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8.07.16 22:07

바다의 큰 물고기(海大魚)

_ 韓非子 說林下



정곽군이 설 땅에 성을 쌓고자 하였다.

많은 식객들이 간하여 말리니,

정곽군은 아랫사람에게 식객들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일렀다.

제나라 출신 식객 한 사람이 뵙기를 청하였다.

"딱 세 마디만 말하겠습니다. 세 마디를 넘기면 저를 삶아 죽여도 좋습니다"

정곽군이 그를 만나보자고 하니, 그 식객이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해대어(海大魚, 바다의 큰 물고기)"

라고 말하고는 돌아서 달아나려했다.

정곽군이 "그 말의 설명을 듣고 싶소"라고 하자,

그 식객은 "감히 죽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정곽군은 "벌하지 않을테니 과인을 위해 말해주길 바라오"라고 하니,

객이 답하였다.

"군께서는 큰 물고기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물로 가둘 수 없고 작살로도 잡을 수 없지만,

튀어 올라 물을 벗어나면 땅강아지와 개미조차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지금 제나라는 군에게는 바다와 같습니다.

군께서 제나라에 오랫동안 살고자 하신다면,

설 땅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만약 제나라를 잃는다면

설 땅의 성을 하늘에 닿도록 쌓았다한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습니까?"

정곽군은 '옳은 말이다.'라고 하고,

공사를 멈추게 하여 설 땅에 성을 쌓지 않았다. 


靖郭君將城薛, 客多以諫者。靖郭君謂謁者曰 毋爲客通。 齊人有請見者曰 臣請三言而已。過三言, 臣請烹。 靖郭君因見之。客趨進曰 海大魚。 因反走。靖郭君曰 請聞其說。客曰 臣不敢以死爲戲。 靖郭君曰 願爲寡人言之。 答曰 君聞大魚乎? 網不能止, 繳不能絓也, 蕩而失水, 螻蟻得意焉。今夫齊亦君之海也。君長有齊, 奚以薛爲君? 失齊, 雖隆薛城至於天, 猶無益也。 靖郭君曰 善。 乃輟, 不城薛。韓非子 說林下






**'海大魚'의 일화는 한비자(韓非子, 說林下) 외에도 전국책(戦国策), 회남자(淮南子, 人間訓), 신서(新序, 雑事二) 등에도 등장한다.


이 고사의 가르침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 모두가 '바다의 큰 물고기' 신세임을 잊지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묘한 '설득의 기술'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 우리 모두는 '바다의 큰 물고기'이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그 환경은 가정, 직장, 국가, 사회 혹은 사적 공적 커뮤니티일 수 있다. 그러한 환경은 이 고사에서 말하는 바다이며,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 바다에 사는 '큰 물고기'와 같다. 물고기는 바다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다.

가끔 우리는 자신의 힘이나 성취를 과신하여 '물고기'에 불과한 운명임을 잊는다. 그리하여 자신이 속한 바다를 자신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망쳐놓거나, 혹은 준비없이 그 바다를 떠나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의 중책을 맡은 임원이 자신의 무게를 지나치게 과신하여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처신이 과도하여 마찰을 일이키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런 경우 대개는 그 임원이 회사를 떠나고 그 이후 적절한 정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낱 물고기가 자신의 생존 바탕인 바다를 떠났기 때문이다.


** 그리고 바다는 자비롭지 못하다.

무릇 바다에 적을 두고 삶을 유지하는 모든 생명체는 무자비한 바다를 감히 위협하여서는 아니된다. 바다 속에서 사는 존재가 그 거친 바다의 권위를 위태롭게 하면 바다는 존재를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다. 바다는 자신의 평화를 위해 그 생명체를 반드시 배척한다. 그렇게 바다에서 쫒겨난 수많은 생명체가 지금도 힘겹게 뭍을 돌아다니고 있다.

바다라는 절대권력 속에 사는 신하가 큰 성을 쌓는다는 것은 명백히 바다의 권위에 도전하는 위협 행위이다. '성'은 실제의 물리적인 건축물일 수도 있지만, 인적 파벌을 구축하여 세력을 확장하거나, 재력이나 권력을 강화시켜 왕권을 위태롭게 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현대의 기업 활동에서도 조직 내 임원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취하는 노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그런 활동은 바다(기업, 최고 경영자, 오너)의 자비심 범위 내에서만 허용될 것이다.


** '해대어(海大魚)'의 고사는 매우 기지가 뛰어난 '설득의 기술'을 가르친다.

부하는 상관에게 절실하게 간언을 하고 싶지만, 상관은 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내 속에 든 말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것인가?

이 고사의 식객은 불쑥 뜬금없이 '海大魚'라는 말을 던져 정곽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것을 실마리 삼아 자신의 생각을 상대가 간절히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들고, 결국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다하였던 것이다.ㅋ
이 설득 수법을 '관심 미끼 전략'이라 불러도 되겠다.

사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이런 고급 초식을 본능적으로 써봤거나 알게 모르게 당해봤을 걸로 생각된다. 상대의 관심을 은근히 유도하여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대가 궁금해 하게 만들어서 알게 하는 어쩐지 몸에 익은 듯한 그런 수법 말이다.




* 정곽군(靖郭君) : 이름은 전영(田嬰). 제(齊)나라 재상, 맹상군의 아버지. 제위왕의 아들,  제선왕(齊宣王)의 이복 동생. 손빈과 함께 마릉전투에서 위나라를 크게 무찔렀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상아젓가락이 나라를 망친

                 


_ 상저옥배(象著玉杯) 상아 젓가락과 옥 술잔

  

옛날 은(殷)나라의 주(紂)왕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게 하였다. 

이에 주왕의 숙부인 기자(箕子)가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말했다. 


“상아젓가락을 질그릇에 얹어 쓸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뿔이나 옥으로 만든 잔을 쓰게 될 것이고, 

상아젓가락과 옥잔에는 콩국이나 콩잎은 어울리지 않으니,

쇠고기, 코끼리 고기 혹은 표범의 태를 담아 먹게 될 것입니다. 

런 귀한 음식을 먹을 때

베옷과 모옥은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단옷을 입고 구중의 고대광실을 짓게 될 것입니다. 

나는 그 결말이 무서워 이 시초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5년이 지난 후, 주왕은 고기밭과 포락(砲烙)을 만들고,

술찌게미 언덕을 오르며 주지(酒池)에서 놀다가 결국 망하고 말았다. 

기자는 상아젓가락 하나를 보고 그것이 천하의 화가 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작은 것의 의미를 볼 줄 아는 것을 밝음(明)이라 한다'(見小曰明)

'한비자(韓非子)' 유로편(喩老篇)



昔者紂為象箸而箕子怖, 以為象箸必不加於土鉶, 必將犀玉之杯, 象箸玉杯必不羹菽藿, 必旄象豹胎, 旄象豹胎必不衣而食於茅屋之下, 則錦衣九重, 廣室高臺. 吾畏其卒, 故怖其始. 居五年, 紂為肉圃, 設砲烙, 登糟丘, 臨酒池, 紂遂以亡. 故箕子見象箸以知天下之禍. 故曰 見小曰明. 

_ 韓非子 喻老


 



** 달기() :  주(紂)왕의 愛妃,  포락지형(之刑), 지육림()


** 見小曰明 守柔曰强(견소왈명 수유왈강 ) _ 노자 52장


작은 것의 의미를 볼 수 있는 것을 밝음(明)이라 하고,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함(强) 이라 한다. 



** 기자조선


기자의 예견대로 주왕은 날이 갈수록 음탕한 생활에 빠졌다. 기자가 충고했으나 듣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기자에게 차라리 떠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으나 기자는 “신하된 자가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하여 떠나버리는 것은 군주의 잘못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나 자신도 백성들의 기쁨을 뺏게 되니 차마 그럴 수 없다”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척하다가 잡혀서 노예가 되었다.

미친 척하다가 감옥에 갇혀서 화를 피한 기자는 훗날 주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하여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건국한 다음에야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하고 그에게 통치의 이치를 묻자, 기자는 ‘홍범구주로 통치의 요체를 설파했는데 이것이 『상서』 「홍범()」 편이라고 한다.

한편, 기자는 망국의 한을 담은 <맥수가()>를 지었다고 전한다.

기자가 조선에 봉해졌다는 기록 때문에 기자조선의 실체에 관해 오랫동안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특히 일본 식민사학에 의해 기자조선이 철저하게 부정됨으로써 고조선 연구의 한 고리를 잃은 측면도 있어, 향후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고조선 문제에 대한 논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자 [箕子, jī zǐ] - 은(상)나라 말기 3명의 현자 중 한 명 (중국인물사전, 한국인문고전연구소)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