어적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특허 공격이 있을 때 맞대응 공격을 할 수 있는 경우 내지는 내 특허의 역공을 상대방이 우려하는 경우에는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훌륭한 방어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이 고객의 사례에서처럼 특허가 면허권처럼 방어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여 특허 받고자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리인이 즉시 그 오해를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그런 출원인은 장래 큰 실망을 하거나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런 고객의 상황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특허업무를 진행하여야 할까?

우선은 경쟁업체들의 특허를 완벽히 벗어나야 한다. 

해당 업계의 특허들을 폭넓게 조사, 입수 및 분석하여, 어느 특허에도 저촉되지 않도록 안전한 회피 설계안을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회피설계안의 도출과정은 기존 특허들을 단순히 회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특허들의 기술적 한계를 초월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창의적 과정을 통해 경쟁우위의 기술을 획득할 수 있고, 이 기술은 곧 독자의 기술영역을 구축하는 고유의 특허로 연결되게 될 것이다.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상담사례] 오늘의 요점 사항! 

 

"특허권은 해당 특허 기술을 조건없이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면허권과 같은 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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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이 시작된지 만 1년이 지났다.
이들은 세계 9개국에서  20건이 넘는 소송을 벌이고 현재도 상당 부분의 소송이 계속중에 있다.
세계적인 두 IT공룡의 그야말로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양상과 같은 이 엄청난 싸움은 정녕 지금까지 경험한 바가 없었던 대단한 전면전이었다. 
한 순간에 거대 공룡의 비즈니스의 기반이 송두리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온 세상들의 주목을 끌었고,
전 세계는 어느 하루도 그들의 특허전쟁에 관한 기사를 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좀 식상해졌다.
큰 기업들이니 만큼 뭔가 관중을 열광하게 만드는 짜릿한 뒤집기나 들배지기 정도의 기술이나 전략을 보기를 기대했는데, 샅바싸움 하듯 짜잔한 기술로 떠들썩하게 댓거리만 하는 듯하고, 그나마도 제대로 기술이 먹혀들어간 적이 없다.

누구도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하지 못하고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일시적으로 특허권자인 원고가 승소를 한 경우도 소수 있지만, 그나마도 상급심에서 뒤집어지거나 디자인 변경 등을 통해 쉽게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후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지난 1년간의 특허전쟁은 무엇을 남겼을까?

그건 이 두 당사자 회사의 엄청난 성장이다.
정말 묘한 일이다. 그토록 치열하게 싸운 두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현재 각 회사의 실적이나 기업가치는 사상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어느 강의에서 이들 두 회사가 아무리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음모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공모하여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은 없지만,
결과가 마치 공모한 것처럼 모든 지표가 두 회사에게만 너무도 유리하게 나타났기에 농담삼아 한 말이다.

자 그럼 먼저 양사의 실적을 보자.
지난해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8.7%의 판매 대수를 시장에 내놓아 39%의 마켓셰어를 차지하고 75%의 이익을 챙겼다.
정말 괴물과 같은 실적이다. 모든 기업인에게 꿈과 같은 효율이다.
한편 삼성은 23%의 판매대수 점유율로 25%의 매출을 셰어하고 16%의 이익을 가져갔다.
애플에 비해서는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이 실적은 당당 세계 2위의 찬란한 자랑스런 실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애플과 삼성의 이익 점유율을 합치면 91%.
나머지 휴대폰 메이커들인 노키아, 림, HTC 등은 약 70%에 가까운 제품을 팔고 단지 9%의 이익을 차지하였을뿐이다.
아무리 비즈니스에서의 승자 독식의 냉정함을 인정하여야 해도, 노키아 등 한 때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다.

삼성의 주가는 1년전 9십만원 수준에서 현재 130만원 정도.
시장 가치는 현재 거의 190조원.
주가와 시가총액이 1년만에 44% 이상 상승한 것이다.

삼성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피처폰을 포함하여 판매대수에서 노키아를 추월하였다.
그리고 모든 판매대수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스마트폰이 차지하여 이익율도 지난 해에 비해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삼성은 명실 상부한 세계 최대의 휴대폰 메이커가 되었다.

스마트폰만 두고 보더라도 지난 해까지는 삼성이 애플과 거의 동일한 판매량을 기록하였지만,

올해 1분기에서 제법 큰 격차로 애플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혔다. (삼성 4100만대 28.2%, 애플은 3260만대 22.4%)

애플의 성장은 더 드라마틱하다.
주가는 작년에 비해 100% 이상 상승하여 주당 600달러를 초과하였다, 사실 올해 들어와서만 약 60% 상승하였다.
시장가치는 6000억달러(660조원)를 초과하여 지난 주에 모빌액슨을 제치고 미국 및 세계 최대 기업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3배가 넘는다. 

 

삼성과 애플의 올해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지낸 해 양사가 휴대폰 전체 이익의 91%를 차지하였는데,
올해 그들의 더 높아진다면 불쌍한 노키아 등 다른 메이커들의 운명은 더욱 가혹할 것이다.

 



[2011년 휴대폰 시장에서의 이익점유율]

 


 

[지난 1년간 삼성의 주가추이]

 

 

 

[애플의 제품별 실적과 주가추이]


그러면, 삼성과 애플의 폭발적 성공은 그들이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과 어떤 견연관계가 있을까?

아마도 '노이즈마케팅'의 효과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 바닥에서 요란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그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어디서 싸우는지, 누가 이길 것인지 등에 대해 다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치열하게 싸우는 양 당사자들이 그 제품에 대한 대표적이고 주도적인 메이커임을 전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메이커는 아무래도 경쟁에 참여하기 힘든 약한 회사로 보였을 테고..


이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는 그들이 쏟아부은 소송비용이 조금도 아깝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그들을 실적을 보면 행복한 내심을 숨기기 위해 그들이 표정관리에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을지 가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내가 음모(전략)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소송을 이용한 노이즈마케팅'이 당초부터 목적적으로 의도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징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통상의 기업간 분쟁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고 개인이나 국가 간의 분쟁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송으로 가기 전에 소송의 당위성을 찾기 위한 충분한 분위기 조성 과정이 있다.
상대의 침해 사실 여부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고, 그 분석 결과 및 요구사항을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소송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시도하다가, 협상이 도저히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소송을 통한 해결을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송을 일으킬 때에는 만반의 준비를 통해 '완벽히 이겨놓은 상태'에서 제소한다. 어슬프게 건드려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할 타초경사(打草驚巳)의 우를 범하는 어리석은 기업은 없다.

 

그런데 애플의 제소 및 소송진행 과정을 보면 이런 상식에서 대체로 벗어나 있다.
우선, 사전 협의 단계가 거의 없었거나 생략되었고, 지난 해 4월의 첫 소송 및 그 후속의 제소가 거의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불구지대천의 원수를 대하듯 오로지 상대의 파멸만을 얻고자 하는 듯이 제소를 개시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양사는 매우 밀접한 비즈니스 파트너였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서로를 결코 비즈니스 관계에서 배제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해마다 수조원의 부품을 팔고 사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밀접한 관계의 기업에 그렇게 좀더 적절한 사전 절차 없이 포격부터 퍼부은 것을 보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의외로 생각하였다. 그저 스티브 잡스의 격정적 성격 때문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리고, 애플이 최초로 제시한 특허들을 보고 일반인들까지도 놀랐다.
애플의 주요 권리가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특허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저런 거대 공룡 기업이 겨우 저따위 유치한 것으로 요란하게 싸우는가 라고 말하곤 했다.

디자인은 그 본질이 시각적 요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그것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삼성도 디자인 변경을 통해 가볍게 벗어났었고..
그외의 특허들도 상대를 완벽히 제압할만한 권리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삼성을 공격하면, 그들보다 근 10배 가까이 특허를 보유한 삼성이 어떤 대응을 해올지 불보듯 뻔하다.

자신들이 삼성의 특허를 완벽히 벗어날 수 없음은 너무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애플은 삼성과의 전쟁이 매우 치열한 공방전 내지는 고지전이 될 것임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게 특히 어색하게 보인 또 하나의 사실은 짧은 기간 내에 너무도 많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니고 미국, 유럽, 아시아, 호주 등 각 지역의 대표적인 9개국에서..

통상의 경우라면, 한 두 나라에서 핵심적인 한 두 권리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득한 다음 그에 기초하여 다른 나라에서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가능성도 높이고 경제적으로나 업무적으로 효율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들은 온 동네사람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이 마구 요란하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좀 살만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연일 그들의 특허전쟁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워낙 떠들어대니..

그들의 당초 목적이 이런 소란이었던 것처럼..

 

또 한 가지! 애플이 의도하였을 수도 있는 것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들 수 있다.
그 메시지는 바로 '소송비용'이다.

자신의 터프한 싸움 방식에 대응하려면 엄청난 소송비용이 들 수 있음을 보여주어, 가급적이면 자신들이 가는 길에 걸기적거리지 말라는 경고를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다.

 

이미 잘들 알고 있지만 특허소송에는 엄청난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해 2억불 정도의 소송 비용을 썼다고 기사에 나와 있으니, 양 회사가 쓴 비용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대충 계산해도 하나의 소송에 100억원은 족히 썼다고 보면 되겠다.
작년의 첫 소송이 4월15일에 시작되고 순차적으로 하나씩 진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소송을 1년 유지하는 데 200억원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달리 종료되지 않는다면, 삼성은 올 한 해에 적어도 3억달러는 추가로 써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림잡아 작년에 쓴 2억달러를 포함하여 그것만으로도 5억달러.. 6천억원에 육박한다. 정말 가공할 비용 규모이다.
몇 년 소송을 끌면 조단위는 훌쩍 넘을 것 같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회사이다. 이미 지난해 1천억달러(110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매 분기마다 적어도 10수조원씩 차곡차곡 더 쌓이고 있다. 얼마전 팀쿡이 대대적인 배당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이들의 현금 보유고는 화수분처럼 마를 날이 없다.

애플은 이번 소송을 통해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에플과 싸우려면 1조원 정도의 전쟁비용을 준비해두라고.. 


또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은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일시에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애플은 피처폰을 생산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스마트폰은 당시 세계시장 점유율의 4~5% 수준밖에 차지하지 못했으니 매우 답답하게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런 답답한 상황을 단시간 내에 타개할 수 있도록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여 관심을 유도하는 데에 특허전쟁이 상당한 기여를 하지는 않앗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말하면, 음모론은, 소송의 개시 및 진행과정 등이 매우 요란하기만 할뿐 실효있는 공방이 아니었고, 당사자들이 그들의 전쟁 그 자체에서 아무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그렇게 될 것임을 처음부터 예측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너무도 엄청났다는 데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당초부터 이런 마케팅효과를 예측하고 서로 공모하여 전쟁을 벌였을 가능성을 언급해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공모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스티브잡스의 격정적 분노에 의해 소송이 개시되었고, 그럼에도 양사의 특허포트폴리오가 상대를 효과적으로 제압할만큼 잘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는 한계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른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공모는 현실성이 없지만, 애플이 이 특허전쟁의 프레임을 짰을 가능성은 있다.
애플이 앞에서 언급한 효과를 미리 목표로 했거나 특허전쟁의 부수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고,  함께 손잡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만한 맷집 든든한 파트너로서 삼성을 선택하였다면 좀 설득력있는 픽션인가?

어차피 시장의 확대라는 전리품을 나눠가지기는 하여야 하지만, 자신들이 메이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특허전쟁 1년을 뒤돌아보면서 좀 다른 시각에서 소설 쓰듯 상황을 뒤집어 보았다.(끝)

 

 

아래의 사진들은 참고용..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 8800만대(블룸버그는 9200만대 예상),
 노키아 8300만대. 2007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삼성의 4배.
노키아는 지난 14년간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 1위.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삼성 4100만대. 

위 그림에서 보듯 삼성의 스마트폰은 점차 확대되는 반면 노키아는 역행.

 

노키아도 코닥, 림 등과 같은 한 때 성공의 희생자.

기존의 성공을 가져다 준 핵심역량(심비안OS) 내지 충성 고객을 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도 받아들이지 못해 양쪽에서 모두 실패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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